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장롱 속에도 유행이 지나서 손이 잘 안 가는 명품 가방 있을 수 있는데요.
최근 이 비싼 가방을 새롭게 고쳐 쓰는 리폼 작업을 두고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과 강남의 동네 수선집 사이에서 벌어진 법적 다툼이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 불렸던 이번 소송에서 무려 1심과 2심 결과를 뒤집고 대법원이 수선집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루이비통이 동네 수선집을 고소했다고?
서울 강남에서 13년째 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58세 이경한 대표 이야기입니다.
이경한 대표는 명품 수선만 50년 경력을 자랑하는 장인인데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들이 맡긴 낡은 루이비통 가방을 뜯어서 지갑이나 벨트, 크기가 다른 새 가방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수선비 명목으로 1개당 10만 원에서 70만 원을 받았죠.
그런데 2022년 2월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이 이경한 대표를 상대로 3000만 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허락 없이 루이비통 로고와 원단을 사용해 자사 상표의 품질보증 기능을 떨어뜨렸다며 상표권 침해를 주장한 겁니다.

1심이랑 2심은 왜 루이비통이 이긴 거야?
처음엔 루이비통의 주장이 먹혔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경한 대표가 상표권을 침해한 게 맞다며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리폼을 맡긴 고객은 당연히 수선집에서 고친 걸 알지만요.
이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거래될 경우 제3자는 루이비통이 정식으로 만든 제품으로 착각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겁니다.
리폼한 제품 자체도 교환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 상표법상 하나의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 결정적 이유는?
지난 26일 권영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양측 의견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개 변론까지 열고 내린 결과인데요.
핵심은 바로 개인적 사용 목적입니다.
가방 주인이 혼자 쓰려고 리폼을 부탁했고 완성된 제품을 주인에게만 돌려줬다면 이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상거래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 용도로만 쓴다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 이제 아무렇게나 리폼해서 팔아도 되는 거야? 그건 절대 아닙니다.
대법원은 리폼이 불법이 되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기준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수선업자가 주도적으로 리폼 과정을 지배해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자기 제품인 것처럼 시장에 내다 팔면 상표권 침해가 됩니다.
가방 주인이 시장에 팔 목적으로 리폼을 맡겼는데 수선업자가 이를 알면서도 도와줬다면 법적 책임을 같이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불법적인 상황을 판단할 때 리폼 목적, 의사 결정 주체, 대가의 성격, 재료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불법을 증명할 책임은 루이비통 같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뭐야?
이번 사건은 수선업자의 리폼 행위가 상표권 침해인지 아닌지를 두고 우리 대법원이 내놓은 역사적인 첫 판단입니다.
이도행 대법원 공보관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이번 재판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명품 브랜드의 상표권 보호와 소비자의 소유권 행사 사이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준 만큼 앞으로 사회적 파급효과도 아주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 시사 경제 뉴스레터 <미스터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겠습니다.

법조인, 교수, 의사들이 사랑하는 뉴스레터, 미스터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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