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전 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 전 모 씨는 이재명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인물로 ‘성남FC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재판에서 고인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갔다는 증언이 나오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고인의 유서는 유족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엔 ‘단독’이라며 유서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와 주변 인물의 사망을 연관 지어 ‘의문의 죽음이 이어진다’ ‘섬뜩하다’ 등의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개인의 안타까운 사망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비극적 죽음조차 정쟁화하는 언론보도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비공개 유서, 제멋대로 해석하는 언론
3월 9일 배우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숨진 고 전 모 씨의 주변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유서를 확보했습니다. 손바닥 크기 노트 6쪽 분량의 유서 내용은 유족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한겨레 [이재명 전 비서실장 유서엔…‘수사 억울’ ‘내려놓으시라’] (3월 10일 김기성·이정하·강재구 기자)는 유서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이재명 대표 정치 그만 내려놓으시라’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족들이 유서 공개에 반대한 상황에서 주변인들 전언으로만 확인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전체 유서 분량을 염두에 둘 때 해당 문구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질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직접 확인이 불가능한 유서의 내용은 ‘유족이 공개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언론에 ‘단독’을 달고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 [단독/“이재명 대표님,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함께 일한 사람들 희생 더 이상 없어야지요”] (3월 11일 이경진·주현우 기자)는 “전 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라며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는데요. 기사 서술 대부분이 ‘알려졌다’·‘전해졌다’·‘풀이된다’·‘담겼다고 한다’ 등 입니다.
더불어 직접 확인하지 못한 유서 내용을 따옴표 쳐 이미지화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전 모 씨 유서 주요 내용’이란 이미지엔 이재명 대표 관련 부분만 담아 “‘저는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는데 검찰 수사는 억울합니다.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 등은 부각했지만, “검찰 수사에 조작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퍼즐 맞추기 게임으로 전락한 유서 보도”
유족이 비공개를 원한 유서 내용이 전언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며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교차검증은커녕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한겨레 [사설/이재명 전 지사 비서실장 사망, 정치공방 소재 안된다] (3월 13일)는 “사실 확인도, 맥락도 확인되지 않는 문구를 ‘입맛대로’ 전하는 건 정파적 이해를 위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와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라며 “모두 비극 앞에 자중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는데요.
미디어오늘 역시 [사설/퍼즐조각 맞추기 게임 전락한 이재명 측근 죽음 유서보도] (3월 14일)에서 “유서 내용이라고 밝혀놓고 ‘유족은 유서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행태도 기막히다”고 꼬집으며 “마치 유서 전문이 공개된 것처럼 제목을 달고 단독 경쟁에 뛰어들”어 “한 글자라도 파악되면 속보성 보도를 쏟아냈다”며 “고인의 죽음이 가리키는 그 무엇을, 유리하게 해석해 포장하고 누구 탓으로 몰아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비공개를 악용해 언론이 유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인의 인격과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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