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핵잠 중심 전략’ 한계 지적
미 해군이 중국과의 분쟁 대비 전략 차원에서 한국형 KSS-III급 잠수함을 모델로 한 재래식 잠수함(SSG) 전력 확충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네이벌 인스티튜트가 공개한 짐 홀셀 미 해군 중령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핵추진 잠수함만으로는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작전 구역을 충분히 커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홀셀 중령은 “핵잠 한 척으로 모든 작전을 감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동맹국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재래식 잠수함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 효율성 ‘5배’…핵잠 한 척 값으로 5척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최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SSN) 블록 V의 척당 건조비는 40억 달러(약 5조63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KSS-III급은 8억4500만 달러(약 1조1900억 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미국은 버지니아급 한 척의 예산으로 KSS-III급 5척을 확보할 수 있다.
홀셀 중령은 “핵잠 1척보다 재래식 5척을 확보하면 작전 유연성과 전투 손실 분산 효과가 훨씬 크다”며 “버지니아급 1척이 42발의 순항미사일을 실을 수 있지만, KSS-III급 5척은 총 70발 이상을 분산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력을 여러 함정에 분산시키면 전장 전역의 타격 선택지가 늘고, 한 척 손실 시 전체 작전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으로 본 핵잠과 재래식의 현실
핵잠은 장거리 작전과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조비용과 유지비가 막대하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연구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23달러(2024년 기준 약 43만 원)를 넘어야 핵추진이 경제성을 갖는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78달러(약 11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래식 잠수함이 비용 효율에서 압도적이다. 또한 원자력 추진 함정은 정비주기가 길고 전용 기지가 필요해, 대규모 해군기지 유지비용 부담도 크다. 반면 재래식 잠수함은 소규모 기지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며, 특히 동맹국 기지에서 전진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KSS-III급, ‘소형 핵잠’급 기술력
홀셀 중령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KSS-III급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000톤급 KSS-III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장착한 공격형 잠수함 중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함정”이라고 밝혔다.
KSS-III는 6개의 수직발사대(VLS)를 통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해 소음과 배기 문제를 최소화했다. 일본의 타이게이급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몇 안 되는 잠수함으로, 장시간 잠항 중에도 은밀성을 유지할 수 있다. 홀셀 중령은 “AIP와 첨단 배터리 기술의 결합으로 스노클링(산소 흡입을 위한 부상)을 최소화해 탐지 위험을 크게 줄였다”며 “이는 사실상 재래식 잠수함의 최대 약점을 해결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일·호 공동개발 구상…AUKUS 2축의 확장
홀셀 중령은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재래식 잠수함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일본의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은 고정밀 대형 조선 역량을 이미 입증했다”며 “미국의 전투통제체계 BYG-1과 호환되는 KSS-III형 플랫폼을 공동 설계하면 AUKUS 동맹의 두 번째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재래식 잠수함 운용 경험이 풍부하고, 이미 미국산 어뢰와 전투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기술 통합이 용이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그는 “잠수함 공동생산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동맹 간 기술 협력과 군수자립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사세보·수빅 전진배치…중국 견제 구도 강화
보고서는 재래식 잠수함의 항속거리 한계를 전진배치 전략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사세보·요코스카 외에도 구레 해군기지, 괌, 호주 퍼스, 필리핀 수빅만 등이 후보지로 제시됐다.
홀셀 중령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사거리 900해리(약 1667km)를 고려하면 이들 기지는 모두 중국 해군 작전 구역을 타격 범위에 둘 수 있다”며 “핵잠과 달리 재래식 잠수함은 특수 정비시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진기지 구축이 훨씬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지니아급 핵잠의 생산 지연과 산업 기반 과부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형 잠수함 모델은 미국 해군이 인도·태평양 전역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