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96개국 11만 2312개 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직장인 중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로, 일을 할 때 걱정이나 화나 슬픔을 느끼는 비율은 2020년에 비해 줄어든 데 반해 스트레스 정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대퇴사 움직임, 원격근무 확대 등 일과 관련한 변화가 큰 상황에서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아시아경제>2022.8.25.)
*번아웃은 신체적·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져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증상을 뜻한다.
세계적인 번아웃 전략가이자 기업 컨설턴트 제니퍼 모스는 번아웃 학계 최고 권위자인 크리스티나 매슬랙, 마이클 라이터, 데이비드 화이트사이드와 함께 팬데믹과 직장 내 안녕이 번아웃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지원을 받아 46개국 1500명 이상의 직업인들에게 받은 응답에 따르면 번아웃은 전 세계적인 문제였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95년생)가 가장 높은 수준의 번아웃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주된 이유는 업무상의 자율성이 크지 않고 직급이 낮으며 금전적 스트레스 요인이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특히 더 번아웃에 취약할까?
밀레니얼 세대는 가장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세대다. 런던 기반의 조사 분석 기업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열 명 중 세 명은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1인 가구 생활이 우울감, 삶의 질 저하, 건강 문제와 결부된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일자리 수가 급감과 반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더 많은 청년이 거액의 학자금 대출을 떠안은 채 만성적인 자격 과잉 상태로 자신의 교육 수준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일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서 자격 과잉이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현상을 가리킨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불안정한 구직 시장으로 인해 청년들이 학교로 돌아가거나 더 높은 학위 과정을 밟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대학 생활이 연장되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대학 등록금은 연간 4.8퍼센트씩 상승했다. 학자금 대출을 떠안은 대학생들은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 자격 과잉임에도 기준을 낮춰 취업한다. 이것은 대학 교육을 마친 밀레니얼 세대에게 충격적인 현실이다. 학력 수준이 더 높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번아웃은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직장인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그중 71%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한국경제TV>2022.09.19.), 재단법인 청년재단이 5000명 이상의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번아웃 테스트에 따르면 설문 대상 청년 중 81.3%가 55점 이상의 높은 번아웃 지수를 나타냈다(<서울경제>2022.09.23.).
저성장 시대의 경쟁 심화,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많은 업무량과 높은 집단의식도 한국인들의 번아웃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욕과 효능감 저하, 소진, 냉소, 만성피로, 극심한 무력감 등을 초래하는 번아웃은, 심하면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곧 직장 내 창의성과 생산성, 성과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를 쓴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생산성’으로 시작해 ‘덕과 업의 일치’, ‘워케이션(workcation)*’으로 이어지는 밀레니얼 세대의 삶이 경쟁과 비교, 효능감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져 자신을 착취하고 소진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니퍼 모스의 책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The Burnout Epidemic》를 “자신이 번아웃을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번아웃을 겪는 동료를 자주 목격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리더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이 책에서 제안하는 조언들(직원들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끼지 않도록 마이크로매니징을 줄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라거나, 구성원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고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라는 등)이 주치의로서 내담자에게 제안하는 회복 방안들과 매우 닮았다고 말하며, 자율성과 빈약한 인간관계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정신건강 전문의로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직의 최대 문제는 세대 차이가 아니라 번아웃이다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는 리더와 직원 개개인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직장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는 번아웃 안내서다. 이 책에서 저자인 제니퍼 모스는 실제 번아웃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을 포함한 전 세계 46개국 1500명의 리더 인터뷰와 사례, 팬데믹 시기를 관통하는 번아웃 관련 최신 심리 이론과 번아웃 최고 권위자들과의 공동 연구 결과 등을 총망라하여 번아웃이라는 현상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번아웃의 여섯 가지 근본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 통제력 상실, 보상 또는 인정 부족, 빈약한 인간관계, 공정성 결여, 가치관 불일치’를 꼽는다. 더불어 근본 원인의 해결책이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에게 있으며, 번아웃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번아웃은 사람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제”라는 진리를 되새기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스는 이 책에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번아웃을 예방하고 번아웃에서 회복하기 위해, 일에서 의미를 찾고, 회복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며, 행복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기를 권한다. 그는 직원들의 행복을 빼앗는 게 아니라 뒷받침해줄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말한다.

글 제니퍼 모스
사진 심심
정리 심심, 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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