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택시 콜 불법 매크로 제작자에 무죄 선고…플랫폼 업계 “면죄부로 생각할까 우려”
타 법원 유죄 판결과 상충
카카오 “손해배상 청구 검토”

법원이 선호 지역 위주로 택시 콜을 자동 선별해 주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식 앱을 사용하는 택시 기사들이 정상적인 영업 기회를 박탈당했는데도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앞서 해당 프로그램에 유죄를 선고한 다른 지방법원의 판결과도 상충되는 결정”이라며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판매자들이 면죄부를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지법, 불법 매크로 무죄 판결 논란
앞서 지난 10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택시 기사들에게 판매·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2심 법원도 지난 24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택시 기사가 원하는 거리·도착지 등을 미리 설정하고 해당 조건에 맞는 콜이 ‘카카오 T 기사용 앱’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수락하게 만든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장거리 운행처럼 수익성이 높은 콜을 다른 기사보다 먼저 자동으로 수락할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택시 기사들에게 판매해 약 3억5000여 만원을 부당 취득했다.
검찰은 A씨가 카카오T 서비스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해 배차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심을 맡은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해당 앱은 택시 기사가 개인이 직접 수행하는 업무를 보다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줄 뿐, 거기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 T 기사용 앱’의 정보통신 시스템·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로 판결했다. 카카오 T 기사용 앱이 콜 정보를 수신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단지 콜 수락 버튼을 빠르게 클릭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정보 처리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불법 매크로에 면죄부 부여하나
그러나 이번 부산지법 판결은 앞서 다른 지방법원의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2023년 4월 대구지법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책에게 “피고인은 피해자의 카카오택시 기사 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했다”며 “허위의 정보를 피해자(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서버에 전송되도록 하여 정보 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업무를 방해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도 같은 해 6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책에게 “공정한 콜 분배 기능, 부정 신호 차단 기능을 무력화해 앱 운용을 방해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판결에 대해 플랫폼 업계에선 법원이 실질적 정의를 구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의 핵심은 ‘공정한 배차 알고리즘’인데 불법 매크로 때문에 배차 질서가 무너지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그런데도 법원은 비정상적 트래픽과 운영 리소스 가중이라는 피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부산지법 판결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불법 매크로를 사용하는 택시 기사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보다 먼저 원하는 콜을 수락할 수 있어 양자 간에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도 “정보 처리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피해를 본 택시 기사들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부산지법 판결처럼 카카오T 시스템을 직접 훼손하는 여부로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면 사실상 불법 매크로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기차표·공연 티켓 예매, 게임 등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 매크로 근절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힘쓰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로 불법 매크로를 쓰지 않는 정직한 택시 기사들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 불법 매크로 쓰면 ‘영구 퇴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택시기사에 대해 영구 정지·퇴출이라는 정책을 담은 ‘삼진아웃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타 지역 법원에서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있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도 있는 만큼 선량한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재를 하겠다”며 “형사 재판과 별개로 불법 행위 및 약관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불법행위 금지 가처분 등 민사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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