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KIA, 2025시즌에 없던 것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진행된 고양 히어로즈와의 KBO 가을리그 경기에서 2루수로 선발 출전한 2026 육성선수 황석민. /김여울 기

그라운드에 오르는 선수들을 모두 ‘승리’를 목표로 한다.

이기기 위해 뒤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한다.

정해놓은 틀 안에서 팀으로 훈련을 하기도 하고 개인으로 노력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노력은 한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무엇이 다른 결과를 만들까? 무엇이 팀을 강하게 만들까?

지난해와 다른 KIA의 결과를 보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보고, 또 다른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선수에게서 그 답을 얻었다.

매 경기 경쟁을 하고 강한 훈련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광주FC 박인혁. /김여울 기자

#광주FC 박인혁

야구 도시 광주에서 광주FC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정효’라는 남다른 지도자의 지휘 아래 광주FC는 특별한 팀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에도 광주는 K리그 팀 유일하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무대를 밟은 팀이 됐고, 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 진출을 이루면서 12월 6일 ‘골리앗’ 전북현대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눈길 끄는 질주를 이어오고 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계 전지훈련 도중 ‘살림꾼’ 정호연이 미국 무대로 떠났고, 정호연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박태준은 시즌 도중 입대했다.

지난 5월에는 주전 풀백 김진호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에이스’ 아사니는 논란 속에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이란 리그로 떠났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이어졌다. 여기에 국제축구연맹(FIFA) 연대기여금 송금에 문제가 생겨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쉽지 않은 시즌에도 이정효 감독과 선수들은 핑계가 없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감독은 밤낮을 잊고 전술을 짜고, 직접 훈련에 나서 선수들을 경쟁시켰다.

선수들은 매주 원점에서 라인업 경쟁을 하면서 실력을 쌓고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광주는 지난 25일 FC안양을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박인혁이 정지훈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광주의 1-0 승리로 끝났다.

29일 박인혁을 만났다. 앞선 득점 상황, 얼마 남지 않은 시즌 각오 등을 듣기 위해서였다.

11월 2일 광주FC는 제주SK FC를 상대로 홈경기를 갖는다.

앞선 경기 결승골 주인공이지만 박인혁은 다음 경기를 위해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고,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뛸 수 있고 없고가 정해진다. 감독님한테 좋은 모습 어필해야 한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 훈련 때 잘 보이자는 마음으로 운동을 한다. 그래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광주FC에 지난 경기는 지난 경기다. 원점에서 광주FC는 앞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맞춰, 다음 상대를 위해 광주FC는 집중한다.

앞선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든, 어떤 경력을 가진 선수든 상관 없다. 훈련장에서는 그저 다음 경기를 위해 경쟁하는 후보들이다.

그래서 긴 시즌을 보내면서도 선수들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준비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도 광주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동계훈련 기간 광주FC 선수들은 입을 모아서 “자체 연습경기가 더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정효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선수들은 일단 뛰어야 하고, 시간 남으면 골을 넣어야 한다.

공격수도 수비를 못 하면 기회를 얻지 못한다.

모두가 하나로 뛰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을 한다.

뛰고 봐야 하는 축구, 그래서 자체 연습경기가 진행되면 광주FC 선수들은 고개를 들 시간도 없다.

올 시즌 광주FC에 새 둥지를 튼 박인혁은 “운동할 때 너무 놀랐다.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너무 열심히 해서 놀랐다. 훈련하면서 나도 성장하는 것 같다. 시합보다 우리끼리 운동할 때 더 힘든 것 같다. 경기보다 훈련이 더 힘들다”고 웃었다.

훈련을 통해 모든 것을 준비해서 자신감으로 뛰고, 몸이 반응하게 된다.

안양전 결승골도 ‘훈련이 만든 골’이었다는 게 박인혁의 설명이다.

그는 “골은 넣었지만 수비수, 골키퍼 다 같이 만드는 과정이다.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감독님께서 경기를 준비하면서 그런 운동을 계속 시켜주셨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나온 움직임이다”고 언급했다.

승리를 위한 준비와 경쟁이 광주FC 힘이다. 이건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훈련은 나와의 싸움이지만 경기는 다른 이와의 싸움이다.

올 시즌 무엇과 싸우고 있었는지 KIA는 선수들은, 이범호 감독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울산 KBO 가을리그에서 어필 무대를 가졌던 강릉영동대 출신의 내야수 황석민. /김여울 기자

#127번 황석민

지난 25일 울산 KBO 가을 리그에서 만난 선수다. KIA 팬들에게도 낯선 이름, 황석민. 강릉영동대 출신의 내야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테스트를 통해 간절했던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부산에서 진행된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일정이 마무리된 뒤 KIA 가을리그 선수단에 합류했다.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리그에 참가한 그는 이미 눈도장을 찍었다.

낯선 얼굴이지만 덕아웃에서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라고 했다.

송구에도 강점을 가진 지켜볼 만한 내야수라는 평가였다. 그는 일찍 군복무를 마친 군필 신인이기도 하다.

인터뷰 요청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황석민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정말 좋아하는 야구’라고 표현을 한 그는 “너무 좋아하니까 열심히 하려고 한다. 테스트 볼 수 있다고 해서 잘해서 꼭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며 “간절한 기회이고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이렇게 해야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선을 다해 정식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캐치볼’을 언급했다.

갸우뚱할 수도 있는 강정일 것이다. 캐치볼은 야구의 기본이다. 공을 던지는 기본, 훈련을 시작할 때도 선수들은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푼다.

하지만 놀랍게도 프로 선수들도 간과하는 ‘기본’이기도 하다.

일단 뛰고 던지면서 ‘기본기’를 다졌던 시절이 있었다. 이 기본이 요즘 시대에는 가장 재미없는 훈련이 됐다.

선수들의 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따라 기본기, 기술이 비례해진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보이기 위한 것에 무게가 실리는 요즘이다.

영상 시대라 화려한 플레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뒤에 감춰진 기본과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KIA 안팎에서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건 바로 당장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도 않고, 그 노력은 지루하니까. 그렇지만 기본 없는 베테랑은 없다. 기본 위에 실력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묻자 황석민은 “캐치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바운드 측정이나 타자, 투수 성향 예측을 잘하고 센스가 있는 것 같다. 공부해야 하는 스포츠다. 연습을 통해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본기 할 때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의 의견이다. 객관적인 노력과 실력은 나중에 결과로 확인해야겠지만 ‘기본’을 말한 답변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당연한 것인데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 인성과 사람이 먼저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에너지 넘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황석민.

그의 마지막 멘트는 “저의 이름 황석민 꼭 기억해 주십시오”였다.

누구나 시작은 간절했을 것이다. 야구하는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잘 잊는다.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게 새로 시작해야 하는 KIA에 필요하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