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의 회의실, 커피머신 앞 짧은 대화, 엑셀창을 바라보며 터져 나오는 한숨까지. 요즘 안방극장은 이런 현실의 직장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화려한 재벌가나 달콤한 로맨스 대신,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가 이제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됐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회식 자리의 어색한 웃음, 상사 눈치를 보며 던지는 농담까지. 드라마 속 회사는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장면들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오피스 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는다.
요즘 드라마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 회의실 속 긴장된 공기와, 커피 한 잔에 담긴 숨 고르기 같은 일상의 순간들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자신을 투영한다. 오늘도 버티며 일하는 모든 사람의 삶이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직장인의 마음을 울리고 웃긴, 현실감 100% 오피스 드라마 BEST 10을 살펴본다.
1. 미생 – 모든 직장인의 교과서

tvN ‘미생’은 단연 오피스물의 기준이다. 바둑을 두던 청년 장그래(임시완)가 사회로 들어와 겪는 현실적인 회사 생활을 통해 수많은 직장인의 눈물을 자아냈다. 화려한 설정 없이 오직 현실의 이야기로만 승부해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상사의 폭언, 평가 시즌의 압박, 동료 간의 경쟁까지 ‘회사에서 살아남기’의 전 과정을 담아냈다.
2. 태풍상사 – IMF 속에서도 버텼던 사람들

이준호와 김민하가 주연을 맡은 tvN ‘태풍상사’는 1997년 외환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무너진 회사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렌지족이었던 주인공 강태풍은 아버지의 죽음 후 무역회사를 떠안으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삐삐, 텔렉스, 카세트테이프 등 세밀한 시대 소품으로 90년대를 완벽히 복원했다. 절망의 시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세대의 생존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3.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 겉으론 성공, 속은 공허

류승룡이 연기한 김낙수는 대기업 25년 차의 ‘성공한 가장’이지만, 화려한 겉모습 뒤엔 깊은 공허함이 있다. 상사 눈치, 후배 견제, 가족과의 거리감 등 중년 직장인의 현실을 세밀히 그려냈다. 웃음 속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은 “우리 아버지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4. 김과장 – 부조리를 통쾌하게 뒤집다

남궁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KBS2 ‘김과장’은 부정부패로 가득한 회사에서 일명 삥땅 전문 경리과장이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현실의 갑질 구조를 코믹하게 꼬집으며,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는 인물로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5. 좋좋소 – 유튜브에서 폭발한 현실판 오피스

웹드라마 ‘좋좋소’는 중소기업의 리얼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신입사원 조충범이 무역업체 정승 네트워크에 입사하며 겪는 이야기는 웃기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다. 면접 중 갑작스러운 노래 요구, 근로계약서 없는 출근, 무능한 상사 등 실제 직장생활을 보는 듯하다. 댓글에는 “진짜 PTSD 온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현실 고발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6. 욱씨남정기 – 을들의 생존기

JTBC ‘욱씨남정기’는 소규모 화장품 회사를 배경으로 한 현실형 오피스 드라마다. 강유라(이요원)와 남정기(윤상현)가 갑질 상사와 거래처 사이에서 버텨내는 과정을 그렸다. 회사 자체가 을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7. 직장의 신 – 계약직 미스김의 사이다 한 방

김혜수가 연기한 ‘미스김’은 계약직이지만 정규직보다 더 유능한 인물이다. KBS2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추면서도 통쾌함을 선사했다. “회사는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나는 회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대사는 지금도 회자된다.
8. 송곳 – 부당한 현실에 맞선 사람들

JTBC ‘송곳’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와 노사 갈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인물들의 절박한 상황이 보는 이들을 긴장시켰다. 단순한 직장 이야기를 넘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린 오피스물이다.
9. 초인가족 2017 – 찌질하지만 따뜻한 회사 생활

SBS ‘초인가족 2017’은 만년 과장 나천일(박혁권)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회사에서는 윗사람 눈치, 집에서는 가족 눈치 보느라 하루가 고단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큰 사건은 없지만 잔잔한 웃음과 공감이 쌓이는 드라마다.
10. 광고천재 이태백 – 현실판 성장기

KBS ‘광고천재 이태백’은 학력 콤플렉스를 딛고 광고디자이너로 성공한 인물을 다뤘다. 실제 광고인 이제석을 모티브로 했으며, 매회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화제성은 크지 않았지만 꾸준한 팬층을 얻으며 회자되는 작품이다.
오늘 드라마피커에서 소개한 10편의 오피스 드라마는 시대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지만, 결국 모두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은 회식 자리의 어색한 웃음, 상사와의 미묘한 갈등, 평가 시즌마다 느껴지는 긴장감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태풍상사는 절망 속에서도 회사를 다시 세워야 했던 공동체의 회복을 그렸고, 김부장 이야기는 겉으론 완벽하지만 속은 텅 빈 중년의 고독을 담았다. 좋좋소는 현실의 부조리와 중소기업의 생생한 현장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그냥 웃을 수만은 없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이 드라마들은 꾸준히 사랑받는다. 세대와 직종을 넘어선 공통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야근 후 귀가길에서 이 작품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피스 드라마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넘어, 오늘을 버티는 모든 사람의 자화상으로 남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이 드라마들은 가장 현실적인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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