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싸우고 있었다"... 충북 학생 항일독립투쟁 기록으로 부활

한덕동 2026. 3. 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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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 책으로 출간
3.1운동 도화선은 보통학교 학생들
'일제 타도' 거리서 외친 청주농고생
잊힌 학생 항쟁 세상 밖으로 끌어내
"기록에 남지 않은 무명 투사에 헌사"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가 쓴 충북 학생 항일독립투쟁사. 충북인뉴스 제공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옥윤은 “밀정 한두 명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 영화 같은 외침이 100년 전 충북의 교정에서도 줄기차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생한 기록으로 부활했다.

충북인뉴스가 최근 출간한 ‘충북 학생 항일독립투쟁사: 우리는 싸우고 있었다’는 그동안 독립운동사의 ‘조연’에 머물렀던 학생들의 투쟁을 ‘주연’의 자리로 돌려놓은 책이다.

저자 김남균 기자는 “3·1운동 등 충북지역 독립항쟁 대부분이 학생들에 의해 시작된 사실을 각종 사료를 통해 확인했다”며 “일제강점기 학생들은 항일 운동의 선봉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학생 독립투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충주간이농업학교 학생 유석보를 접하면서부터다. 1919년 3·1운동 당시 13세였던 그는 그해 3월 10일 교사 류자명 등과 만세 항쟁 시위를 계획했다. 하지만 거사는 동료 학생의 밀고로 실패했고, 체포된 유석보는 두 달 가까이 옥살이를 했다. 유석보는 옥중에서도 독립만세를 외쳤다. 김 기자는 “13세 소년이 이럴진대, 투쟁에 나선 다른 학생들은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다다랐다.

이때부터 그는 조선총독부 문서, 판결문, 언론 보도 기사 등 각종 자료를 뒤지기 시작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학생 투사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발굴해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학생 항일독립투쟁의 개요와 현황, 연도별 연표를 담았다. 2부에는 충북지역 22개 학교 학생들의 투쟁 준비 과정과 구체적인 활동 및 결과를 사진 자료와 함께 실었다. 3부는 항일 투쟁에 나선 학생들의 인명 사전으로, 한 명 한 명의 학적과 나이, 활동 내용을 기록했다.

이 책은 충북지역 최초의 만세 항쟁 시위가 1919년 3월 15일 진천공립보통학교(현 진천상산초) 학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학계에서 충북 첫 만세운동으로 규정했던 괴산장터 만세(3월 19일)보다 4일 앞서는 것이다. 또한 괴산장터 만세 항쟁에서 가장 먼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이 괴산명덕초등학교(당시 괴산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학생들의 항일 투쟁은 1930년대 들어 더욱 치열해졌다. 1931년 청주공립농업학교(현 청주농업고) 학생 80여 명이 일본 칼을 차고 훈시하던 일본인 교장을 연단에서 끌어내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쇠망치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일어난 학생들은 ‘일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며 시가지 행진까지 벌이는 기개를 보여주었다.

1919년부터 1945년 광복까지 충북에서 항일 투쟁에 참여한 학생은 기록물로 확인된 인원만 2,869명에 달한다. 이 중 249명이 체포되고 70명이 옥고를 치렀으며, 최소 56명의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서훈을 받은 인물은 단 21명에 불과하다.

가장 길게 옥살이를 한 학생은 충주 출신이자 청주공립농업학교 학생이던 서상경이다. 그는 1919년 3월 9일 만세 항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포된 데 이어 이후 두 차례 더 체포돼 옥살이를 했다. 그가 일제로부터 언도받은 형량은 총 6년 5개월에 이른다.

친일재산 추적 전문기자로 알려진 김남균 기자는 2018년 충북지역 친일 잔재 답사기인 ‘그들이 빗돌이 먼지가 되도록 불망’을 펴냈다. 2024년에는 국가사적지인 청주 상당산성 내 친일파 무덤을 추적한 ‘파묘’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청주농고, 청주중, 대소원초 등 일부 학교만이 기념탑을 세워 선배들의 항일 정신을 기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기록에 남지 못한 수많은 무명 투사들에게 이 책을 헌사한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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