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동중인 원자로 냉각수 점검?…2~3개월 바짝 하던 안전검사 상시 한다

이병구 기자 2024. 10.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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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울산 울주군에 있는 새울 2호기 원전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가 고정자냉각수펌프 교대 및 운전가능성 점검 과정에 참석해 펌프 압력과 유량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셋, 둘, 하나!"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에 있는 새울 2호기 원전 보조건물에서는 요란한 기계음을 뚫고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자로 냉각수를 이동시키는 고정자냉각수펌프를 교대하며 펌프 성능을 시험하는 작업이다. 두 개의 펌프 중 꺼져 있던 펌프가 켜지고 켜져 있던 펌프가 꺼졌다. 작업 내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가 감독하면서 펌프의 유량과 압력 등을 확인하고 기록했다.

이날은 새울 2호기 원자로가 운전중인 날이었다. 더군다나 정기 정비 기간도 아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이 시설 기준에 맞게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정기검사'는 통상 핵연료 교체 주기인 18개월에 한 번씩 원자로 운전을 정지하고 진행되는 정기 정비(오버홀, OH) 기간에 함께 시행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본체부터 냉각 계통, 방사선 관리시설 등으로 이뤄진 크고 복잡한 시스템이다. 원자로 노형에 따라 다르지만 정기검사 항목이 약 100개에 달할 정도다. 원안위는 2~3개월 정도의 한정된 기간 내에 많은 검사를 진행하면서 충분한 검사 준비·점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검사 항목 일부를 연중에 상시로 실시하는 '상시검사' 제도를 지난 5월부터 새울 2호기에서 시범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안위의 검사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정기검사 항목을 운전검사, 정기검사, 심층검사 3가지로 세분화한다. 운전을 멈춘 정기 정비 중에만 실시하던 검사 일부를 연중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운전검사는 정기검사 항목 중 원자로 가동 중에도 할 수 있는 검사를 말한다. 이를 정기 정비 기간이 아닐 때 진행해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임종윤 원안위 고리원전지역사무소장은 "운전검사는 원자로가 운전 중일 때도 실시할 수 있는 일부 검사 항목을 상시로 검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검사 항목을 시간적으로 분산하면 정기검사 중 여유를 충분히 확보해 심층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층검사는 발전소마다 나타나는 이상징후나 취약·특이점을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수행하는 프로세스다.
 

22일 울산 울주군에 있는 새울 2호기 원전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고정자냉각수펌프 교대 및 운전가능성 시험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날 진행한 고정자냉각수펌프 시험 및 교대 작업은 6개월 주기로 진행된다. 정기검사 항목에 포함되는 작업은 아니지만 원자로 운전 중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운전검사와 개념, 프로세스가 같다.

임 소장은 "주기가 18개월보다 짧은 검사의 경우 정기 정비 전까지 한수원에서 자체적으로 검사한 내용을 서면으로만 보고받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새로운 검사 제도가 가동원전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조치하는 데 더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검사 결과는 분기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비검사 종료 후에는 정비·심층검사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상시검사 제도는 새울 2호기에서 2026년 12월까지 시범 운영하고 보완점이나 개선점을 반영해 2027년 1월부터 모든 원전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발전소 옆 현장에서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새울 3·4호기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용희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은 22일 새울 3호기 건설 현장에서 "3호기는 원자로 시운전을 하고 있고 난간 같은 잡철물 설치와 도색 등 마무리 작업 단계를 진행 중"이라며 "4호기에서는 크레인을 사용한 작업이 모두 끝나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새울 3·4호기에서도 기존 원전을 개선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소장은 "항공기 테러 등을 대비해 원자로가 있는 콘크리트 외벽 두께를 137cm로 만들어 기존보다 15cm 더 늘렸다"며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내진 설계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바로 밑에서 규모 7.4 지진이 와도 괜찮다는 설명이다.

새울 3·4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도 60년 치로 새울 1·2호기의 용량인 20년 치보다 3배 확대됐다. 새울 원전에 적용된 APR1400 노형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새울 3호기는 내년 하반기, 새울 4호기는 2026년 준공이 목표다. 한수원은 "새울 3·4호기까지 가동되면 새울 원전이 국내 원자력 발전량의 19.4%를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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