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박재현 대표의 연임 여부에 시장의 관심에 쏠리고 있다. 최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박 대표의 연임 요구 사실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나 신 회장이 ‘4자연합’에 속해 공동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한미약품 지분 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멤버 10인 표심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대표의 임기는 29일 만료된다. 임기연장 여부는 정기 주총에서 결정되나 한미약품 이사회가 아직 열리지 않아 주총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안건도 올리지 못했으나 박 대표가 최근 신 회장에게 본인의 연임 문제를 거론한 만큼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 연임건에는 한미약품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41.42%)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신 회장(7.72%), 한양정밀(0.95%) 등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들의 지분만도 절반을 넘는 만큼 국민연금(11%), 일반 소액주주(38%) 등의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약 41%의 의결권을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의 표심이 사실상 박 대표의 연임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사회 멤버 10인에게 관심이 쏠린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진은 김재교·임주현·임종훈·심병화·김성훈 등 5인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사외이사(김성훈·최현만·김영훈·신용삼),기타비상무이사(배보경·신동국) 등이 있다. 박 대표는 송영숙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송 회장이 그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송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이사회 멤버로는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김재교 부회장 등이 거론되며 최현만 사외이사도 그의 의견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입성 당시 그는 송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모녀 측과 대척점에 있던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도 송 회장과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 동판 조형물 제막식에서 모녀와 기념촬영을 하는 등 갈등이 다소 봉합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안건이 직접적인 지분 다툼이 아닌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가 한미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는 신망 높은 경영자라는 점에서도 그의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임직원들은 신 회장이 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 회장 역시 박 대표의 유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송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주주인 신 회장의 경영개입을 최소화하고 전문경영인인 박 대표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 "연임 개의치 않겠다"
다만 박 대표는 이번 연임건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달 4일 한미약품 직원 100여명과 함께한 타운홀미팅에서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하든, 하지 못하든 개의치 않겠다"며 "한미를 비리나 일삼는 조직으로 매도하는 대주주에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달 24일 신 회장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의 연임 부탁을 받았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최근 박 대표가 연임을 부탁한다며 한미약품 본사 집무실로 찾아왔다"며 "그러나 구매·생산파트에서 여러 시스템상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에 박 대표는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어 연임을 쉽게 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정면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연임 문제가 면담 과정에서 언급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으나, 해당 발언은 일부에 불과했으며 외부에서 제기되는 대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대표 후보군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박 대표를 능가하는 적임자가 있다면 언제든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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