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 병역 회피 설계…브로커·면탈자 등 137명 기소

전지현 기자 2023. 3. 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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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조재성
검찰·병무청 3개월 합동수사
브로커 구씨 등 재판에 넘겨
연예인·운동선수 등 108명
거짓 증상으로 진단서 제출
최초 현역 판정받았다 ‘면제’
면탈 가담 변호사 등도 기소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을 면탈한 병역브로커·면탈자 총 13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맞춤형 시나리오에 따라 병역 면탈을 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이들 가운데는 연예인·프로배구선수·의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지난 3개월간 진행한 병역비리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브로커로 활동한 행정사 구모씨(46)와 김모씨(37),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등 병역면탈사범 13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 출근 기록을 조작한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 등 병역비리 관련자 7명도 기소했다. 브로커 구씨가 수수한 13억8387만원과 김씨가 수수한 2억1760만원에 대해선 두 차례에 걸쳐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병역비리 브로커 구씨와 김씨는 2019년 9월경부터 3년간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억1000만원을 받고 의뢰인들에게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의뢰인은 병역상담 카페를 통해 유인했다.

구씨 등은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며 발급받은 허위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는 방법을 썼다. “휴대폰 게임 등 장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던 중 갑자기 발작이 발생했다” “오래전부터 유사한 증상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식으로 병증을 호소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했다. 이어 1~2년간 진료기록이 남도록 하고, 최종 약물검사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도록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는 등 장기간 상담·관리했다. 뇌전증 환자 가운데 30~40%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항경련 치료기간에 따라 신체등급을 판정(1년 이상 4급, 2년 이상 5급)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기소된 병역면탈사범 108명 중 대부분은 최초 현역(1~3급) 판정을 받았지만 병역처분 변경 절차에서 뇌전증 환자를 행세해 군복무가 면제되는 전시근로역(5급) 판정을 받았다. 이미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고도 완전히 병역을 회피하려 한 사례도 있었다.

면탈자에는 래퍼 라비, 배우 송덕호씨(30·본명 김정현), 프로배구선수 조재성씨(28·OK금융그룹) 등 연예인·프로운동선수·의사 등 전문직 14명이 포함됐다. 가족 및 친구의 병역 면탈에 적극 가담한 전 대형 로펌 변호사·한의사 등 20명은 공범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범은 사회적 지위와 활동에 비춰봤을 때 면탈자 본인 이상으로 범행을 주도한 경우 기소했다”고 했다.

행정사 구씨와 공모해 우울증이 심화된 것처럼 속여 사회복무요원 조기 소집 해제를 꾀한 래퍼 나플라도 이날 구속 기소됐다. 그의 소집 해제를 도운 서울지방병무청 복무담당관 강모씨(58),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염모씨(58)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나플라와 라비의 소속사인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씨(37)와 공무원 등 관련자 4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구상엽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병역비리는 입시비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며 “각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신체 등급 판정 기준을 더 구체화하고 병적 별도 관리자를 중심으로 불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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