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나은 배터리를 향한 노력”, 벤츠 e 캠퍼스 가보니
-미래 배터리 기술 개발의 산실
-순 탄소 중립을 위한 출발점
전기차에 있어서 배터리는 필수 요소이자 긍정과 부정적인 요건을 모두 갖춘 핵심 부품이다. 차의 궁극적인 목표인 주행거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하면서도 충돌 및 화재와 같은 안정성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또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사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하는 만큼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제조사별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7 월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본사에 문을 연 벤츠 e 캠퍼스도 그 중 하나다. e 캠퍼스는 벤츠 브랜드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 및 셀 개발을 위한 역량 센터이며 목표는 혁신적인 화학 조성물과 최적화된 생산 공정을 통해 벤츠 DNA를 지닌 고성능 셀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몇 년 내에 배터리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는 것이다. 지난 22일 직접 e 캠퍼스를 둘러보며 벤츠가 그리는 미래 배터리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 캠퍼스는 배터리 및 셀 기술의 전체 분야를 다루며 새로운 셀 화학의 개발 및 평가부터 산업 규모의 셀 생산, 완전한 배터리 유닛의 테스트 및 인증까지 포함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다양한 형태의 셀 화학 개발이다. 실리콘 복합재를 기반으로 한 고에너지 음극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셀, 혁신적인 코발트-프리 양극 화학, 그리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 등이 포함된다.
이는 높은 에너지 밀도, 빠른 충전 능력, 성능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셀의 산업화를 위한 전문 지식을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 특히, 고실리콘 음극이나 고체 전해질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 에너지 밀도를 최대 900Wh/l 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생산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셀 화학과 설계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지식은 파트너 회사에서의 배터리 셀 대량 생산에 적용돼 벤츠의 차세대 배터리에 들어간다.
실제로 미래 제품 개발에서 셀 화학의 중요성은 컨셉트카 비전 EQXX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됐다. 이 차는 획기적인 셀 화학을 적용한 강력한 배터리 덕분에 여러 차례의 여정에서 전기차의 주행거리 및 효율성 측면에서 기록을 세웠다. 2022년 등장한 비전 EQXX는 당시 100㎾h 배터리팩으로 최장 1,009㎞를 달리는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독일 진델핑겐,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코트다쥐르 등 총 1008㎞ 길이의 무충전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e 캠퍼스의 최첨단 생산 시설은 다양한 화학 조성을 가진 배터리 셀을 산업 규모로 생산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매년 수만 개의 셀이 이곳에서 생산되어 미래 배터리 세대의 개발에 활용된다. 생산 과정은 자동화 및 수작업 단계를 포함한 일련의 공정을 거치며 전극 생산부터 셀 조립, 전해질 충전, 초기 충·방전 공정 및 완성에 이르는 모든 배터리 셀 제조 단계를 포괄한다.
캠퍼스 내부의 크기는 상당했으며 가장 최신의 장비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연구원들은 특수 처리된 옷을 입고 원자재를 다루고 있었으며 각 단계별 모든 과정은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이뤄졌다. 엄격한 배터리 셀 생산 과정이 있어야만 배터리 품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발이 이뤄졌고 무균실처럼 깨끗하고 청결한 공정을 보며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연구소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더욱이 e 캠퍼스의 특징 중 하나는 화학 조성뿐만 아니라 산업 생산 공정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 셀 연구소'는 벤츠 DNA를 지닌 셀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의 두 개의 셀 연구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화학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셀 화학과 고급 셀 설계를 개발하고 평가하며 '유연한 셀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개발품이 자동차용 파우치 셀 형태로 생산되고 테스트된다.
센 단위에서부터 시작해 생산까지 책임지는 배터리 생애 주기에 대한 벤츠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한편으로는 이토록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진심인 이유가 궁금했다. 해답은 순 탄소 중립에 있다. 단순한 시간과 비용 절감을 넘어 순환고리를 만들어 탄소 배출로부터 온전한 중립을 유지하기 위한 초석이다.
벤츠는 2039 년까지 신차 라인업을 전체 수명 주기 동안 순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탄소 중립이란 벤츠에서 피하거나 줄일 수 없는 탄소 배출을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인증된 상쇄 프로젝트를 통해 보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탄소화 외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1차 자원을 절약하기 위한 진정한 순환 경제의 구축이다.
이는 곧 배터리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순환 설계, 가치 유지, 자원 순환의 세 가지 핵심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e 캠퍼스가 이러한 벤츠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에서 중요한 단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e 캠퍼스는 벤츠의 순환 개념의 출발점이다. 그만큼 배터리 기술의 전체 가치 사슬을 처음부터 고려한다. 새로운 셀 화학의 개발부터 배터리 셀 테스트 및 소량 생산에 이르기까지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 DNA’를 지닌 배터리 셀을 설계한다. 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 이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며 벤츠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진정한 탄소중립의 세상이 더욱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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