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절반이 2030... 확 젊어진 춘천마라톤

춘천/김영준 기자 2024. 10. 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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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달려유 크루' 회원들. 올해 춘천마라톤에는 러닝 크루(running crew)를 중심으로 2030 세대가 대거 참가했다. 전체 참가자 중 절반에 달했다. /장련성 기자

“달려!” “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춘천 공지천에 퍼졌다. 27일 오전 2024 춘천마라톤(조선일보·춘천시·대한육상연맹·스포츠조선 주최)에 참가한 러닝 크루(running crew) ‘달려유 크루’ 회원들이 리더 심영보(32)씨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충북 청주에서 활동하는 ‘달려유 크루’는 회원 수가 100명에 달한다. 이번 춘천마라톤 선착순 참가 신청이 1시간 만에 마감돼 신청에 성공한 회원은 18명. 하지만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크루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11명이 새벽부터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춘천에 왔다.

18명 참가자는 ‘달리자’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으로 디귿(ㄷ) 모양을 만들어 기념사진을 찍고선 춘천 풀코스를 완주했다.

춘천마라톤이 젊어지고 있다. 올해 참가자 2만707명 중 20~30대는 1만307명. 전체 49.7%다. 지난해 36.2%(2만321명 중 7371명)에서 크게 늘었다. 2030 달리기 열풍 기저에는 크루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날 마라톤 출발·도착지 근처에선 2030이 주축을 이룬 크루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몸을 풀거나 사진을 찍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크루 이름이나 상징 문양을 새겨넣은 깃발을 만들어와서 흔드는 이도 많았다. 참가하진 못했더라도 카메라를 가져와서 동료들 달리는 모습을 담아주는 ‘크루 동지’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박세리(27)씨도 함께 출전한 ‘윈터런’ 크루 동료 12명과 함께 춘천마라톤을 달렸다. 박씨는 2년 전 서울로 이사 와서 동네와 익숙해지고자 러닝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러닝 크루에서 뛰고 있었고 이제는 직접 크루를 만들어 춘천마라톤에 나섰다. 원래 뛰던 크루가 겨울 휴식기를 가지자 마음 통하던 동료와 함께 겨울에도 달리기를 하자며 새로 크루를 만든 것. 처음부터 올해 춘천마라톤을 목표로 삼았고, 회원이 200명까지 늘어났다. 춘천마라톤에 나선 13명 모두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박씨는 “서로 독려해주고 응원하면서 힘들어도 한 발 더 뛸 수 있게 된다”며 “회원들과 함께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기분 좋게 돌아가겠다”고 했다.

27일 2024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러닝 크루 '윈터런' 회원들. /장련성 기자

이날 춘천에서 만난 2030들은 “사회 생활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목표 의식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박씨는 “요즘 결혼도 어렵고 집값도 올라서 무언가 이루기가 참 어렵다”며 “달리기는 뛰는 족족 결과(기록)를 확인할 수 있고 열심히 하면 기록이 단축된다. (노력에 따른) 성취감을 상대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연천에 사는 이승현(33)씨는 “우리 2030이 특히 경쟁이 심한 시기를 사는 것 같다”며 “달릴 때는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남들을 이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이기면 된다. 성취감이 다르다”고 했다. 3개 크루에 동시에 가입해서 활동한다는 전희수(37)씨는 “달리기는 시작할 때 골프나 테니스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쉽게 입문할 수 있다”고 했다.

2030에게 달리기는 그저 뛰는 행위가 전부는 아니다. 하나의 문화 생활이다. 고급 러닝화, 의류, 스마트 워치 등을 사면서 소비가 주는 즐거움도 맛본다. 최근 유행한다는 카본화는 10만~15만원 웃돈을 얹어줘야 구할 수 있고, 러닝용 시계 가격이 수십만원에 이른다. 러닝 5년 차 김대호(29)씨는 “신발도 대회용, 조깅용, 연습용 따로 여러 켤레를 가지고 있고 시계도 많이 구매해서 뛸 때마다 바꿔 낀다”며 “대회 참가 비용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달리기에) 1000만원 가까이 썼다. 재밌어하고 행복해하는 일에 쓰는 거라 아깝지 않다”고 전했다.

이미 2030에겐 일상의 일부로 뿌리 내린 소셜미디어도 달리기를 자극하는 촉매다. GPS 기반 운동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달리기 기록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유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코스를 뛰었는지뿐 아니라 속도와 보폭 등 기록도 나눈다. 오프라인 달리기를 온라인에서도 즐기는 셈이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이민균(29)씨는 “인스타그램에 운동 기록을 올리면 나중에 다시 돌아보기 좋고, 과거와 현재 기록을 비교해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남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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