4·19, 이승만 백색테러는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앞에 4·19를 알리는 비석이 있는데, 이승만 이름 석 자가 없다. 4·19는 이승만 정권에 대한 항거였는데, 4·19를 말할 때 이승만은 사라지고 자유당만 남았다. 이승만 정권은 반공자유주의 체제였다. 반공과 결합된 자유주의는 항시 백색테러로 귀결됐다. 백색테러는 반공의 기치 아래 자행되는 학살과 공포정치를 뚯한다. 백색테러의 다른 사례로, 미국의 반공주의 보루로 이승만 정권과 쌍벽을 이룬 대만 장개석 정권이 있다.
일제 패망 후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 정부는 1947년 2월28일 사건을 일으켰다.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군대가 대만 본성인을 상대로 학살을 자행해 2만8천명을 죽였다. 일제 패망 후 남한을 접수한 미군정은 1948년 4월3일 사건을 일으켰다. 미군정의 명령하에 내륙에서 건너온 군대와 우익단체가 제주도민을 상대로 학살을 자행해 3만명을 죽였다.
중국 대륙의 국공내전에서 패전이 분명해지자 장개석 정권은 1949년 5월20일 대만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10년 동안 이어진 백색테러(1949~1959) 기간 4천명을 총살하고, 1만명을 투옥했다. 계엄령은 1975년 장개석이 죽고도 지속되다가 1987년 7월에야 해제됐다.
4·3 사건 전부터 미군정의 비호와 묵인하에 자행된 남한의 백색테러는 친일경찰에 더해 백의사·서북청년단·대동청년단 같은 반공단체가 주도했다. 이승만은 물론 김구와 신익희도 백색테러 조직과 연계를 맺었다. 조병옥은 4·3 학살의 주역이었다. 이승만 정권(1948~1960)에서 반공이라는 미명하에 학살당한 민간인 규모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의 반공 백색테러는 1947년 3월12일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발표한 '트루먼 독트린'과 맞물린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반공 국가를 원조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개시한 게 이때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색테러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의해 자행됐다. 독일의 침공으로 희생된 소련의 군인과 민간인을 합치면 2천700만명에 달한다. 나치 선전가들은 "볼셰비즘(공산주의)에 대항한 유럽"을 내세웠다. 홀로코스트로 유대인 600만명이 학살당했지만, 그 시발은 1948년 5월 건국된 이스라엘 국민으로서의 유대인이 아니라 1941년 6월의 볼셰비키 공산주의자로서의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나치 정권은 소련을 '유대-볼셰비키 테러정권'이라 불렀다. 나치에게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는 같은 말이었으며, 따라서 나치에게 '홀로코스트'란 유대인 일반에 대한 학살이라기보다는 볼셰비즘으로 대표되는 유럽 공산주의의 기반이 되는 유대인을 박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반공주의자들에게 대만섬과 한반도에서의 민간인 학살이 공산주의자를 제거하는 데서 불가피한 사건으로 간주됐다면, 2차 대전 이전 독일의 반공주의자들에게 유럽에서의 유대인 학살은 볼셰비즘을 박멸하는 데서 불가피한 작업으로 간주됐다.
1941년 6월 독일은 '유대 볼셰비즘' 박멸의 기치를 내걸고 소련을 침공했고, 그로부터 세 달 후인 9월부터 나치 정권은 독일제국 내의 모든 유대인의 옷에 노란색 별을 부착했다. 독일군과 소련군이 격돌한 동부전선에서 시작된 '볼셰비키' 유대인 제거는 독일군이 점령한 유럽 전역에서의 유대인 제거로 확산됐다.
2024년 12월3일 밤 윤석열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을 "처단"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노상원은 수첩에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세력을 붕괴시킨다"며 "침몰", "격침", "폭파", "난사", "500", "5000-만명", "A, B, C, D급"을 썼다. 이승만-장개석-히틀러처럼 백색테러를 통한 영구집권을 꿈꿨던 것이다.
4·19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친미반공정권이 자행한 백색테러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혁명의 대상이었던 권력자와 그를 후원한 국가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는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념하는 일이 아니라, 지워진 이름을 되살리고 그 책임을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어야 한다. 지워진 이름에는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도 포함된다.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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