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불황에도 몇 달만에 1억 껑충…마곡·광교APT, 대기업 프리미엄

LG·DL 이전에 마곡 매물 실종…삼성 직주근접 수원·광교 중심 가격 고공행진
ⓒ르데스크

대기업이 들어선 산업단지 인근 아파트값이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풍부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고용이 지역 내 주거 수요를 꾸준히 뒷받침하면서 직주근접 아파트의 희소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기업 본사와 연구시설이 들어오면서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대기업 프리미엄’ 효과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소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정 기업의 존재 자체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피알페퍼는 대기업의 경우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만큼 해당 지역 주택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방어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입주로 매물 품귀, 마곡역 아파트값 끌어올리는 ‘프리미엄 효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대기업 입주 효과가 집값 상승으로 직결된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LG사이언스파크, S-OIL, 이랜드, DL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이 속속 이전하면서 마곡역 일대 아파트 시장은 매물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마곡엠밸리 14단지는 1270세대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전용 84㎡ 전세 매물이 전무했다. 인접한 15단지 역시 1171세대임에도 같은 평형의 매물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직주근접 입지의 희소성에 대기업 이전을 앞둔 임직원 수요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부동산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최근 대기업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는 마곡역 인근 아파트 단지들에서 전·월세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사진은 마곡역 인근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의 모습. ⓒ르데스크

가격도 빠르게 올랐다. 마곡엠밸리 15단지 전용 84㎡는 지난 2월 14억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넉 달 뒤인 6월 1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맞은편 단지 역시 지난해 11월 14억3500만원에서 7개월 만에 1억2300만원 오른 15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DL그룹 본사와 계열사의 마곡 이전과 맞물린다. 대기업 이전이 주거 수요 확대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의 마곡 이전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DL그룹은 계열사 전체가 ‘원그로브’ 빌딩으로 입주를 진행 중이며 이랜드그룹은 오는 9월까지 ‘마곡 글로벌 R&D센터’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미 이랜드건설, 이노플, 파크 등이 입주를 마쳤고, 이랜드월드·리테일·이츠 등도 순차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대명소노그룹도 내년 상반기 본사와 계열사를 이전하기로 확정 지었다.

대기업 입주로 인한 수요 증가는 직주근접 단지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회사와 도보 거리에 있는 단지는 이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가격 상승 압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인중개사 한상희 씨(51·여)는 “대기업 본사 이전을 앞둔 직원들이 몰리면서 거래가 사실상 조기 마감됐다”며 “6·27 규제 이후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마곡은 예외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매교역·광교신도시, 삼성 디지털시티 프리미엄에 집값 상승세 지속

삼성전자가 자리한 수원 디지털시티도 인근 아파트값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 최대 5만명이 근무하는 초대형 산업단지는 지역 내 안정적 수요의 핵심 축이다. 대표 지역은 매교동과 광교신도시로,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용면적 84㎡인 호실은 최근 9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보다 5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단지는 신축 아파트에 더해 단지 내 초·중·고교를 모두 갖추고 있어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삼성 직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 최근 입주를 시작한 매교역 인근 신축 아파드들은 삼성 디지털 시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매교역푸르지오SK뷰 단지 모습. ⓒ르데스크

광교신도시에서도 삼성 효과는 뚜렷하다. 2231세대 규모 ‘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두 달 전 15억6000만원에서 최근 16억4000만원으로 8000만원 뛰었다. 1764세대 규모 ‘자연앤힐스테이트’ 역시 지난 5월 16억원에 거래된 이후 한 달 만에 1억3000만원 오른 17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공인중개사 나현숙 씨(52·여)는 “광교신도시는 신도시라는 특성과 함께 경제력이 탄탄한 삼성 임직원들의 수요 덕분에 집값이 높게 형성돼 있다”며 “직장과 가까운 입지적 장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의 경우 5년 정도 근무하면 연봉이 2억 원에 달해 맞벌이 부부들에게 광교 아파트 가격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삼성 임직원의 꾸준한 수요 덕분에 광교신도시 집값은 삼성이 지탱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러한 현상을 ‘대기업 프리미엄’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임금 수준이 뒷받침되면서, 기업 인근 아파트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수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통망 확충과 생활 편의시설 개발이 맞물리면서 지역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대기업 효과가 지역 주택 시장 안정성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지역에 일자리와 소비를 동시에 창출한다”며 “특히 직주근접 수요가 강한 수도권의 경우 대기업 입주 효과가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주거 수요 구조는 경기 변동이나 기업 경영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산업도시에서 대기업의 구조조정이나 해외 이전으로 지역 주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요 거점에 입주한 삼성·LG·DL·이랜드 등은 단기간 내 구조조정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대기업 프리미엄’은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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