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따뜻했던 널 자주 안을걸”…이태원 유족, 처음 같이 운 날

장예지 2022. 11.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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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 아빠 가슴에 안겼을 때 따뜻했던 너를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됐는지. 엄마, 아빠가 너를 보내줘야 네가 맘 편히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보내준다. 딸아 잘 가라." 이태원 참사로 스물다섯 딸 이상은씨를 잃은 아버지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는 "참사 뒤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유가족인데, 이를 차단한 것과 다름없는 정부 대처는 비인도적"이라며 "희생자 명단 공개로 갑론을박하게 만든 것도 결국 유족들이 만날 공간 자체를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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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유가족 30명 기자회견…공개 석상서 첫 심경 밝혀
“저희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자식들 살려달라” 절규
정부 입장 발표·대통령 진정한 사과 등 6가지 요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네가 태어나 아빠 가슴에 안겼을 때 따뜻했던 너를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됐는지…. 엄마, 아빠가 너를 보내줘야 네가 맘 편히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보내준다. 딸아 잘 가라.”

이태원 참사로 스물다섯 딸 이상은씨를 잃은 아버지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30여명이 참석해 참사 이후의 심경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 꺼냈다. 묵념이 시작되자마자 가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저희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자식들 제발 좀 살려서 돌려보내 주세요”라며 절규하는 한 아버지의 울부짖음은 옆에 선 다른 유족들도 울렸다.

공식적으로 첫 목소리를 낸 유족들의 메시지엔 가족을 떠나보낸 그리움이 가득했다. 희생자 고 이남훈(29)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들 핸드폰은 꺼졌는데 새벽 5시30분 어김없이 출근 알람이 울리더군요. 이 땅에서 젊은이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치열했을지. 일하다 허리 아픈 것도 참고 새벽잠 아끼며 열심히 살아간 아들이 이젠 내 곁에 없습니다. 엄마는 우리 남훈이 없으면 안 되는데….”라며 흐르는 눈물을 참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숨진 배우 이지한(24)씨의 어머니는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마지막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어머니는 “(참사 당일도) 밥을 먹지 못한 것처럼 볼이 너무 패어 있고, 배가 홀쭉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해가 뜨는 것이 두렵고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조차 싫었습니다”라며 여전한 아픔을 전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심경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발표된 유족들의 6가지 요구사항은 △참사 책임이 정부·지자체·경찰에게 있다는 정부 입장 발표 및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책임 규명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가족들은 참사 당시 구조 과정뿐 아니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유족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참사 직후 받은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공개하며 “사망 일시는 추정, 사망 장소는 이태원 거리 노상으로 (기재됐다). 제대로 된 장소, (사망 경위의) 정보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내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겠나. 심폐소생술은 받았는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한 건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가족의 아픔을 진정성 있게 생각한다면 제대로 조사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교민인 희생자 김인홍(24)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게 하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보내 공부를 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을 당했다”며 “가장 힘든 건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한 게 답답했다. 이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 28일 (아들) 장례식을 위해 저는 떠나지만, 비엔나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족들끼리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는 “참사 뒤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유가족인데, 이를 차단한 것과 다름없는 정부 대처는 비인도적”이라며 “희생자 명단 공개로 갑론을박하게 만든 것도 결국 유족들이 만날 공간 자체를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도 “명단 공개도 2차 가해이지만, 유족 동의 없이 위패도 없고, 영정사진도 없는 분향소 또한 내게는 2차 가해였다”며 눈물 짓기도 했다.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티에프 서채완 변호사는 “유족들 입장에선 자녀가 몇 시에, 왜, 이 병원에 안치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유가족 지원도 가족마다 (알고 있는) 편차가 크고, 일대일 전담 지원 체계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도 나온다”며 “정부의 금전적인 보상안도 가족들은 경계하고 있다. ‘돈으로 덮을 일’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사 내용이 기사화되면 혐오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 2차 가해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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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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