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끝났다” 제네시스 GV80, 삼성 패널로 깜짝 반전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형 SUV GV80의 차세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전격 탑재한다. 2020년 GV80 첫 출시 이후 줄곧 LG디스플레이 제품만을 고집해온 제네시스가 내년 출시 예정인 풀체인지 모델에서 처음으로 삼성과 손잡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제네시스 GV80 실내 디스플레이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2027년 이후 출시될 GV80 완전변경 모델의 일체형 메인 계기판 패널에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이 투입된다. GV80은 2020년 1월 첫 출시 이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패널 모두 LG디스플레이의 LCD를 사용해왔다. 2023년 10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LCD 대신 더 선명한 OLED를 채택하면서도 여전히 LG디스플레이 제품만을 고수해왔던 제네시스가 이번에 공급처를 과감하게 다각화한 것이다.

삼성-현대차, 1995년 이후 30년 만의 밀월 관계

이번 협력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는 1995년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이후 최근까지도 삼성과의 협력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당시 삼성자동차와의 경쟁 기억이 남아있던 현대차는 삼성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전통적인 내연기관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술력만 갖춘다면 과거의 경쟁 관계를 떠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종 연합’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

실제로 현대차와 삼성의 협력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1년 제네시스 G80 전기차에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의 오디오 시스템을 처음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LG와 SK에만 의존하던 배터리 공급망에 삼성SDI를 추가했다. 이제 디스플레이 영역까지 삼성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양사의 협력은 전방위로 진화하고 있다.

GV90에도 삼성 OLED 탑재 가능성 높아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제네시스의 첫 대형 전기 SUV ‘GV90’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신 OLED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GV90은 제네시스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로,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OLED 패널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GV80 27인치 OLED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차량용 OLED 브랜드 ‘드라이브(DRIVE)’를 출시하며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차량용 대형 OLED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보다 수명이 길고 높은 내구성이 요구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축적해온 OLED 기술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분야다.

27인치 통합형 OLED의 압도적 시각 경험

현재 GV80에 탑재된 27인치 파노라믹 OLED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중앙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일체형 구조다. 기존 LCD 대비 명암비가 압도적으로 우수하고, 응답속도가 빨라 운전 중 필요한 정보를 더욱 선명하고 빠르게 전달한다. 특히 야간 주행 시 OLED 특유의 깊은 블랙 표현력은 눈의 피로를 줄여주고 시인성을 극대화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차세대 차량용 OLED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디스플레이 밑에 카메라를 숨기는 UPC(Under Panel Camera) 기술을 적용해 안전주행을 돕고, 대시보드 형태에 맞춰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벤더블 기술로 인테리어 심미성까지 높인다. 이러한 기술들이 GV80 풀체인지 모델과 GV90에 적용된다면, 제네시스의 실내 디자인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차별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이종 연합 시대

현대차와 삼성의 협력 강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 간 경쟁 구도 대신,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이종 연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량 공동 개발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라이벌이었던 두 회사는 지난해 전략적 협력을 약속했고, 올해 8월에는 5개 차종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프랑스 르노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공동 개발에 나섰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쟁사 간 협력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된 셈이다.

차량용 OLED 시장, 급성장 예고

차량용 OLED 시장은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차량용 OLED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95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248만 대에서 불과 1년 만에 약 50만 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차량용 OLED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실내 공간 활용도가 높고,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에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적용이 필수적이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앞다퉈 OLED 디스플레이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대응은?

그동안 제네시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독점해온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진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 여전히 GV80의 기존 모델과 다른 제네시스 라인업에 OLED를 공급하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분야에서 선발주자로서의 강점을 살려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투명 OLED, 플렉서블 OLED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 확대

제네시스의 공급처 다각화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라는 두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이 제네시스 차량용 OLED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트림별로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선호하는 소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원하는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다.

미래차 시대, K-모빌리티 생태계 강화

이번 현대차-삼성디스플레이 협력은 단순히 두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빠르게 성장하는 완성차 기술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모빌리티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OLED 기술과 현대차의 전동화 플랫폼이 결합한다면, 중국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27년 출시될 GV80 풀체인지 모델에 탑재될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어떤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일지, 그리고 이것이 제네시스의 시장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년 만의 화해가 만들어낼 시너지, 그 결과물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