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죽음은 50년 지나도 먹먹… 죄책감 대신 행복한 기억으로 살기를" [인터뷰]

고은경 2024. 10.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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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감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 작가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에도 또 떠나보낸 이후에도 행복한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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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노견일기' 쓴 정우열 작가 인터뷰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우열 작가와 생전 반려견 '풋코'가 함께했던 모습. 정우열 작가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반려동물이 떠나간 뒤 겪는 반려동물 상실(펫로스) 증후군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감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우열 작가는 지난해 2월 키우던 반려견 '풋코'를 스무 살의 나이에 안락사로 떠나보낸 이후,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혹은 겪게 될 반려인들을 위해 웹툰을 그리고 강연을 한다. 정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 토크콘서트에도 참여해 펫로스를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 작가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망각을 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반려동물이 떠난 직후 힘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힘들지는 않다"면서도 "강도나 빈도가 줄어들긴 하지만 순간 기억이 떠오를 때 엊그제 당한 일처럼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떠난보낸 지 50년이 지난 분도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면서 우는 걸 봤다"며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며 그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평생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우열 작가가 반려동물 안락사에 관해 수의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그려낸 웹툰의 일부. 정우열 작가 제공

정 작가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이들을 위해 그들의 사연을 받아 소개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많은 이들로부터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마땅히 할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는 "전문가들도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한다"며 "진행 방식이 재미가 없어 지금은 잠시 그만뒀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작가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만나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는데, 반려동물이 떠나면 그 공간과 시간이 텅 비게 된다는 것. 그는 빈 공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메우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른 노하우가 있으니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다만 건전한 방식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우열 작가와 반려견 '풋코'. 하상윤 기자,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우열 작가가 임시보호 중인 '달리'. 정우열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정 작가는 현재 구조한 개 '달리'를 임시보호하면서 입양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임시보호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아직은 다른 개를 키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느껴 입양은 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달리를 위한 가족을 찾아줄 예정이다.

정 작가는 반려인들에게 죄책감을 갖거나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고, 실수도 하고 또 이를 고쳐 나가면서 살지 않느냐"며 "반려동물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에도 또 떠나보낸 이후에도 행복한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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