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문화·역사의 산실 ‘경성의 핫플’… 최고호텔로 우뚝 서다 [K브랜드 리포트]
독일건축가 설계 조선 최대 럭셔리호텔
유럽 고성 옮겨놓은 듯 건축미 뛰어나
엘베·레스토랑 등 서양 최신 문물 소개
정치·문화 당대 주요 명사들 드나들어
‘황제의 스위트룸’ 201호 영빈관 역할
포드 前 대통령·김구 등 VIP 머물러
한 세기 넘어 ‘서울 랜드마크’ 자리매김
레고 브릭 재현 ‘시간여행’ 특별전 마련
“진선진미한 조센호테루 낙성-본일부터 개업.”(1914년 10월10일자 매일신보)

“은주 어머니는 송빈이와 은주더러 활동사진 구경이나 갔다 오라 하였다. 송빈이는 우미관으로 갈까 단성사로 갈까 하는 은주를 데리고 조선호텔로 온 것이다. 전에 윤수 아저씨를 따라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로오즈 가아든’으로였다. 호텔 후원에는 여러 가지 장미가 밭으로 피었는데, 오십전만 내고 들어오면 꽃구경은 물론이요 이왕직 악대의 음악 연주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주고 나중에는 활동사진으로 금강산 구경까지 하는 것이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태준 소설 ‘사상의 월야’(1941)에는 당시 조선호텔이 신문물이 가득한 랜드마크이자 개화기 청년인 송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으로 묘사된다. 실제 1918년 일반인 손님에게 문호를 개방한 조선호텔 후원 로즈가든은 당대에는 매우 귀했던 문화 행사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음악 연주 및 야외 영화 상영이 이뤄지는 등 국내 문화 예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조선호텔에서 로즈가든을 개방해 미국의 유명한 ‘파라마운트’ 회사 총대리점의 협찬으로 활동사진을 매주 교체 상영”했다는 1923년 신문 기사가 남아있기도 하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한 최초의 뷔페 레스토랑은 1970년대에 오픈한 ‘갤럭시(Galaxy)’로 현재 웨스틴 조선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Aria)’의 전신이 된 곳이다. 오찬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와 콜드미트, 생선, 치즈 등 서양인들을 위한 양식 메뉴들을 비롯해 한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였다. 이후 뷔페는 곧 트렌드가 되어 조선호텔을 필두로 모든 호텔이 뷔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조선호텔 재건축 후 개관한 뷔페 레스토랑 ‘갤럭시’는 ‘카페 로얄’로 간판을 변경했다가 2008년 지금의 ‘아리아’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근·현대 역사의 현장… 201호에 묵은 인물들
1914년 문을 열면서부터 대표 호텔로 자리매김한 조선호텔의 숙박객 명단은 정치, 사회는 물론 예술과 문화의 주요 인사들로 빼곡하다. 특히 ‘임페리얼 수우트(imperial suite·황제의 스위트룸)’라고 불리던 특실 ‘201호’에는 1940∼50년대 격동의 시기, 해방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인물들이 거쳐 갔다.

201호가 아니더라도 국빈이 방한한다거나 외국 고위·저명인사가 한국을 찾을 땐 대부분 조선호텔에 머물렀다. 1950년 6·25 전쟁 당시에는 메릴린 먼로와 밥 호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위문공연차 한국에 왔다가 숙박했다.
이후에도 조선호텔은 1971년 6월 제2차 남북 적십자회담 본회의가 열리는 등 역사의 현장으로 남았다.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등 미국 대통령이 국빈방문했을 때 투숙하는 등 ‘영빈관(迎賓館·국빈 전용 숙소)’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포드 전 대통령이 키신저 국무장관, 해외 언론인 303명 등과 함께 방한하면서 건물을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포드 방문을 기념해 조선호텔은 야외수영장의 이름을 지금까지 ‘포드 수영장’이라고 부른다.

처음 지어졌던 110년 전에는 ‘경성조센호테루’였고 지금은 ‘웨스틴 조선 서울’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내 최초 럭셔리 호텔의 시대를 알렸던 조선호텔은 정체성을 나타내는 ‘조선’이라는 호칭을 유지하며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호텔로 성장해 왔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110년 전, 1914년의 조선호텔의 모습을 레고 브릭으로 재현한 특별전 ‘헤리티지 조선호텔로 시간여행(Time Travel to Heritage Josun Hotel)’을 지난달 30일부터 호텔 로비에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전시는 웨스틴 조선 서울을 시작으로 11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그랜드 조선 부산, 12월에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그랜드 조선 제주에서 고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식 홈페이지에서 연말까지 ‘조선호텔 헤리티지 홀’이라는 테마로 1914년 개관 당시 모습을 VR로 감상할 수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110주년을 맞아 고객 감사의 의미를 담아 다양한 이벤트와 1914년 당시 모습을 레고로 재현한 전시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110년을 이어온 노력과 열정으로 고객을 위한 최상의 환대와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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