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 취약지 ‘건강격차 해소’ 예산 24억 전액 삭감됐다

천호성 기자 2024. 10.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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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 주민들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사업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질병관리청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5년도 예산안에는 '지역사회 건강 불균형 해소사업'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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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정부지원’ 약속과 달리 강원 태백 등 5곳 내년 지원 중단
소병훈 의원 “의료개혁 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지역 의료공백 키워”
지난해 10월 해남군 관계자가 해남군 계곡면 주민들에게 양손 지팡이를 활용한 걷기운동법을 교육하는 모습. 해남군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 ‘지역사회 건강 불균형 해소사업’으로 계곡면 지역 주민들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남군 누리집

의료 취약지 주민들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사업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료 개혁’에 나선 정부가 정작 의료 사각지대의 건강관리엔 손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질병관리청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5년도 예산안에는 ‘지역사회 건강 불균형 해소사업’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애초 질병청은 24억원의 정부 예산 편성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2017년부터 시행된 이 사업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별 만성질환 발병 원인 등을 연구하고, 지역 특성에 맞춘 예방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3년간 예산을 지원하고 4년째부터는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운영해야 한다. 강원 태백시·경남 고성군·전남 해남군·경북 영양군·충남 홍성군 등 5곳은 내년까지 정부 지원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삭감으로 사업이 크게 축소되거나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그동안은 정부 지원으로 마을마다 건강관리 전담인력을 둘 수 있었다. (지원이 끊기면) 지자체 예산으론 당장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그동안 이 사업으로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태백시는 뇌졸중 등 심뇌혈관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장성동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매주 운동프로그램을 연다. 멀리 움직이기 어려운 주민을 위해 간호사 등이 경로당을 방문해 근력운동을 돕는다. 태백시 관계자는 “(사업 이전) 조사 때는 보건 교육을 받아본 주민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건강관리 여건이 열악했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집 밖에 자주 나오게 되고, 운동 교육 등으로 몸의 변화를 직접 느껴 좋아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질병청이 2일 낸 ‘주간 건강과 질병’ 보고서를 보면, 남해군 삼동‧창선면에선 2020∼2022년 이 사업 참여 전후로 신체활동 수행능력 검사에서 ‘양호’ 등급을 받는 주민 비율이 60.0%에서 84.4%로 24.4%포인트 올랐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는 (의-정 갈등으로 생긴) 수도권 의료 공백을 메운다며 지역 보건소 공중보건의를 대거 차출하는 등 지역 의료 공백을 오히려 키운 바 있다.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 사업까지 중단시키면서 ‘지역의료 강화’를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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