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처벌 강화' 속도…애초에 못하게 하는 예방책은?

권신혁 기자 2024. 9.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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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위 법안소위 넘어…"11월께 통과"
성착취물로 아동 협박하면 징역 5년↑
디성센터 권한 강화·피해자 신상 삭제
"처벌 강화보단 성인지감수성 등 교육"
"실물 없는 형태 등장할 것…대비해야"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영상물 조작) 성범죄가 급증하자 정치권이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신종 범죄는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사후 대책뿐 아니라 디지털 범죄 예방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협박죄 강화·디성센터 법적 근거 마련

2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및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성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현행법상 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 강요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경우 협박죄를 3년 이상으로, 강요죄를 5년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또 야간, 공휴일 등 긴급한 경우 경찰이 사전 승인 없이 신분 비공개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채 텔레그램 등 온라인 공간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가해자를 추적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공휴일에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방을 발견했지만 사전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하다가 해당 방이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은 딥페이크 피해자의 영상물을 삭제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앙디성센터와 지역디성센터의 설치 근거법을 신설하고 사진 및 영상물과 함께 유포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현행법에는 센터의 설치 근거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권한이 미미하다. 영상물이 유포된 해외 플랫폼 등에 삭제를 요청할 경우 "너희가 누군데"라는 대답과 함께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또 최근 딥페이크 피해 규모가 커지며 지자체 차원의 업무 수행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기존 성폭력방지법에는 불법영상물 삭제 관련 근거만 있을 뿐 피해자 개인정보 삭제 관련 규정은 없다.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겹지방(공통 지인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해 공유하는 방)'을 통해 피해자의 이름, 학교 등 신상이 유포되는 2차적인 피해도 발생했다.

여야 "통과 시급…정기국회 내 처리할 것"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해당 법안들은 이제 여가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치며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딥페이크 관련 법안들이 정기국회 내 입법화될 수 있게 처리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한규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09.09. kch0523@newsis.com

여가위 여당 간사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딥페이크 법안 세부 내용에서 여야 간 충돌이 있었지만 법안 마련 공감대 하나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여야 정쟁과 상관없이 협치해서 최대한 (정기국회 내) 통과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23일 여가위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들을 통과시킬 예정"이라며 "이후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없을 것 같지만 타 상임위 법들이 밀린 게 많고 10월엔 국정감사가 있어 11월달쯤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 미리 대비해야"

이 같은 국회의 움직임에도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과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후 대책이 아닌 예방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들이 또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교육 등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년범, 촉법소년 등에 대한 처벌이 미미한 상태에서 전체적인 형량만 높인다면 많은 가해자들이 그냥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입법부 등이 딥페이크 등 신종 성범죄 관련해 의식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성인지 감수성 제고 등 재판부 교육이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딥페이크 범죄 등이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선행적 논의 없이 기계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기존의 판례를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예방책 마련과 동시에 진화하는 디지털 범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처벌 강화는 필요하지만 문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딥페이크 아동·청소년 가해자들은 대부분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데 처분 대상자만 늘려놓고 수강 명령만 반복하는건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디지털 성범죄는 실제 사람의 사진을 이용하지만 앞으로는 실물이 없는 형태 등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아동·청소년이 담긴 음란물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수사해 처벌하는 동시에 범죄의 진화 행태를 계속 팔로우하는 정부 기관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제는 청소년들이 AI 등으로 또래 학생들을 이용해 직접 음란물을 제작하며 재미를 느낀다"며 "유포 뿐 아니라 제작 자체를 범죄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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