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 찍어야 돼요" 다급한 출판사…'한강 책' 인쇄소 '행복한 비명'[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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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한영문화사' 인쇄 공장.
한영문화사는 한강 작가가 2021년 펼쳐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초판 1쇄부터 단독으로 찍어낸 곳이다.
인쇄소는 전날 노벨문학상 선정이 발표되고 30분 후인 저녁 8시30분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발주 전화를 받았다.
책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형 서점 온라인 사이트는 한때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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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상 타고 30분만에 '책 더 찍어야 한다'고 전화를 받았어요. 주말에도 공장 풀로 가동할 겁니다.(웃음)"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한영문화사' 인쇄 공장. 문틈으로 쉴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새어 나왔다. 컬러 인쇄기 5대에 종이가 1장씩 빨려 들어가면서 굉음을 냈다. 종이를 말리는 알코올, 인쇄에 쓰는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곧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종이 더미가 공장 곳곳에 쌓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인쇄소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한영문화사는 한강 작가가 2021년 펼쳐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초판 1쇄부터 단독으로 찍어낸 곳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수상 후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하는 작품'으로 꼽은 책이다. 그는 전날 노벨위원회와 한 인터뷰에서 "최신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됐으면 한다"며 "모든 작가는 자신의 최신 작품을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쇄소는 전날 노벨문학상 선정이 발표되고 30분 후인 저녁 8시30분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발주 전화를 받았다. 출판사 직원 목소리는 다급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만 35년을 일하며 200여개 출판사를 관리하는 이명원 상무(62)도 처음 겪는 일에 초조해졌다.
첫 물량은 돌아오는 월요일인 오는 14일에 보내기로 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이 보유한 인쇄기 5대를 모두 24시간 가동한다. 특수한 상황에 직원들도 주말을 반납했다. 책에 쓰는 종이는 430연, 모두 21만5000장을 주문했다. 하룻밤새 이 많은 종이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11일 오전 10시30분이 돼도 종이가 도착하지 않자 직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직원들은 가지고 있던 종이 더미의 포장지를 빠른 손놀림으로 벗겼다. 쌀쌀한 날씨에도 풀 가동된 공장 열기에 통풍이 잘 되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사무실 직원들은 수화기를 들고 통화에 열중했다. 직원들은 거래처 직원에게 "사장님 저희 '작별하지 않는다' 먼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용지는 내일 언제쯤 들어올 수 있어요? 오전 8~9시에는 들어왔으면 해요"라며 애를 태웠다.
같은날 오전 11시가 지나자 종이를 실은 4.5톤 트럭, 18톤 트럭이 연이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직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종이를 운반했다. 임원들까지 나서 지게차를 타고 종이를 날랐다.
인쇄소 직원들에게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감격이다. 전날 저녁 8시30분 출판사 직원 전화를 직접 받은 이원희 과장은 "당장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니 긴장되고 직원들 신경이 날카롭다"면서도 "수상 자체가 앞으로 출판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책이 향할 서점가에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책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형 서점 온라인 사이트는 한때 마비됐다. 오프라인 서점은 책을 사려고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장사진이다. 시민들 수십명이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 내로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도 벌어졌다.
또 다른 직원은 "인쇄업계에서 일하며 출판업계 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내니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며 "한국인으로 감격스럽고 뿌듯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고양(경기)=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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