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美국채 사자"… 2년물 금리 36년來 최대 하락
◆ SVB 파산 후폭풍 ◆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2년물 국채 금리가 역대급 변동성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사흘 동안 무려 106bp(1bp=0.01%포인트) 폭락하며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8일 5.05%를 기록하던 2년물 금리는 14일 장중 3.83%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1년 9·11 테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하락폭을 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미국 기준금리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데는 금융위기 공포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는 평가다. 우선 미국 금융권의 연쇄 도산에 대한 공포 속에서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주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하거나 중단할 시점이 당겨졌을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스트리트에는 연준이 무언가 무너질 때까지 금리를 인상한다는 격언이 있다"면서 "많은 투자자는 연준 긴축이 결론에 더 가까워졌을 것으로 봤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고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쏠림 현상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금융시스템 건전성에 큰 위험이 없더라도 주가 하락으로 고객이 은행을 신뢰하지 못하면 뱅크런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이슨 골드버그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은행 주식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인데, 현재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면서 "주식 시장의 신뢰 부족이 예금자 신뢰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자금 인출 사태와 은행 파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주일 새 세 번째로 파산한 미국 시그니처은행에서도 10일 하루에만 예금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빠져나갔다. 이 은행 역시 12일 SVB의 전철을 밟아 폐쇄됐다.
또 다른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2.3% 올라 1910달러 선에 거래됐다. 금 가격이 190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2월 초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 역시 이날 장중 28.7을 돌파해 5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클루센도르프 타이폰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대규모 은행 파산을 동시에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얼마나 많은 은행이 실제 영향을 받는지가 명확해질 때까지 변동성 높은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년물 국채 금리는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제프 킬버그 KKM파이낸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부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안 연준은 앞으로 덜 매파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요 금리도 이틀째 급락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는 전날(3.435%)에 비해 0.054%포인트 하락한 3.381%를 기록했다. 이 밖에 5년·10년 만기 등 주요 국고채 금리도 0.05%포인트가량 하락해 국내 국고채 금리는 3.3% 전후를 기록했다. 국내 주요 국고채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3.5%)를 모두 밑돈 것이다.
[이유진 기자 / 최현재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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