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의 배당 시계는 2009년에서 멈춰 있다. 산업은행 체제에서 대우건설의 잉여현금은 회사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에 사용됐다. 중흥그룹에 인수된 뒤 배당 재개가 기대됐으나 정원주 회장이 부채비율 100% 달성을 선결과제로 제시하면서 무산됐다.
부채비율 개선이 늦어지는 가운데 개정 상법이 배당의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월22일 공포 즉시 시행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됐다. 소액주주들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배당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근거가 법으로 마련되면서 새 국면을 맞은 상황이다.
늦어지는 재무개선 '운전자본 부담' 심화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도 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2009년부터 16년째 무배당이 이어졌다.
회사는 부채비율이 100%로 개선돼야 배당을 재개할 방침이다. 개인회사인 중흥토건을 통해 대우건설을 지배하는 정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당시 "부채비율이 100%에 이를 때까지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이를 거듭 강조했다.
다만 부채비율 개선이 녹록지 않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225.1%에서 중흥그룹에 속한 뒤 2022년 말 199.1%, 2023년 말 176.8% 등으로 개선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동산 불황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2024년 말 192.1%, 올 6월 말에는 199.8%로 상승했다.
운전자본이 누적된 대표적 현장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왕길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등의 주택사업과 이라크 신항만 1단계, 침매터널 등 해외 프로젝트다. 매출채권, 미청구 공사 등을 합산한 채권 잔액이 5조4557억원이며, 충당금 반영분을 제외하면 4조6726억원이다. 회사는 운전자본으로 매몰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순차입금을 늘려 3월 말 2조원대를 기록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양 성과다. 3월 말 누적 분양률은 90.6%로 양호하지만 비주거 프로젝트와 대구 등 분양 경기가 침체된 지역은 대손 반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손충당금은 최근 증가세를 보여 6월 말 기준 783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들어서도 공사 미수금 규모가 전년 말 대비 소폭 감소에 그쳤다"며 "준공 프로젝트에서 공사대금을 회수해 차입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축되지 않으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배당 기조 제동 걸릴까
오너가 부채비율 개선을 배당의 선결 과제로 꼽았지만 개정 상법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게 됐다. 신설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 규정을 지키며 회사와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이 배당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 부채비율 개선을 배당보다 우선하는 것은 소액주주가 투자에 따른 이익을 실현하는 것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오너와 소액주주 등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6월 말 기준 대우건설의 소액주주 수는 31만7611명으로 주주 중 비율이 99.99%에 달한다. 소액주주의 주식 수는 1억6530만2150주로 지분율 40.23%에 해당한다.
대우건설 인수에 막대한 금융을 끌어다 쓴 중흥그룹으로서도 이익 실현을 위한 배당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는 재무개선을 우선순위에 둔 만큼 소액주주가 무배당에 불만을 가져 주주행동에 나설 경우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대우건설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현재 주주환원 정책이 수립돼 있지 않으나 이익의 일정 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향후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 성장을 위한 투자, 경영실적, 현금흐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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