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장면 스포 주의*
요즘 한국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한 사람이 있죠.
바로...
<왕과 사는 남자>에서 박지훈 배우가 연기한
단종인데요!

1) 어린 나이에 부모님 여의고 왕 됨
2) 근데 왕 자리 권력욕 넘치는 숙부한테 뺏김
3) 영월까지 유배 가서 17세의 나이로 요절함...
이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슬프지만,
마지막에 단종의 시신을
마치 쓰레기처럼 강에 아무렇게나 흘려보내고, 그 시신을 엄흥도가 안아 주는 모습은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가 단종의 이야기를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가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한 단서는 단종이 죽은 뒤,
세조가 내린 명령에서 찾을 수 있어요.
단종의 죽음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세조는 "노산군의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할 것이다" 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사실 우리는 영화 초반부에 이미
단종의 운명을 짐작케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단종이 유배길을 나설 때
장대 위에 사육신들의 머리가
효수되어 있던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처형 대상의 시체를 훼손하고,
길거리에 구경거리처럼 방치하는 방식은 여러 권력자들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할 때 특히 애용했던 처형법이죠.
권력자들이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시체를 대하는 인간의 심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요.

사실 물질적으로만 보면,
심장이 멎고, 의식을 잃은 인간의 시체는
'고깃덩이', 무생물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와 같은 말에 불쾌감을 느끼고, 죽은 몸에도 최상의 예의를 갖추어 장례를 치르려 노력하죠.
이는 우리 인간의 마음이
'시체'와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즉, 살아 있는 사람 A와 A가 남긴 시체는 서로 다른 존재인데도 우리는 둘을 동일시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시체를 잔인하게 훼손하고 방치하는 것은 단순히 '고깃덩이'를 망가뜨리는 일이 아니라, 생전 그 육체를 입고 있던 사람의 인간성과 존엄을 부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세조와 한명회가 노린 것도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단종의 죽은 몸은 하찮게 다뤄져야 했습니다.
자신들이 밀어낸 단종이 죽은 뒤 왕족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는다면 역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자신들일 테니까요.

그리고 엄흥도가 어떻게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려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단종의 시체가 여느 짐승의 시체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썩어가게 놔둔다는 것은, 한 나라의 왕이자 깊은 유대를 나눈 한 사람이 인간 미만의 취급을 받게 놔둔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왕이 사는 남자>가 보여준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가
유독 슬프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종의 죽은 몸까지도 자기 뜻대로 통제하며 마지막 승리를 확인하려 한
세조와 한명회의 비열함 앞에,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행동은
어린 왕을 지우고 모욕하려 한 권력에 맞서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내고자 분투한 고결한 용기이자 의지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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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죽은 자를 모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장기기증, 과학 실험 등으로 시체를 기증받아 '활용'해온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존엄성의 훼손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명예로운 죽음으로 봐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