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크래프트 마니아 사로잡은 무쇠팬 [21세기 헤비 듀티 루엣비든]
'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매장에 온 어떤 손님이 '부시크래프트' 장비들이 진열된 진열장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렀다. 그는 고개를 자꾸 갸웃댔다. 그리고선 말했다.
"이게 대체 어디에 쓰는 거죠?"
나는 대답했다.
"아, 그건 '부시쇠'라는 것이에요. 차돌 같은 것에 쇠를 갖다 대고 긁으면 불꽃이 생기는데, 그걸로 모닥불을 피웁니다."
손님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덧붙여 말했다.
"와, 이거 꽤 무거운데! 이런 걸 배낭에 넣고 산에 간다는 거죠?"
나는 또 설명했다.
"아, 저 장비를 가지고 굳이 산에 가지는 않죠. 대부분 캠핑장으로 갑니다. 부시크래프트 캠핑을 즐기는 거죠."
그제야 손님은 "오!"라고 감탄하면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을 때 짓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부시크래프트는 숲 혹은 수풀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부시Bush'와 만들기, 공예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래프트Craft'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니까 부시크래프트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숲에서 하는 공예'쯤 된다. 사전에서는 거친 야생에서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정의하는데, 일반적으로 가벼운 텐트나 스토브 등 첨단 캠핑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캠핑 방식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부시크래프트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우고 나무를 깎아 즉석에서 필요한 장비를 만들며, 무거운 면으로 된 텐트 안에서 잠을 잔다.
부시크래프트와 관련된 장비를 만들어 파는 국내 회사가 있다. '루엣비든LUETT BIDEN'이라는 업체다. 이 회사는 해먹 캠핑으로 시작했다. 회사 대표(이진안)가 해먹 캠핑 마니아였다. 그래서 루엣비든 초창기엔 해먹과 관련된 장비가 다수 출시됐다. 언제부턴가 루엣비든에서 부시크래프트 관련 장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칼, 도끼, 팬, 부시쇠 등 무겁고 투박한 캠핑장비들이었다. 이 장비들은 품질이 좋기로도 소문나 루엣비든은 이제 해먹 브랜드 보다 부시크래프트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루엣비든의 인기 상품은 '부시팬'이다. 마니아들에 따르면 부시팬은 루엣비든이 부시크래프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진안 대표는 해먹 캠핑을 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쿠킹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정했다. 주물 형식의 무쇠팬은 무겁고 두꺼워 백패킹에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는 철판을 프레스로 찍어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백패킹용으로 만들기 위해 '열연강판'을 두께별, 크기별로 여러 샘플을 만들었다. 효과적인 요리와 수납을 위해 또 여러 사항을 고려했다. 이 팬은 기존 프라이팬과 달리 코팅되어 있지 않고, 손잡이 부분을 나무로 깎아 사용자가 직접 끼워 쓸 수 있게 했다. 이 '감성'이 여러 사람에게 통한 모양인지 제품은 잘 팔렸다.
이후 부시팬은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티타늄으로 만든 것, 더 작게 만든 것, 접시형으로 된 것, 제작 공정 시 생기는 주름을 그대로 살린 것 등이 나왔다. 팬으로 찜이나 밥까지 할 수 있도록 전용 뚜껑도 제작됐고, 팬을 집을 때 쓰는 집게, 전용 보관 주머니도 생겼다. 다양한 옵션에 따른 추가 가격 발생으로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일부있다.
아까 그 손님은 내가 들려준 이야기에 깊이 빠진 모양이었다. 이윽고 손님은 부시팬을 손에 들었다. 그가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손님이 거들었다.
"아, 루엣비든 부시팬 좋지요.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 쓴 제품이에요. 이거 구입하면 후회는 없을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이 말을 듣고 고민하던 손님은 부시팬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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