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로보틱스에 올인…올해 투자 규모 3배 확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올해 연간 투자 규모를 250억달러(약 37조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했다. 투자 대부분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해 이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테슬라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250억달러 이상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해 85억3000만달러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며 올해 초 제시했던 200억달러 전망도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 테슬라의 잉여현금흐름(CFC)은 14억4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회사는 연말까지의 현금흐름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지금부터 수년간 이어질 대규모 자본 투자 국면에 진입했다”며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잉여현금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며 “상당한 수준의 자본지출 증가가 있을 것이며 이는 향후 수익 증가를 고려할 때 충분히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움직임은 테슬라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와 같은 발언 이후 테슬라 주가가 2% 이상 하락해 투자자들은 이에 회의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4억77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매출은 223억9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치에는 소폭 밑돌았다.

테슬라는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전환을 진행 중이다. 머스크는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AI 기반 자율주행 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약 1조4500억달러에 달하는 테슬라 시가총액 상당 부분이 이와 관련된 기대감에서 기반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해당 기술의 실제 상업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옵티머스가 궁극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이 같은 자본지출은 타당하지 않으며 좋은 투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머스크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온 인물이라고 믿는다면 이번에도 그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은 모두 AI 인프라에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이미 안정적인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상당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차이가 있다. 아마존의 경우 과거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광고와 같은 고마진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투자를 상쇄했다.

반면 테슬라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에 베팅하고 있다. 모델Y 기반의 로보택시 서비스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출범한 이후 댈러스와 휴스턴 등 미국 일부 도시로 확대됐지만 속도가 느린 편이다. 회사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바다 등 5개 도시에서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머스크는 연말까지 약 12개 주에서 서비스를 운영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과거에도 테슬라가 제품과 서비스 일정을 미뤘던 만큼 변수는 남아 있다.

머스크도 로보택시 사업이 2027년 이전에는 매출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사이버캡 양산은 올해 후반에야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초기 생산 속도는 느릴 것이지만 연말로 갈수록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테슬라는 텍사스 공장 부지 내에 연구용 반도체 팹을 구축하기 위해 약 3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자체 AI 칩을 생산하는 테라팹 프로젝트에서 인텔의 차세대 14A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그렉 바식 부국장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에 대해 “테슬라는 한 번에 너무 많은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테슬라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는 전기차 부문은 경쟁 심화로 압박받고 있다. 경쟁사들이 더 최신 모델을 더 낮은 가격에 출시하고 있고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아시아태평양(APAC)과 남미 시장에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와 북미에서도 수요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의 1분기 차량 인도량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지만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연간 인도량 감소를 예상하며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새로운 저가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개발 중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해당 차량 생산을 시작한 뒤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로 단기간 내 양산 가능성은 낮다.

최경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