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열광한 한국인 신혼부부의 아이 육아 모습

(Feel터뷰!) 디즈니+ '무빙'의 강풀을 만나다

강풀은 웹툰계의 시조새로 불린다. 1세대로서 《순정만화》,《바보》,《그대를 사랑합니다》,《아파트》,《이웃사람》 등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다.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한 채 돌연 신인 시나리오 작가로 돌아온 강풀. 자기 작품을 직접 글로 옮기며 해방감과 쾌감을 맛보았다고 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워두고 있어요. 매주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랄까요?” <히든> 연재를 예고하고 [무빙]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으로 묵묵부답인 상태인 강풀. 20부작을 쉼 없이 쓰느라 지쳤고 조금은 쉬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8월 2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작품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디즈니+를 통해 드디어 [무빙]이 공개되었습니다. 지금 소감이 어떠세요?

“공개를 앞두고 며칠간 잠도 못 잘 정도였어요. 나는 재미있었는데 시청자들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웹툰은 혼자 그리니까 책임도 내가 지면 되는데, 드라마는 협력이니까 부담이 많이 되었어요. 혼자 독자를 상대하다가 수많은 시청자를 생각해야 하니까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만화 그릴 때는 댓글도 잘 안 봤거든요. 요즘에는 매일 ‘무빙’ 검색해 봐요. (웃음)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볼 때 기분이 영.. 이상해요. 첨 들어보는 말이라서.. 아무튼 20부작이라 중간에 지루하면 지칠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셔 다행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모두가 가장 궁금했던 건 웹툰 원작을 대본으로 옮기게 된 이유입니다. 직접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쓰면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웹툰에서 다 다루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대로 넣을 수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만화는 마감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스스로 한계가 있거든요. 대본을 쓰면서 캐릭터 한 명 한 명 다 힘줘서 서사를 만들어 줄 수 있었어요. 만화였다면 못했을 이야기들이었죠. 감독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지. 맹목적인 믿음으로 썼어요. 한계 두지 말고 자유롭게 써보라니까 상상력의 경계가 확 풀려 버린 거죠. 원작보다 더 풍성해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글보다 그림이 더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작가님은 오히려 글로 작업했을 때 해방감을 맞으신 거 같아요. 대표적으로 한계가 풀린 장면이 있다면 설명해 주세요.

“음.. 신나서 더 쓴 것은 거의 후반부에 나오는 액션 장면인데요. (웃음) 공개된 부분에서 들자면 11부에서 장주원의 길거리 격투신이죠. 1 대 100으로 싸우는데 100명을 그림으로 다 그렸을지 만무하고요. 그래서 장주원 서사도 확장해 보게 되었어요.”

극본 제안은 언제부터 받고 쓰게 되신 거예요?

“저도 의외였죠. 2019년 4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 다른 분이 쓰신 게 있었어요. 근데 저도 각본은 써본 적이 없어서 확신이 안 섰었죠. 일단 써볼 테니까 보시고 판단해 달라고 했고 두 달 정도 제작이 중단되었어요. 무조건 길게 가야겠더라고요. 그래서 20부작 정도로 길게 빼고 싶다고 역제안 드렸고 받아들여졌지 뭐예요."

요즘 OTT 시리즈 폼이 16, 18부가 시즌 1의 정석이고 짧게는 6,8부도 공개하잖아요. 아무리 원작 웹툰을 만드셨지만 20부작으로 밀어붙이고 조금 후회하진 않으셨나 싶어요.

“중간에 너무 힘들고 오래 걸려서 약간 후회했어요. 기왕 하는 거 해보자 다독이면서 마치니까 쾌감도 들었죠. (웃음) 주변에 친한 감독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죠. 저는 20부작인 7,7,6부로 이루어진 세 시즌으로 구상한 거예요. 1부부터 7부까지는 하이틴 로맨스인 자녀 세대 이야기, 8부부터 14부는 부모 세대 이야기, 15부터 20화까지는 두 세대가 만나서 합을 이루는 이야기로요.”

넷플릭스처럼 한 번에 20부를 공개한다든지, 반으로 쪼개서 파트 1, 파트 2로 나누는 방식이 아닌 디즈니+의 점진적 공개 방식은 마음에 드세요?

“무빙은 세 덩어리로 된 하나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쓴 거예요. 자식-부모-다 같이 모이는 구조라서 20화를 한 번에 공개하면 피로감이 크지 싶어요. 끝까지 완주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벌써 캐릭터의 서사를 충분히 다루니까 지루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도 K-드라마가 잘하는 게 마지막에 애간장 태우면서 끝나는 거죠. K-드라마의 밀땅을 느낄 수 있는 후반부를 기대해 주세요.”

지금이야 무빙이 호평받고 있지만 솔직히 한국형 히어로의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거든요. 예전에도 없었던 건 아닌데 혹평받은 게 많았어요. 그래서 무빙을 드라마화한다고 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의 서사를 충분히 다뤄주면 보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해요. 처음부터 하늘을 날고 뭔가를 부수고 하면 낯설어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뜬금없이 초능력자가 나타나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요.”

캐스팅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멀티캐스팅의 끝판왕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원작에는 전계도(차태현)나 프랭크(류승범)가 등장하지 않잖아요. 혹시라도 다음 작품의 연결점이 될 빅피쳐가 되는 건가요?

“둘은 자식도 부모도 아닌 겉도는 중간 세대예요. 프랭크는 전계도를 때리다가 마는데 자기 같아 보였던 거예요. 차태현 배우는 <바보>부터 인연이 있었는데요. 차태현만 할 수 있다고 봤어요. 원작에는 슈퍼맨이었지만 번개맨 이야기는 꼭 하고 싶어서 넣었습니다. 제 아이가 7살인데 번개맨, 뽀로로하고 같이 컸거든요. 봉석이가 동경하는 대상을 우리나라 히어로로 하고 싶었어요. 전계도는 정전기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다가갈 수 없어요. 안쓰럽고 가장 고달파 보이는 초능력자예요. 능력이 크지도 않아요. 버스기사하면서 소시민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히어로죠.”

“프랭크는 <브릿지>에서 짧게 언급된 <히든>에 등장할 캐릭터인데 끌어와 썼어요. 한국 출신의 입양아로 설정했었고 1화를 쓰면서 류승범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영어도 능통하고 이방인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대뜸 연락했죠. 원래 캐스팅 절차는 소속사에 먼저 연락해야 하더라고요. 제가 처음이라 뭘 몰라서 류승완 감독에게 연락처를 받아서 시나리오를 보내줬어요.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고 프랭크는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이 예상했던 배우들이 다 캐스팅되었나요?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싱크로율이 높았던 배우, 혹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배우, 가장 애착 갔던 캐릭터 등이 있었다면요.

“외모적 싱크로율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신 원작에 없는 개인 서사에 어울릴 만한 배우를 찾았죠. 다 좋았죠 뭐. 캐스팅 라인업이 말도 안 되잖아요. 각자 주연하던 배우들이 한데 모여있으니까 이게 진짜인가 싶었어요. 하늘을 나는 비주얼에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인성 배우가 딱 캐스팅된 거죠. 길기도 길어야 하고 나는데 걷듯이 폼도 나야 하고요. 류승룡 배우는 야수나 짐승의 날것과 아빠 같은 푸근함이 공존해야 했었고요. 한효주 배우가 가장 고마워요. 고3 엄마가 어울리기나 할까 싶어 거절하려 했던 것을 가까스로 설득했죠. 침착하고 단단함이 한효주 배우와 어울렸어요. 앞선 고3 세 배우는 오디션으로 만났는데 특히 고윤정 배우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강력하게 캐스팅을 어필하게 되었습니다.”

봉석이가 작가님을 반영한 캐릭터라고 시청자들은 생각하던데요.

“왜? 뚱뚱해서? (웃음) 봉석이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에 절 조금씩 반영했어요. 봉석이에 대한 애정도가 높긴 해요. 이 아이가 결국은 각성하고 성장하잖아요. 부모는 자식을 쉽게 품에서 놓아주지 못하거든요. 봉석이가 엄마 품을 떠나 날아오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미현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추어탕에서 돈가스집으로 옮겨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드라마 보면서 돈가스 먹고 싶어서 혼났고 실제로도 먹으러 갔었습니다만..

“돈가스집으로 바뀐 건 안기부가 남산에 있기 때문인 거죠.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도 안기부 건물이었어요. 두식과 미현이 일 끝나고 가까운 식당에 갈만한 곳이기도 했고요. 남산 화면 남산 서울타워, 돈가스집, 안기부가 유명하니까요.(웃음)”

이번에는 카메오 출연 안 하셨을까요?

“몇 번 영화에 카메오 출연한 적이 있었죠. 무빙 때는 나갈 뻔했는데 결국 무산되었어요. 3부에서 희수랑 주원이 학원비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치킨 시키는 손님으로 등장하려고 했거든요. 그 장면이 부녀지간 애틋함이 생기는 부분인데 분위기랑도 안 어울리고.. 한 마리만 시킬 것 같지 생기지도 않았고.. (웃음) 결국 나오지 못했습니다.”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본격 유니버스가 형성되는 게 강풀액션만화잖아요. <타이밍>(2005), <어게인>(2009), <무빙>(2015), 그리고 <브릿지>(2017)(무빙의 직접 후속작이자 타이밍, 어게인의 간접 후속작)까지 초능력자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영웅의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주변과 가족을 지키는 사람. 초능력자인데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죠. 그래서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히어로’에요. 만약 저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시간을 멈추고 싶어요. 마감시간을.. 제발..”

강풀 작가님의 작품에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따스함, 휴머니즘이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족 서사가 중심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계속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게 된 원동력이 있다면요?

“세상이 계속 각박해지잖아요. 악이 승리하거나 염세적인 걸 좋아하지 않아요. 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고,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웹툰계 시조새란 별명 마음에 드세요? 지금까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과 이 일로 보람될 때가 있다면요.

“작품의 메시지를 자주 물어보시는데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재미있으면 됩니다. 15년 차에 깨달은 건 작가의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직업의식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일은 누구나 다 힘들죠. 일을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계속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이디어도 잘 안 떠오르고 소재가 고갈되더라도 직업이니까. 일을 때려치울 수가 없어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지금까지 온 겁니다. 보람될 때는 음.. 내가 웃기려고 한 부분에서 웃어주고, 슬프게 만들려는 부분에서 울어 줄 때죠. 주파수가 맞은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원고료가 들어올 때.. (웃음)”

무빙이 벌써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어요. 무빙의 흥행 이유는 뭘까요. 끝으로 남아있는 후반부에서 기대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복합적이지 않을까요? 확실한 장르물 안에서 하이틴 멜로, 첩보 멜로 등으로 시시각각 바뀌어요. 히어로물의 외피를 두른 멜로라고 생각하긴 해요.. 마블 이전에 무협소설 쓰는 김용 작가가 있었어요. 다들.. 아시나요? (웃음) 너무 좋아해서 고려원에서 정식 출판되기 이전 해적판까지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무협지는 다 멜로에요’라는 대사가 나온 거예요. 재미있는 무협소설은 결국 관계를 잘 표현하는 거더라고요. 때문에 그 대사도 노골적으로 넣은 거고요.”

“무빙은 그래서 ‘당신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 다 넣어봤어!’ 이런 개념으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나오는 1-7부를 좋아하는 분들, 어른들이 등장하는 8-11부를 좋아하는 분들이 다르더라고요. 14부의 마지막 15부를 기점으로 현대로 돌아와요. 자녀와 부모 세대의 힘이 합쳐지는 거죠. 배후의 적과 맞서 싸우게 되는데요. 엄청난 액션이 등장하니 기대해 주세요!”

한편,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디즈니+를 통해 매주 수요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글: 장혜령,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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