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넷플릭스의 사이좋은 공존, 그 이유
오늘날 TV 시장에서 '본방 사수'의 시대는 지났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몰아서 볼 수 있는 시청 습관을 만들었고, 콘텐츠 제작비와 광고비, 시청자 모두 OTT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김부장》의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TV로 본방을 시청하고, 놓친 회차는 넷플릭스로 이어 보는, 기존의 '본방을 챙겨보고 다시보기를 보는' 시청 패턴이 나타난 것인데요. TV와 OTT가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왜'를 논하자면 웹툰을 원작으로 이미 인기를 끈 검증된 IP라는 것과, 배우들의 연기, 액션신, '아저씨 히어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답은 단순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잘 만든 콘텐츠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OTT 시대에도 TV 본방 시청률 20%를 만들 수 있었던 구조, SBS가 콘텐츠로 추구하는 바를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 혹은 제작비 보전을 하여 글로벌 독점 권리를 확보한 작품으로, 공개 시점과 유통 방식을 넷플릭스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같은 경우가 그 예시일 듯 합니다. 반면 《김부장》은 SBS 산하 제작사인 스튜디오 S가 기획하고 제작사 판타지오와 공동 제작한 작품입니다. SBS가 콘텐츠의 IP를 확보한 상태에서 넷플릭스에는 방영권만 판매한 형태이죠.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달리, SBS가 TV에서 먼저 방송한 뒤 회차별로 넷플릭스에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보고 싶은 시청자는 TV를 선택하고, 본방을 놓친 사람들은 넷플릭스로 이어지면서 OTT가 시청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시청 경험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가 이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이 구조가 작품의 흥행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콘텐츠가 재미없었다면 플랫폼과 관계없이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사례는 OTT 시대의 방송사의 전략, 그리고 전략이 성공했을 때 TV와 OTT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SBS는 왜 IP를 원하나
사실 SBS에게 《김부장》의 성공은 시청률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방송사의 수익 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사의 수익구조는 방송 광고 수익과 사업 수익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광고, 협찬이 방송 광고 수익이라면, 판권 유통, 재송신, 온라인 수익 등이 사업 수익이죠.
예전에는 방송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광고 수익이었습니다. 좋은 콘텐츠로 시청률을 올리면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OTT 시대가 열리며 방송 광고의 매력이 점차 떨어졌고, 광고 매출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SBS의 2026년 1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방송광고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58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사업 수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1분기 사업 수익 감소에는 WAVVE 종료로 인한 판권 유통 수익 감소를 감안해야합니다), 오히려 온라인 수익은 증가했습니다. 오늘날 방송사의 수익 구조는 콘텐츠 제작을 통한 판매, 콘텐츠 온라인 유통을 통한 온라인 광고 수익 등 사업 수익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IP에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IP를 보유하면 방송이 끝난 뒤에도 OTT 판매, 해외 판권, 리메이크, 온라인 유통 등으로 계속 수익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방송사들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IP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SBS 역시 2020년 200억을 출자해 드라마 부문을 분사하고 스튜디오 S를 출범시키며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먼저 제작사를 분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험을 가진 드라마 제작부의 인원이 그대로 전직했을 뿐만 아니라, 스타 작가와 PD를 영입해 연간 15편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죠. 그리고 이후 6년간 기존 역량 및 신인 작가 발굴, 자회사 구조의 장점을 바탕으로 《열혈사제》, 《모범택시》, 《펜트하우스》 등 팔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SBS 드라마'의 명성을 만들어냈죠.
하지만 제작사 설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4년 콘텐츠를 국내외에 유통하던 SBS 콘텐츠허브를 합병합니다. 제작과 유통이 따로 있어 콘텐츠는 콘텐츠대로 제작하고 유통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플랫폼에 판매할지,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갈지 유통을 고려한 설계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장점은 방영권의 '선판매'를 통해 제작비에 대한 자금 압박을 해소하고, 제작비로 인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판매 자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타격이 줄어들죠.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통 즉 판매를 고려하고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을 얻어내기 쉬워지는 장점이 있어요. 즉 팔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IP는 방송했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권리가 아닙니다. 결국 누가 기획했고, 누가 투자했으며 어떤 계약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방송사가 직접 제작사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고, 제작비를 공동 투자해 권리를 나눠가질 수 있으며, 계약을 통해 IP를 확보하기도 합니다. 다만 제작비를 부담하고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할수록 IP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SBS의 스튜디오 S와 콘텐츠허브의 합병으로 직접 기획하고, 직접 투자하며, 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SBS는 콘텐츠의 IP를 확보하기 훨씬 유리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김부장》과 연결됩니다. 스튜디오 S가 기획하고, 제작사 판타지오와 공동 제작하는 구조를 통해 콘텐츠의 IP를 확보하고, 방영권만 판매할 수 있었으니가요. 결국 《김부장》은 TV와 OTT가 공존한 사례인 동시에, SBS가 지난 몇 년간 구축해온 '기획-투자-제작-IP-유통/판매' 구조가 활용된 사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