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쟁반 선물 꿈꾼 뒤 수상 소식...'진짜 삶' 같은 소설 쓰고파"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 송지현]
"제일 친한 친구에게 은쟁반을 선물받는 꿈을 꾸고 이틀 뒤에 수상 전화를 받았어요."
길몽을 꾸고도 "게을러서 복권을 사러 못 갔더니" 가장 바랐던 복(福)을 받은 걸까.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인 송지현(35) 작가는 수상의 기쁨을 그렇게 설명했다. "역대 수상자 목록을 보고 정말 '영예로운' 상이구나 생각했는데, 제 이름이 오를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18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올해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었었다고 털어놓았다. "보답을 받으려고 소설을 쓴 건 아니지만" 시작을 함께한 동료 작가들이 한발씩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독자나 문학계의) 호명을 못 받는 건 내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책방 창업을 계획하고 가게 자리도 찾아봤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등단 후 그는 활동이 활발했던 작가는 아니다. 이번 수상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물론 송지현의 글은 문학계에서 꽤 회자됐었다. "송지현 작가는 각종 심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데 비해 더 알려지지 못했던 게 아쉽다"는 심사위원들의 얘기가 이번 예·본심에서도 거듭 나왔다. 이번 소설집은 그런 젊은 작가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전작('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보다 성숙한 작가로서의 시선과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그 덕분에 작가는 창업의 꿈(?)은 잠시 꺾고 다시 펜을 잡기로 마음을 굳혔다.
수상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가족과 청년을 두 축으로 삼아 묶었다. 청년 세대에 집중했던 전작과 비교하면 가족과 세대 이야기로 시선이 확장됐다. 2017년부터 약 2년간 동생과 함께 동해에 살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게 컸다. 그는 "쫀쫀하게 묶여 있는 방식으로 그려지는 '정상 가족'의 모습과 달리 우리 가족은 왜 느슨한 관계일까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작가가 '현실 가족'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달라졌던 건 소설 속 인물인 '엄마'였다. 송지현의 소설 속 '엄마'는 술을 마시고 욕도 하고 딸을 붙잡고 울기도 많이 운다. 작가는 이를 "소소한 전복"이라고 했다. "개인성을 획득해야 여성이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에서 '엄마' 역할을 가부장적 서사에서 억압받는,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송지현의 소설은 삶을 퍽 닮았다. 어떤 소설보다도 자연스럽게. 심사위원들은 이를 '서사적 유연함' '느슨한 구조' 등으로 설명하기도 했고, "애를 쓰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청춘들"(윤성희 심사위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송지현의 소설 세계에서는 기승전결이나 인과응보, 고진감래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해설(오은교 문학평론가)도 있다. 송 작가는 그런 소설을 쓰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타고난 '그 특유의 완벽주의적 성향과 게으름'(박상영 소설가)에 맞서면서.
"식당 음식이 맛있으면 '집밥 같다'고 하고 집밥이 맛있으면 '팔아도 되겠다'고 하는 밈(온라인 유행 사진·영상 콘텐츠)이 있어요. 예술 작품과 인생도 그런 관계인 것 같아요. 서로 닮아가려고 하죠. 의미를 갖고 그곳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쓰기보다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의미 없는 사실들이 모여 우리가 그것을 의미라고 생각하는 '진짜' 삶을 닮은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을 해요."
이번 수상으로 받은 힘은 첫 장편소설을 내는 데 쏟아보려 한다. 익숙하게 읽던 영미, 유럽 문화권 장편 소설의 방대한 서사만 생각하다 보니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다. "쓰던 대로 쓰라"는 친한 동료 작가의 조언대로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는 "불법을 소재로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다시 출발선에 선 송 작가는 "세상을 관찰한 부분이 섬세하게 드러나면서 시혜적이지 않고, 섣불리 용서도 반성도 않는 그런 작품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설명했다. "함부로 화해하거나 평가하는 일을 경계하면서"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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