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네이버·카카오 ‘문어발 확장’ 막는다…빅테크 플랫폼 담합 감시 강화

세종=박소정 기자 2023. 1. 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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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3년 주요 업무계획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거대 온라인플랫폼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큰 인수·합병(M&A)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플랫폼 분야를 따로 떼내어 담합 등 시장 반칙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쇼핑, 모빌리티 사업 등을 통해 골목상권까지 파고드는 빅테크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외국인을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로도 했다. 사실상 플랫폼 기업인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대기업 총수를 의미하는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공정위가 역할을 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공정위 주요 과제를 업무 보고 했다. 공정위는 ▲경쟁 촉진 ▲공정한 거래 기반 ▲대기업집단 정책 ▲소비자 보호 등 4대 핵심과제를 뼈대로 제시했는데, 곳곳에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들이 다수 포함됐다. 공정위의 올해 역점 업무가 온라인플랫폼 공정 경쟁 질서 구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 빅테크 M&A 심사·신고 엄격하게…플랫폼 ‘눈속임 상술’ 단속

공정위 업무보고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특히 디지털 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반도체·애플리케이션(앱)마켓 등 디지털 기반 산업과 모빌리티·오픈마켓 등 핵심 플랫폼 분야에서 독점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빅테크는 지배력 확장을 우려해 M&A 심사·신고 기준 보완을 검토하는 한편, 빅테크 기업 독점력 남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규율 체계도 마련한다. 내·외부 전문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현행법이 플랫폼 특유의 독점력 남용 행위 유형을 규제하는데 충분한지 등을 두루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뉴스1

담합 행위도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특히나 서비스 혁신 플랫폼 분야의 경우 기존 사업자단체의 신규 플랫폼 진입이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없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실태조사를 통해 거래구조나 불공정 거래 관행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담합행위 3대 주요 감시대상 분야.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가 추진해 온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자율규제 원칙 역시 그대로 유지하되,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할 방침이다. 1분기 중 오픈마켓·배달앱 분야에서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표준입점 계약서 마련, 수수료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분쟁조정 기구 설치 등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도출할 방침이다. 이후 숙박앱·앱마켓 등 주요 업종으로 자율규제 논의를 확산할 예정이다.

온라인 소비 공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소비자 이슈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별도의 추가 고지 없이 서비스를 자동 갱신·결제하거나 가입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대형 플랫폼의 눈속임 상술, 이른바 ‘다크패턴’에 대한 실효적인 규율을 만들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중소 입점업체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뒷광고·이용후기 조작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최근 수요가 증가한 분야의 점검 대상이 되는 불공정약관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중고거래·리셀(resell)을 중개하는 C2C 플랫폼 사업자와 함께 이용자 사기 피해 예방책, 분쟁 해결 방안도 마련한다. 단 사업자 성격의 판매자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동시다발적인 소비자 피해 확산을 신속히 막게끔 ‘임시중지명령’의 발동 요건을 ‘법 위반이 현저히 의심되는 경우’로 바꾸고, 집단 분쟁조정 신청 요건도 ‘피해 소비자가 50명 이상임이 명백히 예상될 때’로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NYSE 제공

◇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 마련…대기업집단 기준 GDP 연동으로

이번 업무보고에는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외국인을 국내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쿠팡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외국인이나 이중국적자인 동일인 배우자 혹은 2·3세 사례가 증가해 향후 대기업집단 제도와 관련해 불거질 형평성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우자나 동일인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인 대기업집단이 10여개로 잠정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또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설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거나 아예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관련 법이 마련된 2009년 이후 위 기준은 변함이 없는데 경제 규모는 증가해온 데다가, 내년부터 기존 10조원 이상에서 명목 GDP의 0.5% 이상으로 변경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조치다.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선 엄정한 법 집행 원칙을 강조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 부의 이전 ▲독립·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부당 지원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을 살펴보는 한편, TRS(총수익스와프)처럼 부당 지원이나 채무 보증 금지의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는 금융상품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사익편취 심사 지침’을 조만간 개정해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법 적용 기준도 명확히 한다.

소속사와 정산 등 불공정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은 가수 츄(왼쪽·본명 김지우)와 이승기. /뉴스1

이 밖에 소비자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사업자의 안전 책임 강화를 위해 표시·광고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최근 수요가 증가한 오디오북 등 구독 서비스, 라이브커머스, 모빌리티, 여행·숙박, 공유오피스·청년주택 임대차, 리셀 관련해 불공정약관을 점검하고, 스마트폰·오픈마켓, 아이돌 굿즈·완구 온라인 시장, 유사 투자자문업 분야 미신고 전화 권유 판매 등 소비자 피해 빈발 업종에의 불공정 행위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또 ▲웹소설 분야 2차 저작물 작성권 제공 강요 ▲음악 저작권 시장 신규 사업자 진입 방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부당고객유인 등 콘텐츠 분야를 비롯해, 최근 이승기·츄 등 사태로 조명된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 거래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표준계약서 개정 및 불공정 계약 강요 행위 등 감시도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런 경쟁 정책 외에도, 공정위 자체 법 집행 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장 조사 시 조사 공문에 법 위반 혐의 관련 거래 분야·유형, 중점 조사 대상 기간의 범위를 명확하게 기재해 고지하는 등 불투명한 조사 관행을 개선하고, 장기·시효 임박 사건은 단계를 부여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사와 심판 부서를 분리 운영하고 해당 부서 간 인사이동도 제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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