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등골 휘어" 악명(?) 높은 티니핑…회사는 적자, 주가 80% 뚝, 왜

김사무엘 기자 2024. 9. 14.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이마트 죽전점에 ‘사랑의 하츄핑' 팝업존을 설치했다./사진=뉴스1


"최대한 늦게 입문 시켜라."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인 티니핑을 두고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다. 워낙 캐릭터 종류가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굿즈(캐릭터 관련 상품) 몇개 사주다보면 지갑은 금세 얇아진다. '등골핑' '파산핑'으로 악명(?)을 떨치다보니 가계의 재정절벽을 피하려면 아이들로 하여금 티니핑 세계에 최대한 늦게 입문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 10일 기준 약 95만 관객을 불러들이면서 2013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관객수(93만1953명)를 넘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티니핑 열풍은 인기있는 밈(meme) 중에 하나다.

화제성만 놓고 보면 떼 돈을 벌 거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티니핑을 만든 회사인 SAMG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엔터)는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티니핑 열풍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도 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2022년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난해 초 주가는 최고 5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만9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에는 88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셈이다. 티니핑 열풍이라는데 회사가 계속 적자를 내는 이유는 뭘까.

SAMG엔터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매출 38억 → 760억 점프…동심 자극하는 티니핑의 위엄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모델들이 '캐치! 티니핑'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은 오는 22일까지 '캐치! 티니핑' 완구 47종을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2024.9.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티니핑 매출이 급성장 중인 것은 맞다. SAMG엔터에 따르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이 첫 방영된 2020년 티니핑 관련 매출은 38억원이었는데 그 다음해인 2021년에는 3배 늘어난 124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515억원, 2023년에는 760억원으로 고성장세가 이어졌다.

티니핑 덕분에 SAMG엔터의 매출도 급성장했다. 최근 4년 간 매출액은 △2020년 236억원 △2021년 △384억원 △2022년 683억원 △2023년 951억원으로 연평균 55.7%의 성장률를 기록했다. 지난해 티니핑 관련 매출이 760억원이니 SAMG엔터 전체 매출의 약 80%가 티니핑인 셈이다.

티니핑 매출 추이(단위 : 억원). /자료=SAMG엔터 IR

티니핑의 스토리와 판매 전략을 보면 매년 매출이 급성장한 이유를 어느정도 알 수 있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지구로 뿔뿔이 흩어진 티니핑들을 잡아 모으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재까지 4개 시즌이 TV 시리즈로 방영됐는데 매 시즌마다 새로운 티니핑 캐릭터들이 20~30개씩 등장한다. 현재까지 등장한 티니핑 캐릭터는 약 100여개이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 숫자는 늘어난다.

마치 포켓몬스터와 같은 수집 요소로 인해 어린이들의 소유욕을 자극시킨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상품이 추가되고 이는 곧바로 구매로 이어진다. 관련 상품으로는 피규어, 키링, 인형 등 다양한데 문제는 그 중에 '가챠'(뽑기)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피규어 캡슐을 하나 구매하면 여러 티니핑 캐릭터 중 하나의 티니핑이 랜덤하게 들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구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SAMG엔터는 캐릭터 판매 외에도 영상 콘텐츠 제작, IP(지적재산권) 라이선스, 뮤지컬,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캐릭터 판매사업 비중이 80%로 가장 높다. IP 역시 '미니특공대' '메탈카드봇' '위시캣' '룰루팝' 등 다양하나 가장 핵심은 티니핑이다.

매출 급성장에도 매년 수백억 손실…자본잠식 빠지기도

SAMG엔터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매출이 급성장하는데도 이익은 매년 적자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022년 3억6400만원, 2023년 94억1800만원으로 2년 연속 적자다. 티니핑의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96억원으로 전년 동기(20억원 손실)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티니핑 성장 초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자본총계가 각각 마이너스(-) 118억원, -22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나마 2022년말 코스닥 상장으로 자본을 확충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다.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신사업 실패와 유통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이다.

먼저 매년 수백억원대 당기순손실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는 파생상품평가손실이 꼽힌다. SAMG엔터는 올해 상반기 1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중 48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반영됐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23억원, 193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을 반영하며 순손실을 확대시켰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회사가 전환사채나 상환전환우선주와 같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증권을 발행한 경우 주가의 등락에 따라 반영되는 회계상의 비용이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전환가액과의 차이만큼이 비용으로 반영된다. 실제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회계상 비용으로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이 없다.

중요한 건 회계상 손익이 아닌 기업의 본질 가치에 영향을 주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액 951억원 중 매출원가가 718억원으로 75%를 차지한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233억원인데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328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관비)은 94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판관비는 주로 인건비와 광고 비용 등으로 이뤄지는데 SAMG엔터 판관비에서 특이할만한 부분은 기타 판관비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타 판관비는 전년 대비 226% 늘어난 64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판관비에서 약 19%를 차지했다. 회사는 물류비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체계를 대행사를 통한 납품에서 직판 체계로 바꾸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마트에 직접 제품을 공급할 경우 기대 영업마진은 30%로 유통대행사를 통하는 방식(기대 마진 15%)보다 수익성이 좋다. 직판 체계 전환으로 인한 비용이 마무리되면 이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적자 요인으로 신사업의 부진이 지목된다. SAMG엔터는 2021년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패션, 게임 등의 신사업을 추진했다. 2021년 화장품 브랜드 메리몽드에 3억원의 지분투자를 했고 2022년에는 게임 개발사 엔터리얼을 3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신사업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비용이 그대로 손실로 반영됐다.

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비용도 적지 않았다. SAMG엔터는 '티니핑월드 in 판교' '티니핑랜드 구미' '이모션캐슬 잉글리시' 등 공간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이캐슬은 지난해 47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규 테마파크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다.

티니핑 고성장·비용 통제가 관건…중국 사업도 기대 요인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캐치!티니핑' 시리즈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사랑의 하츄핑'이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손익분기를 넘어섰다.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일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67만8906명을 기록해 감독이 손익분기점으로 제시했던 50만 관객을 넘어섰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0위 성적으로, 100만 관객 고지까지 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2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내 전광판에 나오는 '사랑의 하츄핑' 광고 영상. 2024.8.21/뉴스1 C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적자 원인을 잘 살펴보면 구조적으로 재정을 악화시키는 악성 적자는 거의 없다. 티니핑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건 비용을 얼마나 잘 통제해서 수익성을 개선시키느냐다.

회사는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저성장 사업군을 정리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티니핑에 역량을 집중하고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비용 통제에 어느정도 성공하면서 실제 현금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19억원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7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서면 곧 이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의 핵심 IP인 티니핑이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하반기 중으로 TV시리즈 5시즌인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이 방영 예정이라는 점이다. 영화 흥행 효과는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

캐릭터 완구 사업의 특성상 매출이 크리스마스 시즌인 연말에 몰려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인이다. SAMG엔터 역시 매년 4분기에 매출이 쏠려있다. 비용을 적절히 통제하고 연말 효과가 매출에 반영되면 올해 4분기부터는 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지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5일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중국에서 개봉하는데 티니핑 시리즈가 중국 관객들에게 익숙하고 인기 있는 IP라는 점에서 한국 관객수의 2배 이상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4분기는 홀리데이 시즌이 포함된 계절적 성수기인데다 3분기까지 체화재고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연내 혹은 내년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