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McLaren)의 롱테일(Long Tail), 그 이름을 디자인 요소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길게 뻗은 리어엔드는 단순히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맥라렌이 추구하는 퍼포먼스의 방향성과 철학이 응축된 상징이다.
글 이승용
지난 2015년 제네바 모터쇼(Geneva Motor Show)에서 공개된 675LT는 맥라렌이 처음 선보인 롱테일 모델이다. 1997년 르망 24시(24 Hours of Le Mans) 레이스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맥라렌 F1 GTR 롱테일(McLaren F1 GTR Longtail)을 오마주했으며, 650S를 기반으로 제작된 트랙 중심의 고성능 쿠페였다.
경량화, 공기역학 최적화, 고출력 파워트레인, 운전자 중심의 설계, 그리고 희소성까지, 675LT는 이후 맥라렌 LT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여섯 가지 핵심 가치를 모두 담고 있었다.
이후 600LT, 765LT, 그리고 각 모델의 스파이더(Spider) 버전까지 총 6종이 연이어 등장하며 맥라렌 LT는 독자적인 서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765LT 스파이더는 765마력의 출력과 초경량 카본 섀시, 그리고 트랙을 위한 공기역학 패키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LT 중 가장 극단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맥라렌의 기술과 감성, 그리고 레이싱 유산이 정점에서 맞닿은 결과다.
맥라렌은 LT 라인업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셀레브레이트 LT(Celebrate LT)'라는 이름의 글로벌 캠페인을 개최한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브랜드에 대한 헌신을 공유하는 자리'로 기획된 이 행사는, 전 세계 맥라렌 팬들과 오너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된다.
LT 시리즈 전용 콘텐츠를 비롯해 오너 드라이빙 이벤트, 리테일러 초청행사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맥라렌이 보유한 헤리티지 LT 차량들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특히 10주년을 기념해 전시되는 LT 시리즈 6종은 단지 고성능 모델이라는 개념을 넘어, '순수 성능의 상징'이라는 맥라렌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존재다.
그 이름처럼 길어진 스포일러와 리어 오버행은 단지 외형의 차별화가 아니라, 극한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며 운전자가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더 멀리, 더 날카롭게, 그리고 더 치열하게.
헨릭 빌헬름스마이어(Henrik Wilhelmsmeyer) 맥라렌 오토모티브(McLaren Automotive) 최고 커머셜 책임자는 "LT 시리즈는 단순한 파생 모델이 아닌, 맥라렌의 핵심 정체성을 구현한 결과물"이라며 "경량화, 공기역학, 퍼포먼스라는 세 가지 본질 위에서 운전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킨 LT는 단순한 모델명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맥라렌은 수십 년에 걸친 모터스포츠 경험을 바탕으로, 카본 파이버 섀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시스템 등 고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든 차량을 수작업으로 제작해왔다.
서리(Surrey)주의 워킹(Woking)에 위치한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에서 생산되는 이들은 단지 기계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감각과 의지를 공유하는 파트너에 가깝다.
맥라렌 LT는 그래서 특별하다. 트랙에서 시작된 그 정신은 도로 위에서 '운전의 본질'을 되묻는다.
속도를 넘어, 운전자와 기계 사이의 교감을 최우선에 둔 설계. 그 속에서 탄생한 롱테일은 단지 길어진 리어 스포일러가 아니라, 맥라렌이 정의한 '운전이라는 예술'의 형상이다.
셀레브레이트 LT는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향한 출발선이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LT 모델이 어떤 형상과 성능으로 등장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맥라렌의 롱테일은 여전히 달리고 있으며, 그 꼬리는 더 먼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