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3평 줄지만 12억 내세요" 신반포 18차 재건축 주인들에 벌어진 일
재건축 분담금 급증으로 시공사 조합 간 갈등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사업 속도는 그렇지 못한 듯 하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해, 갈등을 빚는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치솟는 공사비로 전국의 정비사업이 위태롭다.
본래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총 공사 비용에서 일반 분양 수익을 뺀 나머지를 조합원이 나눠 분담한다. 일반 분양가가 비싸면 오히려 조합원이 돌려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공사 비용이 크게 늘면서, 가구당 분담금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 사업이 문제다. 조합이 제시한 추정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기존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97㎡로 면적을 줄여 옮겼을 때 12억1800만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5년여 전 재건축을 처음 추진할 때만해도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3억~4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지금은 3배 넘게 분담금이 오른 것이다. 놀란 조합은 과도한 분담금을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했다. 고금리 시대에 분담금이 여기서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최대어로 꼽히는 ‘상계2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분담금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져 분담금이 늘자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상계2구역 관리처분계획안이 작년 12월 부결됐기 때문이다. 2022년 조합원 분양 당시 제시된 분양가는 전용 59㎡ 5억5000만원, 전용 84㎡ 7억7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총회에서 제시된 분양가는 각각 6억8000만원, 9억2000만원으로 가구당 부담이 1억원 이상 늘었다. 조합은 관리처분인가 통과를 다시 준비할 계획이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다.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일반분양가를 7850만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강남 재건축 대어 중 하나인 대치동 은마아파트(7700만원) 일반분양가 추정치보다도 높다. 이에 따른 압구정3구역 조합원 분담금은 최고 55억원에 달한다.
공사비가 높아 아예 사업을 하겠다는 시공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했으나 유찰됐다. 건설사들이 무응찰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907만원 수준의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시공사들은 사업성 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