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IA 타이거즈 김선빈

나의 자랑, 우리의 자부심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2024년의 문을 닫았다. 하늘이 마치 호랑이 군단의 손을 들어준 것만 같았고, 많은 선수가 자신에게 걸린 기대보다 더 큰 활약을 해낸 일주일이었다. 시리즈를 앞두고 돌아와 완벽투를 보여준 제임스 네일부터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재개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다듬은 전상현, 그리고 생애 첫 만루포를 가장 중요한 순간 역전홈런으로 만들어 낸 김태군 등 신바람을 탄 타이거즈를 이길 존재는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날아다닌 선수, 다섯 경기 동안 5할이 넘는 고타율을 자랑한 김선빈은 쟁쟁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가장 빛났다. 팬들은 시리즈 내내 그의 타석을 손꼽아 기다렸고, 김선빈은 그 마음에 완전히 보답했다. KIA가 선수 한 사람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V12를 이뤄낸 덴 어떤 뒷이야기가 있었는지,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과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2017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만나는 <더그아웃 매거진>입니다. 인사 부탁해요! (11월 2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KIA 타이거즈 김선빈입니다. 이렇게 7년 만에 다시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 떨리네요.

지난 7년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우승하기 전까지 마음고생을 꽤 했죠. 올해 초에는 팀으로서 안 좋은 일도 있어서 선수들도 의기소침해지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사실이거든요. 근데 새로운 감독님이 오신 첫해에 바로 우승하게 돼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개인보단 팀의 상황이 먼저 떠오르나 봐요.) KIA 타이거즈라는 로고를 가슴에 박고 있기 때문에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어요.

통합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승 후에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어요.
한 달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서울에 있는 스포츠 언론사부터 방송국, 또 광주 지역 방송사를 다 돌아다니면서 진짜 힘들게 보냈거든요. 그래도 행복한 힘듦이었어요. 재밌기도 했고요. 12월부터는 다시 운동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인터뷰를 최대 몇 개까지 해봤나요?) 서울부터 광주에 있는 방송국까지 나흘 동안 33곳을 다녀왔어요. 하루에 거의 10곳씩 돌아다녔으니까 인터뷰도 하루에 10개씩은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질문들이 다 비슷해서 어렵진 않았어요. 저한테 하는 질문보다는 감독님이나 단장님 관련 얘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웃음)

이번 시즌을 마지막까지 가장 후회 없이 보낸 선수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올해가 참 행복했습니다.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팀 성적도 만족스러웠으니까요. 마지막에는 통합 우승까지 했으니,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KS MVP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무려 0.588의 타율을 기록했죠. 시리즈 시작 전부터 감이 올라왔다고 했는데, 휴식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요.
일단 정규 시즌을 치르던 9월에 타격감이 좋아서 그걸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사실 저는 그 감을 유지하려고 경기에 나가기보단 일단 좀 쉬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되면 엔트리에서 빠지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시즌 후반에는 야구장에 나와서도 치료를 받고 푹 쉬었던 게 한국시리즈 때도 통했다고 봐요. 시리즈 시작 전에 연습 경기를 할 때도 좋았던 감이 이어졌거든요. 그때 속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나오면 안 되는데’ 싶었어요. 시리즈 시작해도 그 타격감이 유지돼서 다행이었죠.

이범호 감독과 대화하며 훈련량도 줄였다고 들었어요.
저는 쉬는 게 좀 중요한 편이에요. 한국시리즈 때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쉬면서 그 감을 유지한 게 통했어요. 이건 선수마다 다른데, 연습량을 늘려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가 있는 한편 자기가 해온 루틴대로 하는 선수도 있어요. 사실 전 어렸을 때는 운동량이 많은 편이었어요. 근데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김기태 감독님을 만났는데, 경기에 자주 나가니까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감독님이 경기 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줄일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그렇게 했더니 그해에 타격왕을 차지했고요. 그리고 마침 이범호 감독님이 그때 같이 선수 생활을 했으니까 저를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면, 연습은 쉬고 치료받으면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셨어요.

4차전에서는 상대 선발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때 분위기가 크게 넘어간 듯했는데,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요. 당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나요?
절대 의도하지 않았죠.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기보단, 그냥 빨리 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빨리 결과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또 파울이 계속 나와서 우연히 원태인 선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 했던 거고요. 그래서 그때 상황을 보시면 저는 초구부터 쳤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승부가 길어진 거죠. 원태인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팀에게는 도움이 된 순간이었어요.

김태군과 한 표 차이로 한국시리즈 MVP 수상이 갈렸잖아요. 둘이 따로 나눈 대화도 있었나요?
아뇨. MVP에 대해서 딱히 대화 나눈 건 없어요. 태군이도 워낙 잘했지만, 5차전이 끝나고 나서 태군이도 어느 정도 짐작했을 거예요. 저도 그때쯤 MVP 확정인 걸 알고 있었거든요. (내가 한국시리즈 MVP를 받겠다고 확신할 때의 기분은 어때요?) 그냥 ‘됐다!’ 싶었어요. 뭐 하나라도 받았다. 왜냐면 1, 2, 4차전에서 제가 데일리 MVP를 못 받았잖아요. 그래도 제일 큰 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죠. (부상으로 받은 차는 직접 몰 계획인가요?) 아직 안 나왔는데, 장모님께 드리기로 했어요.

가을야구에서는 미친 선수가 한 명 나와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미친 선수는 누구였다고 보나요?
그런 선수가 많았죠. 일단 저도 있고, 태군이도 있고요. 네일도 그렇고, 1차전에 잘 던진 상현이도 있고요. 나머지는 시구하고 끝났지만요. (장난) 제가 상현이를 놀렸거든요. 시구 잘 봤다고요. 그러니까 그냥 ‘아, 예’ 하고 말던데요? 사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팀원 모두가 필요한 때에 고루고루 다 잘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미쳤던 선수는 아마…) 예. 제가 제일 미쳤던 것 같아요.

#리더의 자격

감독 이범호의 따뜻한 카리스마가 화제가 됐죠. 여러 감독을 만나본 베테랑으로서 특별히 느낀 매력이 있을까요?
감독님한테는 편안함이 있어요. 선수들이 다가가기 쉽게 먼저 장난도 자주 치시거든요. 원래 감독님들은 선수 라커룸에 잘 안 들어오세요. 근데 이범호 감독님은 어느 구장을 가든 선수 라커룸에 자주 방문하시죠. 이게 우리 팀 고참은 감독님하고 워낙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상관없는데, 어린 선수들은 감독님이라는 분이 라커룸에 들어오는 걸 불편해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한 말씀 드렸죠. 그만 좀 오시지, 왜 그렇게 자주 오냐고요. 그러니까 감독실에 혼자 있는 게 외롭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워낙 따뜻한 분이세요. 저희가 호주에서 스프링 캠프를 할 때, 감독님 자리가 공석이었거든요. 근데 그냥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범호 감독님한테 가서 장난쳤어요. “감독님 되셨다면서요?”라고요. 그러니까 아직 아니니 조용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선수 한 명 한 명의 성격도 전부 알고 계신 분이거든요.

선수 시절처럼 라커룸에 들어와서 얘기를 나누는 건가요?
아뇨. 선수들 사인을 받으세요. 일단 올해는 (김)도영이가 감독님께 사인해 드리느라 제일 바빴고요. 도영이 말고도 다른 선수들한테도 사인만 받고 그냥 나가세요.

선배로, 코치로, 감독으로 만나게 된 ‘사람 이범호’는 무엇이 다른가요?
변함이 없다고 느껴요. 선수 시절에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해 주신 선배였고요. 코치님 때도 선수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말을 자주 해주셨고, 감독이 되신 후에도 변함없이 선수들이랑 거리감 없이 지내려고 하시는 게 정말 한결같으세요. 그래서 인간적으로도 정말 존경하죠. (선수 시절에는 함께 내야를 지키기도 했잖아요.) 선배가 코치님이 되고, 또 감독님이 되는 걸 보면 새삼스럽긴 한데, 저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아직 지도자 생각은 없어요. 일단 (최)형우 형 나이까지는 선수 생활을 하고 싶거든요.

이번 시즌이 끝나고는 김주찬 코치도 돌아왔잖아요.
시즌 중에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하면 코치님한테 장난을 많이 쳤거든요. “언제 오실 거예요?”라고 하면서요. 사실 김주찬 코치님 성격 자체가 이범호 감독님하고는 다르게 먼저 다가오시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코치님을 기다리기보다는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코치님과 후배 선수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해야죠. 자기 살길은 자기들이 만들어야 하니까요. (웃음)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지도자가 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언젠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해요. 솔직히 지금까지는 코치라는 자리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아직 멀다고 봤어요. 근데 제가 고참이다 보니 어린 선수에게 조언해 줄 때 저도 모르게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특히 수비를 가르쳐 줄 때요. 저도 처음부터 수비를 잘했던 선수가 아니었잖아요. 여러 코치님의 가르침을 거치면서 배웠던 게 도움이 됐고, 그걸 또 어린 선수들에게 가르쳐주는 게 즐겁더라고요. 근데 저는 코치님들한테 완전히 의지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사실 야구는 저희가 하는 것이니까 선수 스스로 답을 찾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코치님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슬럼프가 오면 혼자 해결하려다가 벽에 부딪히면 코치님들께 가거든요. 그래서 자기 것을 시도하다가 어려울 때 지도받는 걸 추천하죠.

#다시 한번 압도하자

최근에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 그리고 이순철 해설위원의 양복을 맞춰줬다고 들었어요.
이순철 위원님은 제 스승이기도 하셨어요. 코치님 시절에 신발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보답으로 정장 한 벌을 맞춰드리고 싶었고요. 찬호는 골든 글러브를 못 받으면 다시 돈 보내라고 하면서 맞춰줬어요. 도영이는 시상식을 자주 다닐 거니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또 원준이는 이웃 주민이거든요. 엄청 가까이 살아서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박찬호, 최원준은 내년에 FA고, 김도영은 슈퍼스타잖아요. 사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죠.

최원준이 아들 서준이와 특히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어떤 삼촌이에요?
일단은 둘의 정신 연령이 좀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들이랑 너무 잘 놀아주거든요. 솔직히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놀아주는 게 고마워서 정장을 선물한 것도 있죠. 내년에 FA니까 잘하라는 의미도 있고요. (저번에 물어보니 둘이 똥 얘기도 한다던데요.) 별의별 얘기를 다 합니다. 그런 점에서 둘이 정신 연령이 맞아요. 저는 그 대화에 안 끼죠. 알아서 놀라고 놔두고 그냥 가만히 있어요.

이번에 팬 페스티벌에서 직접 제작한 물병도 팬에게 나눠준다고요. 그건 어떻게 계획하게 됐나요?
한국시리즈 MVP를 받고 나서 아내와 얘기했던 게 팬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문제는 수량을 어떻게 하느냐였는데, 다 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천 개 정도로 정해서 제작하게 됐죠. 디자인도 아내가 직접 정했고요.

내년 스프링 캠프를 떠나기 전에는 박정우와 한준수를 데리고 미니캠프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스프링 캠프 시작하기 전에 매년 제주도에 가서 운동했는데, 작년에는 원준이랑 찬호, 정우를 데려갔어요. 함께 갔던 선수들 모두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 더 가면 어떨까 싶었는데, 지난 1월에는 캠프 마지막쯤에 제주도 날씨가 별로 안 좋았어요. 눈도 왔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날씨도 잘 알고 있는 오키나와로 가려 해요. 찬호는 흔쾌히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준수는 제가 한번 꼭 데려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는 구장에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오거든요.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주니치 드래건스 선수들이 오는데, 특히 대부분 투수들이 와요. 그래서 준수가 일본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번엔 일본 팀이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머쓱) 그냥 데려가서 훈련 시켜야죠. 이번에는 스프링 캠프 떠나기 한 3일 전에 돌아와요. 스프링 캠프에서는 팀 훈련을 해야 하니까 그전까지 연습하고 몸을 만들어오는 게 중요하니까요.

지난 163호에 출연한 곽도규도 그렇고, 선수들이 KIA라는 팀 자체를 무척 사랑하더라고요. 팀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어떤 것이 영향을 줬다고 보나요?
올해는 우리가 정말 한 팀이 됐다고 느꼈어요. 감독님부터 코치님들, 프런트, 어린 선수나 중고참, 베테랑 선수 모두 다 하나가 된 시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올해 좀 잘 모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역시 감독님이 있죠.

시즌 초부터 흔들림 없이 1위를 지킨 KIA지만, 그 속에 위기도 몇 차례 있었잖아요.
부상 선수들이 나왔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죠. (이)의리랑 (윤)영철이가 아프면서 선발 투수가 많이 빠졌잖아요. 그런데 그 자리를 (황)동하나 (김)도현이가 훌륭하게 메꿔준 덕분에 1위를 유지하지 않았나 싶어요.

#나의 자랑, 우리 아빠

지난 인터뷰에서는 결혼 이후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었다 했어요. 7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만큼, 아빠로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우선 아들의 에너지가 감당이 안 되고요. 그래서 제가 원준이를 자주 부르는 것도 있어요. 사실 저는 아빠가 돼도 똑같은 것 같아요. 후배 선수들한테 대하는 거랑 아들한테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이 대해요. 저는 아들을 좀 풀어놓는 스타일이거든요. 워낙 에너지가 많고 활발한 아이여서, 위험한 상황에 아내는 아이를 저지한다면, 저는 그냥 두고 봐요. 다쳐봐야 위험한 행동도 안 하겠다 싶어서요. (딸이라면 달랐을까요?) 달랐겠죠. 안고 다녔을걸요. (웃음)

‘아들 천재’인 것 같아요.
사실 아들은 엄마보다 저를 더 좋아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엄마보다 제가 주로 혼내거든요. 근데도 항상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좋냐고 물어보면 저를 고르더라고요. 선수 김선빈의 아들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나 봐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랑을 하도 하고 다녀서 가끔 힘들어요. 한번은 아내랑 아들이 야구장 오는 길에 택시를 탔어요. 어차피 목적지가 야구장이니까 택시 기사님도 승객이 팬이라고 생각하실 거잖아요. 근데 아들이 아내한테 ‘엄마, 오늘 아빠 경기 나온대?’ 이렇게 은근슬쩍 물어봤대요. 이 말을 들으면 기사님도 궁금하니까 아빠가 누구냐고 물어보실 거 아니에요? 그럼, 아들이 가만히 있다가 “저희 아빠는요~”하고 뜸을 들여요. 그렇게 잠깐 쉬고 “김선빈이에요! (우쭐)” 이렇게 얘기한대요. 또 병원에 가서도, 누가 아들한테 잘생겼다고 칭찬해 주셨대요. 그러니까 아들이 “저 김선빈 아들이어서 그래요”라고 했다는 거예요. 또 저희가 사는 아파트에 한국시리즈 MVP 수상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주셨거든요. 근데 아들이 경비실에 찾아가서 이 플래카드 1년 동안 떼지 말아 달라면서, 오랫동안 걸어주시라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좀 특이하긴 해요.

야구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서준이가 야구선수 되는 것에 꽤 관심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제가 운동을 시키는 건 아이 에너지를 빼서 빨리 재우려고 그러는 건데, 본인도 운동을 재밌어 하더라고요. 근데 서준이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거든요. 야구에 꽂히면 야구만 하다가, 또 축구에 빠지면 내내 축구만 하고요. 지금은 색종이에 관심이 생겨서 하루 종일 비행기만 100개씩 접고 있어요. 그러다가도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가 생기면 종일 그림만 그리고요. 사실 저는 신체 조건이 운동선수로서 좋지 않은 편이니까 아들도 키가 작을 확률이 있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힘들었기 때문에 야구를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죠. 그래도 야구하고 싶다고 하면 시키긴 할 텐데 재능이 없으면 바로 그만둬야죠. (둘 다 잘한다면 투수와 야수 중 어떤 걸 추천할 거예요?) 아들이 왼손잡이라 투수를 시키고 싶긴 한데, 아내는 야수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우타자로 만들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둘 다 찬성이지만 그래도 투수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밸런스 게임을 하나 준비했어요. 3번을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으로 만들기 vs 미래 KIA 선수 서준이에게 물려주기!
이건 반반이에요. 영구결번이면 아무도 못 쓰는 거잖아요? 근데 또 아들이 저와 같은 3번을 달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사실 서준이가 프로에 들어오려면 지금부터 13년은 더 있어야 하거든요. 제가 은퇴하고 나서 서준이가 프로에 들어올 때까지 3번이 그대로 비어 있을까요? 아니면 그때까지 제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앞으로 13년은 더 선수 생활을 해야겠네요.) 구단주님께 빌어봐야죠. 솔직히 영구결번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영구결번을 가지신 두 분이 너무나도 레전드시고,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커리어를 갖고 계셔서 저는 힘들다고 보거든요.

#빛고을의 자부심, 타이거즈

천만 관중 시대에 광주의 자랑이 됐어요. 시내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알아보겠어요.
원래 광주에 KIA 팬분들이 워낙 많아서 어딜 가든 다 알아보세요. 식당을 가든 슈퍼를 가든 편의점을 가든 커피숍을 가든 전부 다 알아봐 주시거든요. 그전부터도 자주 인사해 주셨지만, 올해는 특히 더 늘었죠.

내년에 더 발전시키고 싶은 것도 있을 듯해요.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까요?
내년에 보완하고 싶은 점은 따로 없고요. 이제 거의 고참급 선수기 때문에 그저 부상 없이 무사히 한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커요.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면 좋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팀 성적이 먼저라 개인 성적은 별로 욕심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2024년 큰 응원을 보내준 KIA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이렇게 인터뷰하게 돼서 영광이었고, 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돼서 더 뜻깊었습니다. 팬 여러분 덕분에 올 한 해 행복하게 잘 보냈고요. 그렇지만 이 행복은 이번 해에 묻어두고 새해엔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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