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CMA 2024 - 중국 브랜드, 한국보다 월등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노린다

사실 그동안 EICMA 현장을 방문하면서도 중국 브랜드들에 대해선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나마 일정 이상 규모로 부스를 차리고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메이저 브랜드들이야 한 번쯤 살펴보긴 했으나, 규모가 이에 못 미치고 별도 컨퍼런스가 없는 브랜드들은 시간 관계상 둘러보기 어려워 지나치기 일쑤였다.

다행히 이번 행사에서는 프레스 데이 이후 여유가 있어 중국 브랜드들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생각 이상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아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존 한국 브랜드들은 만들지 못했던 제품들을 선보인 곳도 많아 이제는 모터사이클 기술력에서만큼은 중국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 중국의 CF모토와 QJ모터, 론신 등 많은 중국 브랜드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는데,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제품을 선보였는지 살펴보았다.

 

CF모토

지난해 새로운 3기통 엔진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던 CF모토는 이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 675SR-R과 675NK를 공개하는 한편, 전기 모토크로스인 CF-X와 곧 선보일 신형 엔진 V.04도 깜짝 공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CF모토 675SR-R

675SR-R과 675NK는 3기통 수랭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89.7마력(66kW)/11,000rpm, 최대토크 68Nm/8,250rpm의 성능을 갖췄다. 제로백(0-100km/h)은 675SR-R이 3.6초, 675NK가 3.9초이고, 최고속도는 675SR-R이 220km/h, 675NK는 200km/h에 달한다. 여기에 엔진 진동을 줄이기 위해 엔진 패키지 최적화가 이루어졌고, 퀵 시프터를 더해 트랙에서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고.

CF모토 675NK

675SR-R은 레이시한 외관에 인체공학적 설계를 더하면서도,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위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프레임은 고강도의 크롬-몰리브덴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와 운동성 사이 밸런스를 잡았다. 675NK는 네이키드지만 차체를 개선해 라이더가 승차감과 공기저항의 영향을 덜 받도록 구성했고, 경합금 스틸 튜브 프레임으로 뛰어난 운동성과 코너링에서의 안정성을 제공한다. 서스펜션은 KYB 41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와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고, 브레이크는 앞 300mm, 뒤 240mm 디스크 브레이크로 높은 제동력을 확보했다. 계기판은 5인치 TFT에 스마트폰 연결 기능이 있으며, 이 외에도 OTA 업그레이드, TPMS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ZEEHO CF-X

CF-X는 CF모토의 전기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ZEEHO를 통해 선보이는 제품으로, 400V 구동 시스템과 고성능 모터를 탑재해 450cc 엔진과 동등한 성능을 낸다고. 서스펜션은 310mm 작동범위의 조절식 WP 서스펜션을 탑재했고, 시트고는 모토크로스답게 960mm로 설정했다. 그러면서도 무게는 125kg에 불과하다.

V.04는 CF모토가 곧 선보일 리터급 엔진으로, 997cc V형 4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56kW(212마력)/14,500rpm 이상, 최대토크는 114Nm로 예상하고 있다고. 고성능을 위해 커넥팅 로드와 흡배기 밸브에 티타늄을 사용해 부품의 경량화 및 강도를 두루 갖췄다고 한다. 또한 모토GP에서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역회전 크랭크 샤프트도 적용되어 있다.

 

QJ모터

지리 그룹 산하 모터사이클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QJ모터는 이번 EICMA 2024에 상당한 규모로 출전했는데, 놀라운 건 QJ모터뿐만 아니라 베넬리, 키웨이(MBP) 등 다양한 산하 브랜드의 전시 부스까지도 개별적으로 마련할 만큼 브랜드의 저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QJ모터 SRK1000RR

전시품도 놀라웠는데, 우선 QJ모터는 직렬 4기통의 리터급 엔진을 탑재한 슈퍼스포츠 SRK1000RR과 네이키드 SRK1000을 소개했다. 공통으로 적용되는 엔진은 수랭 4기통의 921cc 엔진으로 본격적인 호물로게이션 모델은 아니지만 최고출력 163.1마력(120kW)/13,600rpm, 최대토크 90Nm/11,000rpm의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갖췄다.

QJ모터 SRK1000

상세한 사양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앞뒤 서스펜션은 모두 올린즈 제품이 적용됐고, 브레이크는 브렘보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고성능 모델에 걸맞은 프리미엄 장비들이 두루 탑재됐다. 계기판은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SRK1000RR의 경우 전면에 카메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블랙박스 용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500급 모델 2종과 BKX 시리즈를 선보였던 베넬리는 이번엔 어드벤처 시장을 겨냥한 TRK902 익스플로러와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크루저인 레온치노 바버 400, 모터사이클 입문자를 위한 BKX125와 BKX125S를 공개했다.

베넬리 TRK902 익스플로러

TRK902 익스플로러는 904cc 수랭 2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00마력/8,500rpm, 최대토크 90Nm/6,500rpm의 성능을 낸다. 서스펜션은 50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와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고, 모두 압축과 신장, 예압을 모두 조절 가능한 방식이다. 브레이크는 앞 320mm, 뒤 260mm 구성이며 2채널 ABS와 트랙션 컨트롤, 전자식 스로틀에 기반한 주행모드 등을 더했다. 윈드스크린은 핸들바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고, 안개등이 기본 적용된다.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22L 연료탱크를 탑재하고 시트 하단에 별도의 공구함을 갖춰놓았다.

베넬리 레온치노 바버 400

레온치노 바버 400은 대담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60° V형 2기통의 384.5cc 엔진으로 최고출력 35.4마력/8,000rpm, 최대토크 36Nm/4,500rpm의 성능을 낸다. 크루저답게 벨트로 구동하는 방식이며, ABS와 트랙션 컨트롤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계기판은 클래식함을 살리기 위해 원형 스타일이지만, 내부에는 TFT 스크린을 탑재해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베넬리 BKX125S(왼쪽)와 BKX125

지난해 BKX300/S로 125cc를 막 벗어난 입문자를 노렸다면, 올해는 모터사이클에 막 입문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BKX125/S를 공개했다. 수랭 단기통 125cc 엔진으로 최고출력 15마력/9,500rpm, 최대토크 12Nm/7,500rpm의 성능을 내기 때문에 초심자도 부담없이 탈 수 있다. 서스펜션은 41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와 쇼크 업소버 조합인데, 포크는 압축과 신장, 예압을 모두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 탑재되고, 쇼크 업소버는 신장과 예압 조절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앞뒤 디스크에 ABS를 더해 안정적인 제동을 보여주며, 휠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BKX125가 스포크 휠, BKX125S가 캐스팅 휠이 적용된다. 시트고는 차이가 있는데, BKX125는 837mm로 BKX125S의 800mm보다 약간 더 높다.

키웨이 TX450R

키웨이에서도 여러 모델을 선보였지만, 그 중 눈에 띄는 건 본격적인 랠리 모델인 TX450R이다. 449cc 수랭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0마력/8,000rpm 최대토크 37Nm/7,000rpm의 성능을 내며, 세팅 조절이 가능한 서스펜션 시스템을 탑재했다. 휠은 앞 21인치, 뒤 18인치 구성이며, 공차중량은 145kg이다.

벤다 LFC700

벤다 역시 QJ모터 산하의 브랜드인데, 이 곳은 주로 크루저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쇼에서 공개한 모델 중 눈길을 끄는 건 LFC700으로, 크루저에 잘 사용하지 않는 언더슬렁 방식의 머플러와 함께 676cc 직렬 4기통 수랭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그동안 크루저 시장은 대부분 V트윈이나 병렬 트윈, 단기통이 대부분이었는데, 고회전의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가 어떤 주행감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성능은 최고출력 78.8마력/10,500rpm, 최대토크 60Nm/8,000rpm의 성능을 내며, 최고속도는 160km/h다.

벤다 다크 플래그 500 커맨더

또 하나 파격적인 모델은 역시 크루저인 다크 플래그 500 커맨더로, 이 모델도 수랭 4기통 엔진을 탑재했지만, 이번에는 V형 4기통이다. 496cc 엔진은 최고출력 54.3마력/10,000rpm, 최대토크 42Nm/7,500rpm의 성능을 갖췄고, 최고속도는 165km/h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스로틀, ABS, TCS 등을 갖췄다고.

 

론신(보그)

혼다의 XL750 트랜잘프나 야마하 테네레 700과 같은 미들급 어드벤처 모델들이 시장에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BMW 모토라드의 F 800/900 시리즈의 엔진을 제작하는 론신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보그는 지난해 투어링 시장을 겨냥한 DS900X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DS800 랠리를 이번 EICMA 2024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보그 DS800 랠리

수랭 2기통 798cc의 KEL800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93.8마력(70kW)/9,000rpm, 최대토크 81Nm/6,500rpm의 성능을 내며 최고속도는 190km/h다. 연료탱크는 24L가 탑재되어 장거리 여행용으로의 사용에도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은 다양한 노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KYB 조절식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휠은 앞 21인치, 뒤 18인치 구성이며, ABS와 트랙션 컨트롤로 안전한 주행을 보조한다. 어댑티브 헤드라이트를 비롯한 모든 등화류에는 LED가 적용되고, 계기판은 TFT 풀 컬러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연결 기능과 통합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편의기능도 대거 탑재했다.

 

코베

코베 모터사이클은 2017년에 설립되어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중국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4위를 기록할 만큼 돌풍을 일으키는 브랜드다. 충칭과 청두에 생산 공장을 두고 온로드부터 오프로드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단순히 제품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SBK에 참가하고 있는 코베의 모터사이클

놀라운 건 쟁쟁한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으로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데, 슈퍼바이크 챔피언십(SBK) 슈퍼스포츠 300 클래스에 참전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 펼쳐지는 ESBK 경기에서는 무려 3회나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2024 다카르 랠리에도 참가해 완주와 함께 바이크 부문 50위를 기록하는 등 온/오프로드 모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베 450 랠리 EX

이번 행사에 특별한 신제품은 없었지만 자사의 여러 제품을 전시했는데, SBK 참가 모터사이클과 함께 다카르 랠리를 완주해낸 450 랠리 EX 등도 함께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롱지아

롱지아의 정확한 이름은 닝보 롱지아 모터사이클로, 중국 저장성에 거점을 둔 모터사이클 업체다. 롱지아를 비롯해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는 빅토리아 모토라드, 전기 모터사이클 브랜드 와이렉스(wylex), ATV 브랜드 스카이트론 등으로 여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 빅토리아 모토라드는 국내에는 스쿠터 위주로 소개해왔지만, 스쿠터 외에도 비키라는 독특한 스타일의 클래식 크루저와 심플리 V7이라는 머슬 크루저도 판매하고 있다.

빅토리아 모토라드 심플리 V7

플래그십 모델인 심플리 V7은 675cc V트윈 엔진으로 최고출력 42.1마력(31kW)/6,500rpm, 최대토크 53Nm/4,500rpm의 성능을 내며, 최고속도는 155km/h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디스크에 ABS를 더했으며, 연료탱크 용량은 19.5L로 장거리 주행도 거뜬하다. 등화류엔 LED를 적용하고 계기판에 TFT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