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미움받는 새, 까마귀의 숨은 역할

박영서 2026. 5. 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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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마쓰바라 하지메 지음 / 정한뉘 옮김 / 나무의마음 펴냄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새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죽음, 불길한 미래, 나쁜 소식 등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된다. 조류학자이자 도쿄대 교수인 저자도 이런 이미지를 잘 안다. 스스로를 ‘까마귀 덕후’라고 부를 만큼 까마귀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는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며 여러 권의 까마귀 책을 펴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싫은 까마귀가 정말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까마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가정한 뒤 생태계와 인간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하나씩 추적한다. 겉보기에는 엉뚱한 상상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까마귀가 자연과 인간 세계 곳곳에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책은 ‘까마귀 없는 세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까마귀의 생태적 지위, 청소동물로서의 역할, 그로 인해 지구가 얻어온 이점을 설명한다. 까마귀가 단순한 ‘도시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육지와 바다, 숲을 연결하는 매개자라는 얘기다. 책은 또 한 종(種)이 사라질 때 자연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도 보여준다. 하와이에서 서식하던 고유종 ‘하와이까마귀’는 서식지 파괴, 외래종 유입 등으로 자취를 감췄고, 이로 인해 하와이 숲 생태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까마귀가 인간 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도 살펴본다. 신화, 종교, 문학에서 까마귀는 수많은 이야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상상 실험은 한 가지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태계 균형은 수많은 생명의 연결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책은 한 종을 통해 자연의 연결망을 되짚어보게 하는 사유의 여정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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