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익의 지방소멸리포트 8, 어디가 살고 죽는가? '충청북도 편'

출처: 정호섭(음성군 대소초등학교 교사)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지 않은 도(道),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도시를 보유한 도, 비수도권 지역 중 가장 정치색이 옅어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도, 바로 충청북도이다. 충청도에서 ‘충청’이라는 지명은 충주와 청주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사실상 충청도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충청북도는 수도권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에 꾸준히 인구가 증가해 왔다.
특히, 충주와 청주시는 요즘 꽤나 관심이 가는 지역이다. 먼저, 충주시는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기관들에게 ‘정책 홍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로 유명하다. MBTI가 ISTJ인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 씨는 연간 61만원의 예산으로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를 74만 명(2024년 6월 기준)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유튜브 구독자 수 1위는 경상북도(36만 명)이고 서울시는 20만 명 수준인데, 인구 20만 명의 기초자치단체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74만 명이라는 것은 보통 대단한 일이 아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지역에 어떠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충주시의 고구마축제가 충주시 유튜브 및 페이스북 덕분에 방문객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웬만한 TV 광고보다 잘 키운 유튜브 채널 하나가 더 득이 되는 사회인 것 같다.
청주시는 2018년 지역내총생산이 34조원을 돌파하면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됐다. 앞으로도 웬만한 광역시보다 더 전망이 밝은 청주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충청북도 전체에 낙수효과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북쪽으로 경기도와 강원도, 서쪽으로는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 남서쪽으로는 전라북도, 남동쪽으로는 경상북도까지 대한민국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를 접하고 있는 충청북도에서는 어떤 지역이 유망할까?

나종익(주식회사 코드랩리얼티 대표이사)
지난 5년 간 가장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지난 5년 간 충북 지역에서 토지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유튜브 채널 ‘충TV’로 유명한 충주시였다. 기본적으로 충주시에는 여러 개발 호재들이 있는 편이다. 기존의 충주기업도시(서충주)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여러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작년에는 기업도시 인근 지역이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많은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동충주 지역에도 현대모비스가 약 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공장 추가 투자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충주시 토지를 매입한 사람 혹은 법인 중 11%가 서울특별시민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금력이 가장 강하다는 서울시민들 혹은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법인들의 투자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 아닐까?
두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음성군이었다. 음성군은 충청북도에서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곳이며,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 ‘사실상 수도권’인 곳이라 여러 공장들이 많으며, 이러한 공장들 덕분에 인구가 그럭저럭 유지되는 곳이다. 음성군 역시 BBC산업(배터리, 바이오,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18년 이후 5년 간 1,000억원 이상 음성군에 투자한 기업이 17곳이라고 하니 앞으로 기대를 걸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제천시였다. 제천시는 충청북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강원특별자치도와 인접하고 있는 곳이다. 제천시는 인근 지역인 단양군, 영월군과 함께 전국 시멘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시멘트특별시’였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충청북도보다는 강원도와의 관계가 더 가까웠던 지역이기도 하다. 제천시 역시 여러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이차전지 소재, 자동차 부품, 고부가 식품산업,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제천시도 충주시와 마찬가지로 토지 매입자 중 10% 정도가 서울시민이나 서울에 주소를 둔 법인이었다.
네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청주시 흥덕구였다.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흥덕구는 청주시 4개 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흥덕구에는 기존의 일반산업단지 외에 청주테크노폴리스가 민관합동 개발방식으로 조성되고 있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흥덕구의 경우 개발이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곳이다 보니 거래된 필지들의 용도지역이 절반 이상 도시지역이었고 거래된 필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지목은 역시 대지였다. 전형적인 도시 지역의 거래 패턴이었다.
다섯 번째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괴산군이었다. 괴산군 역시 충청북도의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여러 산업단지들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괴산군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역활력타운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아쉽게 유치하지 못했다. 충청북도에서는 보은군이 지역활력타운을 유치했다.
거래가 많이 일어난 지역이 지가상승률도 높았을까
2024년 6월, 충청북도는 민선8기(2022년~ ) 출범 2년 만에 50조원이 넘는 민간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전라남도(20조원), 충청남도(19조원), 경상남도(15조원), 경상북도(11조원), 전북특별자치도(11조원), 강원특별자치도(1조원)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은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유치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지가상승률 또한 다른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충청북도에서 지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청주시 흥덕구(11.8%)였다. 여러 개발 호재들이 있는 오송읍(22.8%)과 강내면(18.4%)의 상승률이 상당히 높았다. 특히 오송읍에 위치한 오송역은 40여 년 전에 여객 취급이 중단돼 버린 이후 2010년까지 화물역으로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전라선 KTX가 개통하면서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관리역으로 격상됐다. 오송역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사업도 본격 진행됐으며, 2021년 현재 대웅제약, LG생명과학, 메디톡스 등 153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등 132개의 연구·지원시설이 들어서 어엿한 기업도시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등 여러 개발 호재들이 있는 곳이라 충청북도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 됐다. 흥덕구에서는 강내면이 눈에 띈다. 이 곳은 약 30만 평의 청주 하이테크밸리가 들어서는 지역으로, 오송역과 세종특별자치시 인근에 위치한 입지를 최대한 살리는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두 번째로 지가가 높았던 곳은 진천군(10.8%)이었다. 진천군은 1990년 이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2024년 현재 약 8만 6,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와 접하고 있어 사실상 수도권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와 같은 지리적 이점 덕에 진천군은 여러 산업단지들을 유치하기 수월했고, 이는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진천군에서 지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하위 행정구역은 덕산읍(13.3%)이었는데, 인구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곳이다. 2015년 약 8,900명 정도였던 덕산읍의 인구는 2024년 3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구 증가 폭이다. 사실 덕산읍이 폭풍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충북혁신도시가 있다.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하게 된 공동주택 덕에 덕산읍은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 인구 증가 폭이 가장 큰 곳 중의 하나가 됐다. 진천군에서 두 번째로 핫한 곳은 진천읍(11.4%)이었다. 이 곳은 과거 진천군의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던 중심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친 성장을 하고 있는 덕산읍에 인구 1위의 타이틀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성석지구가 최근 토지보상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내년이면 추가로 2,600가구가 들어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빠르면 2020년대 후반에 진천군이 아닌 진천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로 지가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청주시 청원구(10.1%)였다. 청원군으로 불렸던 지역으로 2014년 청주시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청원구로 변경된 지역이다. 청원구에서 지가 상승이 가장 높았던 하위 행정구역은 오창읍(11.7%)이다. 청주시의 모든 읍면동 중에서 인구(약 6만 8,000명)가 가장 많은 곳이다. 특히, 오창과학산업단지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이차전지 관련 핵심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곳이다.
네 번째로 지가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음성군(8.7%)이었는데 특히, 금왕읍(10.5%)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음성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이천시와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금왕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는 2026년경에는 조금 더 북적북적하는 금왕읍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성군에서 두 번째로 지가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대소면(10.1%)이었다. 이 곳에는 성본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는데 2024년 7월부터 약 4,000여 세대의 공동주택이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공동주택 주변으로 토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가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로 지가가 높았던 지역은 청주시 서원구(8.6%)였다. 청주시의 하위 행정구역 중 면적은 가장 좁으면서도 인구 밀도는 가장 높은 곳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아파트 공급 덕에 꾸준한 인구 수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업무 및 대규모 산업단지의 유치도 없어 지속적으로 인구가 청주시의 타 지역으로 유출됐다. 하지만 사창동, 모충동, 사직동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을 잇고 있어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대규모 산업단지가 계획된 남이면(11.3%)과 청주시의 원도심인 사직동(11.0%)의 상승률이 높았다. 사직동의 경우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1만 4,000여 세대가 추가 공급되면서 청주시민들에게는 상당히 기대가 높은 편이다.
가장 활기찬 동네는 어디일까
충청북도에서 가장 젊은 도시는 청주시였다. 청주시의 모든 구가 충청북도 지방소멸지수 순위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싹쓸이했다. 2021년 초 기준으로 청주시의 1인 세대 수는 15만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수도권을 포함해서 여섯 번째로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곳임을 나타낸다. 2016년과 비교하면 무려 25%나 증가한 수치로, 전체 15만 세대 중에 5만 세대 이상이 20~30대 1인 가구였다. 특히 청주시 흥덕구는 가장 젊은 도시 중의 하나인데, 이 곳의 지방소멸지수는 2023년 기준 1.18 정도였다. 아무래도 오송과학산업단지, 강내면 산업단지 등에 종사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젊은 충북 지역은 청주시 청원구였다. 청원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있는 곳인데, 20~30대 젊은 1인 세대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2021년 기준으로 오창읍의 전 세대(3만 358세대) 가운데 23.4%(7,129세대)가 1인 세대였다. 청주시가 비수도권 지역으로는 드물게 정주 여건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어서 1인 가구가 살기에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느끼는 듯하다.
세 번째로 젊은 곳은 청주시 상당구였다. 상당구는 청주시의 구도심 지역으로 서울로 치면 종로 같은 곳이다. 최근에 청주시의 타 지역에 밀리는 모습도 없지 않았는데 2010년대부터 시작된 동남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다시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젊은 층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지역 자체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네 번째로 지방소멸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청주시 서원구였다. 서원구의 미래는 사직동 인근으로 대표되는 도심 재개발사업의 성과에 달려 있을 것이다. 토지보상 단계부터 나오는 잡음들을 어떻게 줄여가면서 재개발 프로세스를 진행해 나아갈 것인가에 사업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젊은 곳은 진천군이었는데, 특히 청년 및 학령 인구가 2016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청년 인구(19~34세)의 경우 2016년에는 1만 2,552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만 4,798명으로 늘어났다. 학령 인구(6~17세)도 2016년에 8,393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만 172명으로 증가했다. 진천군은 단순 인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 또한 높아졌다. 원천 징수지 기준 평균 급여가 6년 간 3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BBC산업, 충북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 전 세계 경제의 화두는 BBC산업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BBC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아닌 Bio(바이오), Battery(배터리), Chip(반도체) 산업을 의미한다. 충청북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BBC 관련 산업들이 집적해 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 DB하이텍, 네패스 등으로 대표되는 충북 지역의 반도체산업, 오송과학단지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단지, 이차전지 핵심 클러스터로 떠오른 오창과학산업단지 등 충청북도 전체를 관통하는 BBC산업이 이 곳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민선8기 들어서면서 반도체 분야에 약 33개 기업(약 28.8조원), 이차전지 분야에 약 31개 기업(약 9.35조원), 바이오 분야에 24개 기업(약 2.18조원) 등에서 약 50조원을 충청북도에 투자했는데 이는 경기도(50조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어찌 보면 수도권에서 가깝지만 규제를 받지 않고, 교통의 중심지이며, 행정의 중심지인 세종특별자치시와도 근접해 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충북의 성장세가 엄청나게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충청북도 같은 기업도시들은 산업이 위태로울 경우 지역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조선업의 위기 상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제시는 원래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전체 인구의 70%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20~30대 인구의 수가 2014년 7만 5,000명에서 2024년 4만 5,000명까지 떨어졌다. 조선업이 쇠퇴하며 도시까지도 같이 쇠퇴하는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충청북도는 조선업의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러 산업의 유치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