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꿀·하이드로겔…‘서브2’ 마라톤 ‘연료 과학화’ 시대

세바스티안 사웨의 ‘2시간 벽’ 돌파 뒤에는 초경량 러닝화만 있었던 게 아니다. 스웨덴 스포츠 영양 기업 모튼(Maurten)의 탄수화물 공급 기술과 데이터 기반 연료 전략이 현대 마라톤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웨는 지난달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59분30초를 기록하며 공식 경기 역사상 처음으로 2시간 벽을 돌파했다. 당시 관심은 탄소 플레이트가 장착된 초경량 러닝화에 집중됐지만, 스포츠 과학계에서는 ‘연료 혁명’ 역시 기록 경신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본사를 둔 모튼은 현재 세계 최정상급 장거리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영양 브랜드다. 2018년 이후 남녀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들은 모두 모튼 제품을 사용했다. 이번 런던마라톤에서도 남자부 상위 8명 가운데 7명, 여자부 상위 6명 가운데 5명이 모튼과 공식 관계를 맺고 있었다.
모튼의 핵심 기술은 ‘하이드로겔’이다. 탄수화물을 젤 형태 구조 안에 캡슐화해 위장을 빠르게 통과시키고 장에서 흡수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스포츠 음료보다 훨씬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으면서도 복통이나 위장 장애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공동 창업자인 올로프 스콜드는 18일 가디언을 통해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이 기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며 “탄수화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진은 추가 탄수화물 공급 없이 2시간 페이스로 마라톤을 달릴 경우 약 85분 만에 체내 글리코겐이 고갈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후반부 페이스 유지에는 지속적인 에너지 보충이 필수라는 의미다.
모튼은 최근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기반 제품도 내놓았다. 탄산수소나트륨은 근육 피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성화를 완화하는 ‘혈액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심각한 위장 장애 때문에 활용이 쉽지 않았지만, 모튼은 하이드로겔 기술을 활용해 이를 장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국제 중·장거리 육상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튼 영양 책임자 토비아스 크리스텐손은 “기존에는 소화 문제 때문에 시도조차 어려웠던 방식”이라며 “지금은 고강도 경기 전 루틴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모튼의 베이킹소다 제품 출시 이후 남자 1마일 3분49초 벽을 돌파한 선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초고속 트랙과 스파이크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전 12년 동안 같은 기록을 깬 선수는 9명뿐이었지만, 2023~2025년 사이에는 36명까지 늘었다.
사웨의 런던마라톤 역시 철저한 데이터 분석 속에서 준비됐다. 모튼 스포츠기술 책임자 조시 로우 연구팀은 14개월 동안 케냐 훈련캠프를 여러 차례 방문해 에너지 소비량, 젖산 반응, 러닝 효율, 탄수화물 산화량 등을 측정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웨의 경기 중 탄수화물 섭취 시점과 양까지 세밀하게 설계됐다. 그는 경기 이틀 전부터 고탄수화물 음료를 집중 섭취했고, 경기 당일에는 베이킹소다 혼합물을 먹은 뒤 출발선에서 젤을 섭취했다. 레이스 중에는 5㎞마다 정확히 160㎖ 음료를 마셨고, 하프 지점에서는 카페인 젤까지 추가했다.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은 시간당 평균 115g 수준이었다. 이는 과거 스포츠 영양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한계로 여겨졌던 수치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모튼은 현재 약 1000명의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육상뿐 아니라 사이클과 트라이애슬론 등 지구력 종목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회사는 최근 사웨의 기록 이후 세계 각국 선수와 지도자들로부터 협업 요청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흥미로운 점은 최첨단 과학과 데이터 분석 속에서도 사웨의 레이스 당일 아침 식사는 매우 단순했다는 사실”이라며 “빵과 꿀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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