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큰 손’ 부상한 삼성·SK…메모리 경쟁력으로 AI 에이전트 주도권 노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에 수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AI 산업을 좌우하는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 인프라 파트너들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앤트로픽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금은 각각 조 단위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포함해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앤트로픽은 지난 28일 시리즈H 라운드에서 650억달러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9650억달러(약 1440조원)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오픈AI(8520억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앤트로픽 자체 기업 평가가치도 지난 2월(3800억달러)보다 2.5배 이상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앤트로픽 투자 결정은 투자 수익은 물론 사업 확장과 전략적 협력 확대까지 내다 본 포석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앤트로픽은 오픈AI와 구글이 주도해 온 생성형 AI 업계에서 클로드·미토스 등 최첨단 AI 모델 공개, AI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무서운 기세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앤트로픽에 안정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과 함께 미 전역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HBM 공급 등 핵심 협력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두 기업이 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공급사가 우위를 점하는 ‘슈퍼 을’ 지위를 바탕으로 AI 인프라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앤트로픽의 AI모델 ‘클로드’에 활용되는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앤트로픽은 시리즈H 투자 라운드 결과 발표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를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명명하면서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직 칩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이 AI 모델의 학습·추론을 위한 AI 반도체를 의미하는데, 주로 파운드리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메모리 3사 가운데 파운드리를 보유한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에, 추후 앤트로픽이 칩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테슬라의 차세대 A16칩, 엔비디아의 추론용 언어처리장치(LPU) 칩 ‘그록3’ 등을 잇따라 수주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의 핵심인 메모리 경쟁력을 지닌 두 기업이 글로벌 핵심 AI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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