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 플레이에 상승세 꺾일 뻔한 장유빈 "'망했다' 생각..이런 경험 처음"
13번홀 티샷 후 벙커에서 친 공 오구 플레이
"확인하지 않은 제 실수..처음 경험이라 당황"
"사고 아닌 사고 있었지만, 흐름은 나쁘지 않아"
3일 경기 여주시 페럼 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 1위 장유빈은 12번홀까지 4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잘 나가던 그는 13번홀(파4)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 벙커에서 친 공을 그린에 올리고 나서 확인했는데 티샷 때 친 공이 아니었다. 당연히 자신이 친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회사 제품일 뿐 번호가 달랐다. 오구(Wrong Ball) 플레이를 한 것이다. 상황을 확인한 장유빈은 즉시 함께 경기 중인 최경주, 함정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벙커로 돌아가 주변을 살폈다. 잠시 뒤 티샷 때 친 공이 러프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황스럽고 어수선한 상황이었으나 실수를 인정하고 2벌타(규칙 15-3)를 받은 뒤 4번째 샷을 쳤다.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보기 퍼트가 빗나가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내 2타를 잃었다. 10번홀에서 샷이글을 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분위기가 꺾였고, 선두그룹과 타수 차도 벌어졌다.
그 뒤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낸 장유빈은 공동 4위에서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다행히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순위를 공동 6위로 끌어올렸고, 13번홀에서 나온 황당한 실수도 만회했다.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장유빈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실수를 인정하고 훌훌 털어냈다.
그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이 벙커 방향으로 갔고, 동반자의 공은 모두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날아간 상황이라서 벙커에 있는 공이 당연히 제가 친 것으로 생각해 의심하지 않고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런데 그린에 올라가서 최경주 선배의 캐디가 공을 닦은 뒤 건네준 공을 확인한 순간 티샷 때 친 것과 다른 것을 알게 됐다. 저는 공에 검은색 줄을 그려 넣고 3번을 사용했는데 그 공엔 줄이 그어져 있지만 8번이었다. 그 순간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친 제 잘못이기는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서 저도 깜짝 놀랐고 ‘왜 내 공이 아니지’라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제 공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즉시 함께 경기한 선수들에게 알렸고 원래 쳤던 지점으로 돌아가서 공을 찾았는데 벙커 바로 앞의 러프에 있었다. 공을 확인하고 나서도 망연자실했다”라고 말했다.
프로 골프 경기에서 오구 플레이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러프가 긴 코스에선 공을 찾은 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때 오구 플레이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장유빈처럼 경기 중인 코스의 벙커 안에 확인되지 않은 다른 공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장유빈이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공이라고 확신하고 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장유빈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당황했다”라며 “어쨌든 제 실수였기에 빨리 잊고 남은 홀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라고 실수를 웃어 넘겼다.
잘나가던 흐름이 끊기면서 경기 후반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17번홀 보기 이후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바운스백으로 타수를 지킨 것만으로도 남은 경기의 희망이 됐다.
장유빈은 “그래도 마지막 홀에서 버디로 마무리해서 홀가분하다”라며 “오늘 짧은 퍼트를 몇 차례 놓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퍼트감이 좋았다. 내일도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2라운드를 준비했다.
올해 KPGA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라 있는 장유빈가 현재의 순위를 지키면 내년 DP월드 투어 출전권과 오는 12월 열리는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 출전권을 받는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인 만큼 남은 대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는 “사고 아닌 사고가 있었지만, 나쁘지 않게 끝냈다”라며 “지금 페이스대로 욕심 안 내고 경기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더 높은 순위로 도약을 기대했다. 예상하지 못한 실수에 발목이 잡힐 뻔했지만, 스스로 분위기를 바꾸며 위기에서 빠져나온 경험은 교훈이 됐다.
1라운드에선 이수민이 6언더파 66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장유빈은 2언더파 70타를 쳐 디펜딩 챔피언 함정우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고, 대회 호스트 최경주는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 공동 5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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