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꼭 알아야 할 것들
UN 아동기구인 ‘유니세프’는 최근 통계에서 부적절한 모유 수유로 인한 아동 사망이 전체 아동 사망의 1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사회, 지역사회, 의료 종사자들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산모들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촉구한다. 모유 수유 친화적인 의료 시스템, 언제 어디서나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 존중, 지역 사회의 지원 강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년 8월 첫째 주는 ‘세계 모유 수유 주간’으로, 올해의 테마는 ‘격차 해소: 모두를 위한 모유 수유 지원’이다.
이렇듯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모유 수유를 둘러싼 잘못된 오해로 인해 꺼리는 여성들이 많다.
BBC는 의학 전문가 2명에게 가장 흔한 오해 7가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카트리오나 웨이트는 영국 리버풀 대학교의 임상 약리학 및 글로벌 보건학과 교수로, 우간다 캄팔라 소재 마케레레 대학교 보건과학대학의 연구원이기도 하다. 알라스테어 서트클리프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소아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오해 1: 모유 수유 시 유두 통증은 당연하다?
웨이트 교수: 초반 불편한 느낌은 매우 정상이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유두가 따가울 수도 있기에 이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모유 수유가 엄마를 해치거나 심각한 통증을 유발해선 안 된다. 만약 심각한 통증을 느낀다면, 유두가 감염됐거나 아기가 제대로 물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약간의 불편함은 정상이며 처음 엄마가 된 여성의 경우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오해 2: 즉시 시작하지 않으면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
서트클리프 교수: 엄마의 모유 수유를 장려하는 모든 게 결국 여러 측면에서 인간의 건강에 유익하다. 엄격한 시간 제약을 둬 행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전혀 과학에 기반한 판단이 아니다.
하지만 분만 후 곧바로 모유 수유를 시작한다면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가장 명확한 이점이 바로 영양 공급이다. 또한 모유 수유는 산모의 자궁 수축을 촉진해 산후 자궁 출혈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분만 후 처음 며칠간 산모는 ‘초유’라고 불리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여기엔 특정 단백질의 함량이 높다.
오해 3: 모유 수유 중엔 약을 먹으면 안 된다?
웨이트 교수: 전 세계 모든 엄마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과연 어떤 약물이 아기에게 안전하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약물이 아기에게 도착할 때쯤이면 그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게 진실이다.
만약 의사가 산모에게 약을 처방했다면, 아기에게 안전한지 물어봐야 하지만, 처방된 약이 사용하기 안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건강한 엄마다.
감염, 우울증, 일반적인 통증 등을 위한 일반적인 약물은 아기에게도 보통 안전할 가능성이 크다.
모유 수유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은 매우 소수다. 암과 같은 매우 특정한 중증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인 경우가 많다.
위험성과 이점을 신중히 따져보고 산모에게 처방해야 할 약물도 있긴 하다. 모유 수유 중 약물을 처방받은 산모라면 의료진에게 안전성에 대해 질문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 중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충혈완화제가 포함된 감기약이나 독감 치료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유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초로 만든 약의 경우 정확한 성분을 알 수 없으며,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약초가 많기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오해4: 모유 수유 시기엔 싱거운 음식만 먹고 매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웨이트 교수: 모유 수유 중 산모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란 없다. 그러나 모유의 구성이 산모의 식단에 영향을 받는 건 맞다.
산모 중 그 패턴을 발견하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오렌지주스 등 감귤류 주스를 마시면 아기가 몹시 짜증을 낸다는 걸 발견했다.
이처럼 아기가 산모의 식단에 영향을 받은 무언가에 반응하는 패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기에게 해롭거나 의학적으로 좋지 않기에 피해야 할 음식이란 없다.
오해 5: 모유 수유를 원한다면 절대 분유를 사용해선 안 된다?
웨이트 교수: 절대적인 건 아니다. 그러나 모유량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조절된다. 여성의 신체는 정말 놀라워서 아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모유를 생산해 낸다. 아기가 유두를 빨면 호르몬이 촉진돼 적당한 양의 모유가 생산된다. 아기의 몸집이 커도, 작아도, 혹은 쌍둥이여도 산모의 몸은 그에 맞는 적당한 양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이러한 피드백 회로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아기에게 더 많은 모유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모유량이 부족해 분유를 먹이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반면 때때로 산모가 간밤에 무척 잠을 설쳤거나, 몸이 아프거나, 너무 피곤해서 파트너가 대신 아기에게 분유를 수유한다고 더 이상 모유 수유를 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니다.
즉 분유를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모유 수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해6: 산모가 아플 때는 모유 수유를 하면 안 된다?
서트클리프 교수: 아니다, 이건 잘못된 믿음이다. 모유 수유를 하면 안 되는 유일한 상황은 산모가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혹은 간염에 걸린 경우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수유를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이게도 실제로 인류사에선 이런 일이 발생했었다.
대부분의 경우 산모가 아프더라도 몸에선 아기를 보호하는 항체가 생성되기에 모유 수유를 이어가도 안전하다. 모유 수유 중인 엄마가 걸린 병이 아기를 전염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해 7: 1년 이상 모유 수유 시 젖 떼기가 어렵다?
웨이트 교수: WHO는 처음 6개월간은 모유만을 수유하다가 추가적인 영양 공급을 실시하길 권장한다. 모유 수유를 언제 중단해야 한다고 권장하는 시점은 없다.
영국과 같은 일부 고소득 국가에선 대부분 생후 1~2년 사이 완전히 젖을 뗀다. 우간다 등 저소득 국가에선 2~3세 아기에게도 젖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WHO 권고에 따라 산모가 모유 수유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많은 국가에서 여성들의 출산 휴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