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숨지 않았다…아시안컵,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

▲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오른쪽은 손흥민이 조별리그 탈락 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일부로, 팬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선수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탠딩아웃뉴스

손흥민이 긴 글을 올렸다.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대표팀은 기대와 달리 조별리그에서 멈췄고, 비판은 선수단과 감독,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 한복판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먼저 사과를 남겼다.

문장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손흥민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실을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고, 선수들에게는 비판보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목이 가장 손흥민다웠다.

결과가 좋을 때 앞에 서는 선수는 많다. 박수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진짜 차이는 무너진 뒤에 나온다. 비판이 쏟아질 때 누가 먼저 입을 여는지, 누가 변명보다 책임을 먼저 말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손흥민은 이번에도 숨지 않았다.

대표팀의 실패를 손흥민 한 사람에게 묻는 건 맞지 않다. 축구는 한 명이 이기게 만들 수 있는 경기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한 명이 모든 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니다. 이번 탈락에는 경기 운영, 선수 기용, 전술 대응, 협회 행정, 세대교체까지 여러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그래서 더 냉정해야 한다.

손흥민이 사과했다고 해서 대표팀을 향한 평가는 멈추면 안 된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분명한 실패다. 팬들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오랜 시간 기다렸고, 기대했고, 응원했다. 결과가 실망스러웠다면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와야 한다.

다만 선은 지켜야 한다.

비판은 한국 축구를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 개인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라면 남는 게 없다. 손흥민이 부탁한 것도 그 지점이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막아달라는 글이 아니었다. 함께 뛴 선수들까지 상처만 안고 돌아서지는 않게 해달라는 주장으로서의 부탁이었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얼굴이었다.

대표팀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기대가 필요할 때도 손흥민이었다. 책임이 필요할 때도 손흥민이었다. 팬들은 그에게 많은 것을 바랐고, 손흥민은 그 부담을 꽤 오래 버텼다. 이번 글에는 그 시간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사과문은 단순한 사과문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 손흥민의 월드컵 본선 출전 기록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4차례 대회에서 13경기에 출전해 12차례 선발로 나섰고, 본선 통산 3골을 기록했다.=스탠딩아웃뉴스

손흥민은 팬들이 다시 자신을 찾을 때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아직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무너진 결과를 인정하되, 그 자리에서 멈추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방식의 약속이었다.

이제 시선은 아시안컵으로 가야 한다.

아시안컵은 월드컵의 상처를 덮는 무대가 아니다. 제대로 다시 시작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손흥민이 또 한 번 앞에 선다면, 이번에는 혼자 책임지는 그림이어서는 안 된다. 대표팀은 더 분명한 전술로 답해야 하고, 협회는 더 투명한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답해야 한다.

팬들도 이미 알고 있다.

실망이 크다고 해서 애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판이 거칠어졌다고 해서 응원이 끝난 것도 아니다. 한국 축구를 오래 지켜본 사람일수록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안다. 사과문 하나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 동시에 손흥민의 노고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는 것

손흥민은 이번 글에서 자신을 낮췄다.

이제 한국 축구가 높아져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사과문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답할 시간이다.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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