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km 광속구가 빠졌다? 한국엔 '100% 돌직구' 마무리가 있다!

[민상현의 풀카운트] 숫자를 넘어선 담력, 도쿄돔을 정조준하는 '조선의 마무리' 박영현

사진=KT 위즈(출처 이하 동일)

'162km 광속구' 메이저리거 오브라이언 하차로 찾아온 위기, 오히려 류지현호 뒷문을 묶을 '진짜 수호신'의 등장

- 트랙맨이 증명한 수직 무브먼트의 마법... 아시안게임·프리미어12 '무실점 신화' 이어간다

- 구속보다 무서운 회전 효율, 미국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KT 마무리의 당찬 출사표


야구라는 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치명적인 위기라 여겼던 순간이 종종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 되기 때문이다.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날아든 비보는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최고 시속 162km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한국계 불펜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이 종아리 부상으로 낙마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구위를 잃었다는 사실은 분명 뼈아프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우리 불펜에는 국제무대라는 거대한 중압감을 즐길 줄 아는 '국가대표 심장', KT 위즈의 박영현(23)이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62km의 물리력을 대체할 '수직 무브먼트의 마법'

당초 오브라이언에 앞서 8회를 책임질 셋업맨으로 낙점됐던 박영현은 이제 류지현호의 가장 든든한 클로저 1순위로 떠올랐다.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측정된 박영현의 현재 최고 구속은 143km 남짓.
160km를 훌쩍 넘기던 오브라이언의 구속표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야구공의 위력은 스피드건에 찍히는 단순한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트랙맨 데이터가 증명하는 박영현의 패스트볼 회전 효율은 무려 100%다.

손끝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까지 가라앉지 않고 타자의 시선 위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엄청난 수직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타자들 입장에선 143km의 공이 150km 후반대의 체감 구속으로 다가오는 '착시'를 겪게 된다.

윽박지르는 광속구가 사라진 자리를, 타자의 배트를 무력화시키는 '완벽한 회전'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태극마크가 달리면 진화하는 '무실점의 사나이'

박영현이 품은 가장 강력한 무기는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 '담력'이다.

그는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5.1이닝 평균자책점 0.00)과 2024 프리미어12(3.2이닝 평균자책점 0.00)라는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뒷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KBO 야매카툰 중 박영현 컷

낯선 환경, 세계적인 타자들, 그리고 가슴에 단 태극마크의 무게. 이 모든 중압감 앞에서도 그의 돌직구는 흔들림이 없었다.

2025시즌 KBO리그 구원왕(35세이브) 타이틀은 그가 지닌 담력이 144경기라는 긴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훈장이었다.


박영현의 주요 투구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KB REPORT

선배들의 경험과 깨달음을 흡수하는 스펀지, 미국을 향해 던진다

박영현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이판과 호주를 오가는 고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구원왕 선배인 고우석과 웨이트 트레이닝의 강도를 높이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대선배 류현진을 찾아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투구를 세공하고 있다.

젊은 투수의 성실함과 배움을 향한 갈증은 그 자체로 대표팀의 든든한 자산이다.

한국 야구는 지난 세 차례의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이번 대회의 1차 목표는 도쿄돔의 저주를 풀고 미국 본선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다.

"우리 팀은 충분히 미국에 갈 수 있다."

박영현이 남긴 이 묵직하고 당찬 한마디는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기어코 승리를 지켜냈던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이다.

오브라이언이라는 거대한 카드가 사라진 마운드 위,

100%의 회전 효율을 머금은 박영현의 묵직한 돌직구가 도쿄돔의 하늘을 가르고 미국으로 향하는 길을 활짝 열어젖히길 기대해 본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박영현의 통산 투구기록

출처: KBO 기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