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면세점이 오는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을 앞두고 중국 최대 여행 국영기업인 ‘중국여유그룹’과 전략적 협력 강화에 나선다. 소비 채널 다변화와 보따리상 감소로 면세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핵심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여유그룹 경영진과의 전략 회동을 진행한다. 이번 방문은 중국 측이 한국 면세업계의 운영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양사 간 실질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성사됐다. 중국면세점그룹은 호텔신라 경영진과 글로벌 면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방안과 교류 확대를 논의하고, 23일 신라면세점 제주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여유그룹의 자회사인 중국면세점그룹은 1984년 설립된 세계 최대 면세기업이다. 이번 회동에는 호텔신라 김준환 TR부문장(부사장), 김보연 마케팅팀장(상무), 윤재필 국내영업팀장(상무)과 중국여유그룹 류쿤 부총장, 장리쥔 부총경리, 요우청 연구원장, 왕옌광 부총경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전략 회동은 오는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동안 양사는 실무 차원의 교류를 이어왔지만, 최고경영진이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중국 단체관광객을 수용하는 사례라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겪은 만큼 이번 기회를 실적 반등의 전기로 삼고자 한다. 호텔신라는 2023년 면세 부문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24년 연결기준 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송객수수료 절감 효과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신라면세점과 대조를 이뤘다.

과거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온 만큼, 단체 관광객의 복귀는 호텔신라의 실적 회복에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보따리상 대상 송객수수료, 인천공항 임대료 등 누적된 비용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미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대 30일 체류 가능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지역 관광·레저 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다.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중국 VIP 고객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8.2% 증가한 130억2500만원, 매출은 14.8% 늘어난 121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72만명이었던 제주 외국인 입도객 수는 지난해 19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단체관광객의 증가가 곧바로 면세점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팬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는 단체 관광보다 개별 자유여행 중심으로 이동했고 면세점 매출을 주도하던 보따리상들의 활동도 크게 줄었다. 대신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국내 로컬 브랜드 유통 채널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처로 부상하고 있어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관광객 수의 증가만으로 매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체험형 콘텐츠나 K컬처 연계 상품을 통해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단순 쇼핑공간이 필수 방문질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단체 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그룹 관광객과 자유여행객(FIT)을 모두 아우르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단체 관광객 전용 쇼핑 환경 재정비와 특화 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시내면세점이 단체 관광객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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