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녀온 마츠리] 가라쓰군치(가라쓰) 방문기①

조회 1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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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군치.

가라쓰군치는 작년 첫 일본여행을 경험하고 규슈에 뼈를 묻기로 결심한 뒤의 작년 가장 큰 목표였음. 여태까지 마츠리를 경험해본 적도 없었고, 가라쓰도 와본 적이 없고, 장기여행의 첫 목표(가라쓰군치)와 마지막 목표(야쓰시로 묘켄사이)를 둘 다 마츠리로 잡으면 또 재밌을 것 같아서 주요 일정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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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를 200%로 즐기는 건 첫째도 철저한 계획, 둘째도 철저한 계획이다! 가라쓰에 도착한 첫날엔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사진찍기 괜찮을 것 같은 곳을 꾸준히 찾았다.

아직 얼마나 큰 마츠리인지를 몰라서 인파가 얼마나 몰릴지 모른다는게 문제였음. 일붕이들은 마츠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꼭 참고하자. 특히 가라쓰군치는 10만 규모인 소도시 가라쓰에 무려 100만명이 몰린다고 하는데, 난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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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태풍 콩레이가 일본을 지나가게 되면서 축제 개최 여부가 쪼끔 불확실해졌음. 줫같은 마음에 본전이라도 뽑고자 게하에서 만난 퀘벡군을 데리고 나고야 성터로 왔었다.

나중에 여행기 쓰기는 할 듯하니까 이건 대충 넘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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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내일인 만큼, 가라쓰로 돌아와서는 사전 조사도 마무리한다. 원래는 이 사진 위치인 다리 건너에서 찍어볼까 싶었는데, 사진에 나오는 다리에서 찍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확신이 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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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시작되면 식사가 부실해지기 마련, 간단히 내장으로 기름칠을 해줬다. 저번에 글쓴 적 있는 식당이니깐 심심하면 읽어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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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일단은 주최 측에서는 비가 심할 경우에는 축제를 아예 취소하겠다고 공지했다.

아무래도 태풍이 오는거다 보니까 취소를 고려하는 건데, 이는 1819년 이래 가라쓰군치 역사 상에 없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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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태풍이 그칠 기세가 없어서 겁을 잔뜩 먹었다. 일단 낮 동안에는 축제 구경을 같이 하기로 한 일행(퀘벡군, 고치양)과 찢어져서 각자 숙소를 해결하기로 했다. 내 경우는 좀 친분이 있는 숙소를 잡아서 여유가 있는지라 근처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태풍이 장난없더라... 이거 축제할 수 있는 건 맞냐고!!

참고로 저거 논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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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왠 걸? 축제가 시작하기 1시간 전에 귀신같이 비가 싹 그쳤다. 가라쓰 사람들이 축제 음식을 서둘러 준비한다. 가라쓰군치 동안에는 친해지게 된 외지인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

사진에 나온 건 가라쓰의 축제 요리인 도미 조림 '아라'다. 크기만 봐도 알겠지만 30kg이나 나가는 대어들로만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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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순간...

가라쓰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상하게 큰 격납고들이 보일텐데 바로 이 히키야마들을 평소에 보관해두는 장소들이다. 축제에 쓰이는 히키야마들의 레플리카는 평소에도 <히키야마 전시장>이라는 곳에서 구경할 수 있는데, 이곳에도 진품 히키야마를 1대 보관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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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도파민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히키야마들이 각자의 보관 장소에서 나와 담당 마치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TMI. 전세계 어디든 가을에 열리는 축제는 대부분 추수감사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확량이 썩어넘쳐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걸 신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펑펑 써재끼는 것.

가라쓰의 경우는 옛 구획 기준으로 15개 마치에서 히키야마를 만들어 (현재는 1대가 소실되어 14대를) 신한테 공납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다. 신행 행렬(신사의 본체를 나들이 시켜주는 것)과 함께 퍼레이드를 벌인 다음 지정된 제사장에서 공납하는 행위(타비쇼신코)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추가로, 1600년대에 만들어진 가라쓰 신사의 건립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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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준비되며 가라쓰 성의 마스코트 가카냥도 시내를 활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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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 값진 경험을 바라며 잠깐 가라쓰 신사를 들렸다. 여기서 퍼레이드가 시작되는데, 첫날은 제사와 관련없는 거라 시내만 돌아다니다가 끝나고,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가라쓰 신사에서 출발해 니시노하마의 제사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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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장소로 몰려가는 히키야마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뒤따른다. 하지만 나는 미리 생각해둔 장소로 가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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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가 몇번 정찰해둔 1차 지점. 아직은 사람이 없지만 곧 몰릴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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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마주친 혼마치의 히키야마. 출발 지점으로 가고 있던 건데 사진빨을 어마어마하게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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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나이데스까라~ 경찰 인력들도 꽤 투입된다. 아무래도 도시 인구의 10배나 되는 사람들이 몰리는 거니깐 엄청 바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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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치의 히키야마는 정말 사진이 잘 찍히는 듯...

참고로 히키야마마다 노래도 조금씩 다르다. 구호가 다르거나, 사용하는 악기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각 동네마다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응원 분위기도 다 다르다. 나름의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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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야마 중에 사무라이들이 살던 구획에서는 유명한 사무라이를 히키야마에 모델로 삼는 듯?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 모양의 히키야마가 저 중에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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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4대를 본 건가... 싶었는데 가장 상징적인 도미 히키야마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까 퍼레이드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는 걸 방지하려고 몇몇 히키야마는 미리 앞쪽으로 빼놨더라고.

일단 모든 히키야마가 다리를 건넌게 확인됐기 때문에 나도 작계대로 움직여야 한다. 고치양과 함께 원래는 건너편 다리인 2차 지점으로 가려했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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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머리를 좀 더 굴려서 차라리 1시간 뒤에나 퍼레이드가 도착할 3차 지점에 미리 가있기로 결정한다. 여유도 좀 챙기고 먹을 것도 좀 먹고, 자리도 억지로 낑겨들어갈 바엔 미리 명당으로 가면 좋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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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지점은 골목길로 점 찍어놨었다. 좁은 길을 지나가는 히키야마, 건물 테라스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이게 딱 바랬던 관경이거든~

여기는 진짜 동네라서 마당에 모여서 돗자리나 벤치를 피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또 어린이들도 참여하다 보니까 구경하던 부모님이 간식을 가져다주고 응원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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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우오야마치의 도미 히키야마. 강렬한 색감에 친숙하고 귀엽게 만들어진 덕분에 '가라쓰군치'라는 키워드하면 가나타마치의 붉은 사자 히키야마와 더불어 도미 히키야마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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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이게 웬일? 앞쪽 퍼레이드에 교통체증이 생기면서 도미 히키야마가 우리 앞에 딱 멈춰버린 것!

아까는 도미를 못 봐서 되게 아쉬워 했었는데 이번엔 바로 코앞에 세워졌다. 30분 동안이나 도미 히키야마를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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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데 안달이 나자 춤판, 술판도 벌어진다.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뒤에서 넘어온 다른 마치의 참가자들도 엉켜 서로 근황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음.

히라도에서 만났던 독일 할머니들은 가라쓰군치의 마츠리 음악을 하도 들어서 귀딱지에서 피가 날 것 같다며 질색하셨는데, 나는 지금도 머리 속에 "엔야~ 엔야~"하는 소리와 피리 소리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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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떠들석하다 떠나는 도미 히키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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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진빨 지리는 혼마치의 히키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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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골목길에서도 구경을 마치고, 인파에 휩쓸려 다른 장소에서 구경하고 있던 퀘벡군과 합류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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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히키야마가 시내 주도로를 지나며 퍼레이드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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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촌뜨기특)이게 일본여행 중 최대급 인파임. 시부야 스크램블 이런거 보면 기절할 듯ㄹㅇ. 진짜 과장 안 보태고 규슈에선 이런 날 아니면 절대 못 보는 인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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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넨! 사실 전야제는 찐막 퍼레이드도 있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내일을 위해 히키야마 전시장으로 모아두는데, 이때도 마지막으로 시내 행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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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내에도 히키야마를 드리프트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꽤 볼만함. 하도 드르륵드르륵거리다보니 이맘때쯤 가라쓰의 도로에는 히키야마의 다리에 긁힌 하얀 자국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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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하는 영상. 실제로 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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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케이드에서 대충 닭모양 히키야마를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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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역으로 돌아와 일행과 헤어진다. 의도치 않게 명당으로만 데려다 줘서 너무나 고마워하던게 기억에 남더라...

하지만 가라쓰군치는 아직 끝난게 아니다. 이제 1일차가 끝났을 뿐!!

가라쓰군치 진짜 재밌었음. 아직 도시 인구도 받쳐주다 보니까 마츠리꾼(외지인)을 쓰지 않고 진행한다는 것에 꽤 자부심이 있어서, 그 규모임에도 동네 사람들의 마츠리라는 느낌이 정말 강함. 가라쓰 근처 숙소가 2달 전부터 바닥날 정도의 대인기의 축제라는 점이 오히려 아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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