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협받는 전남 농수산, ‘스마트’가 살 길

박형주 기자 2026. 2. 18. 16:5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밥상까지 덮친 지구 온난화, 서민 경제 ‘비상’
기후 재난 직격탄에 전남 농어가 피해 눈덩이
AI 스마트팜·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등 시급
"피해 최소화 ‘디지털 농업’전환 서둘러야"
기후 위기가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시대가 본격화했다. 경험한 적 없는 폭우와 폭염에 농수산물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덩달아 물가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요동치기 일쑤다. 전라남도는 전국 최대 농수산물 생산지로 이 같은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농업 확대와 재해 예측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농업기술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개발 강화, 산업체 협업 연구 확대, 현장 중심 기술보급, 미래농업 전문인력 양성 등을 2026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458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농기원 연구원들이 토마토 작황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전남도농기원 제공

◇ 내 지갑을 위협하는 기후플레이션

전남연구원이 발간한 'JNI이슈리포트 No.61'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의 지갑을 직접 위협하는 경제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평균 여름은 1912~1940년에는 98일이었으나, 1991~2020년은 118일로 20일이 증가했다. 기온 상승률은 해를 넘길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평균 기온 상승률은 0.34도로, 이전(2019~2023년)의 0.27도보다 0.07도 상승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기온은 2024년(25.6도)보다 0.1도가 높은 25.7도로 ,역대(1973년 이후) 최고 1위를 경신했다. 장마철 기간은 짧아지고 집중호우 일수는 늘고 있으며, 여름철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23.8도로 역대 최고치였던 전년도의 24도를 넘어섰다.

이같은 이상기후는 중장기적으로 물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후충격은 농산물 생산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 물류망 교란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폭염으로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폭염으로 인해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경제적 손실은 부유한 지역은 1인당 GDP 평균 1.5%인 반면 저소득 지역은 6.7%로, 열대 지방이나 남반부 최빈국들이 불평등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2035년까지 식품 물가는 연간 최대 3.2%p, 전체 물가는 연간 최대 1.2%p 상승할 전망이다. 날씨와 기후 충격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10년 이내 해마다 1.5~1.8%p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2049년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38조 달러, 전 세계 소득의 19%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등의 연구를 보면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식량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세계 코코아 생산의 중심지인 서아프리카의 가뭄으로 초콜릿 원료 가격이 폭등했고, 베트남의 가뭄은 커피 가격을, 스페인의 가뭄은 올리브유 가격을 밀어 올렸다.
 

◇기후에 널뛰는 밥상 물가 '비명'

이러한 현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이는 고스란히 밥상 물가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 3.6%, 2.3%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기후 피해를 입은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2.4%, 6.0%, 10.4%로 상승했다.

2022년 고온과 가뭄으로 양파 생산량이 8% 감소하면서 가격은 무려 89.8% 상승했다. 2023년에는 봄철 저온과 여름철 집중호우로 사과 생산량이 23% 감소해, 가격은 91.4% 치솟았다. 2024년에는 여름 배추가 폭염과 가뭄으로 생산량이 9% 줄어 도매가격은 49.3% 급등했다.

2025년에도 폭우로 농작물이 침수되면서 수박과 오이가 1년 전보다 각각 35%와 36.5% 폭등했다.

수산물도 기후 온난화 피해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최근 5년 간 전국 양식장 고수온 피해 현황을 보면 고수온 일수는 22일에서 71일로 급증해,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지급액 가운데 고수온 피해 건수가 194% 증가했다.

2020~2024년 고수온 피해액은 약 2천170억 원(2024년 약 1천43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우럭의 도매가격은 1㎏당 1만6천125원으로 전년대비 41.8%나 폭등했다.

소비자들은 마트에 가서 채소를 집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김밥 가게에서는 시금치를 뺀 김밥이 등장하고, 고깃집에서는 상추 리필이 제한되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이것이 바로 기후플레이션이 만든 살벌한 풍경이다.

◇위기를 기회로, '스마트 전남'의 반격

기후 위기는 농도이자 수산물 생산의 중심지인 전남의 들녘과 바다를 황폐화하고 있다.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여름, 전남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해 여의도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하는 2만 4천247㏊의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김, 미역 등 해조류 양식이 타격을 입었고, 전복과 우럭 등 양식 어류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적응하고 극복해야 한다. 전남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전남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했다. 핵심은 '과학 영농'과 '스마트화'다.

첫째, '스마트팜'과 '수직농장'의 확대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내에서 빛과 온도를 조절해 농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은 기후 위기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전남은 이미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를 소규모 농가까지 보급하여 기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수산양식도 냉각수 시스템 등 고수온 대응 스마트양식 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후 적응형 신품종 개발이다. 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아열대 작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고수온·저산소 등에 강한 어종 전환 및 양식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전남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아열대 작물 실증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강화해 '기후 적응형 농업'의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AI(인공지능) 기반의 예측 시스템 구축이다. 언제 비가 많이 올지, 언제 태풍이 올지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여 농민들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재해를 미리 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늦기 전에 정밀 대응체계 구축"

기후플레이션은 잠시 스쳐 가는 바람이 아니다. 앞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우리를 찾아올 뉴노멀(New Normal)이다. 식량 주권을 지키고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남의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진이 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플레이션 대응은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농어민 생계 보호와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라며, "이상기후가 일상화됨에 따라 복합재해 대응체계의 고도화와 지역 맞춤형 재난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며, 조기경보 시스템과 드론·AI 기반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한 보다 정밀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