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李 ‘10월 위기’ 임박…요동치는 ‘삼각 권력’ 구도
韓, 당·정 ‘지지율 동반 추락’에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강서 구청장 참패’ 악몽 재현?
李, ‘검사 위증교사’ 1심에서 유죄선고 나오나?…비명계는 몸 풀며 견제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1년 전 10월은 정치권에서 '격변과 격동의 한 달'로 기억된다. 당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여당은 참패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야심 차게 띄운 '인요한 혁신위'에선 잡음이 이어졌고, 결국 여권의 미래권력 한동훈의 정치 시계를 재촉해 등판을 앞당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참패에 따른 국정 쇄신안으로 이때 처음 '의대 증원' 계획을 공언했다. 긴 의·정 갈등의 출발점이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데 이어 보궐선거까지 승리하면서 정치적 사망선고 직전 기사회생했다. '이재명의 민주당' 신호탄이었다. 그해 10월에 벌어진 일들은 이듬해 열린 4·10 총선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 윤석열-한동훈-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삼각 권력' 구도를 굳혔다. 모든 건 1년 전 10월에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정치권의 시선은 다가올 10월에 온통 쏠려 있다. 단순히 여야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국정감사' 시즌이어서만은 아니다. 10월16일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세 권력을 뒤흔들 정치적·사법적 현안들이 10월 중 '분기점'을 맞기 때문이다. 그 여파에 따라 현재권력 구도는 물론, 미래권력 판세까지 크게 요동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또 한 번의 10월을 지나 계절이 저물 무렵 이 권력의 무게추는 어디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을까.
김건희의 잦은 공개 행보, 여권도 '부담'
윤 대통령의 '10월 위기설'은 일단 숫자가 말해 주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0월 전후로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0%대 지지율'을 기록할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을 넘어 정권 전체가 흔들리고 사실상 국정이 마비되는 '데드덕'(권력 공백) 상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지지율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의·정 갈등'의 경우 이미 국민이 현 사태를 인내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로 꼽혔던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은 최근 수 주째 부정평가의 최대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개혁에 찬성했던 민심이 싸늘히 등을 돌린 것이다. '증원 2000명'이라는 추상적 의제가 '응급실 뺑뺑이'라는 실질적 위협으로 닥치면서, 중도층은 물론 70세 이상, 영남 등 윤 대통령을 받쳐온 핵심 지지층까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의·정 갈등이 대통령 지지율의 '블랙홀'이 됐다"는 말도 오르내린다. 이미 정면돌파하기도, 후퇴하기도 난감한 '딜레마'에 빠져버렸다는 평가도 있다. 실낱같은 기대를 줬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끝내 무산되고 10월 입시 국면이 본격화할 경우, 의료계·교육계 현장의 혼란이 극에 달해 '정부 심판론'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도 대통령 국정 동력을 떨어트리는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의혹의 매듭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부쩍 늘리면서 추석 연휴 내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여권에서조차 김 여사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야당은 10월부터 시작될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칭하며 총공세를 벼르고 있다. 국감 내내 김 여사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하반기 국정 동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야권 주도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정국'도 10월 중 또 한 번 예고돼 있어 국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반등이 시급하지만 정치권에선 오히려 '추가 하락' 여지가 더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 개혁을 향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히 굳건한 탓이다. '한 발 양보할 경우 국정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다' '지금은 반발이 크더라도 훗날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의료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라는 전언이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조가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사과하고 행보를 줄이면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는 인상만 더 키울 거라는 게 윤 대통령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교육감 등 재보궐선거 패배 시 한동훈 '위기'
한동훈 대표에게도 10월은 쉽지 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취임 후 두 달여 동안 그는 민생 드라이브를 통해 꾸준히 외연 확장을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친한계 원외 인사는 "취임 초 한두 달은 '적응기'로 봐줬지만, 이제부터 성과가 나지 않으면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안팎에서 제기될 것"이라며 "10월말 '취임 100일'을 맞기 전까지 앞으로 한 달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표가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성과는 선거에서의 승리다. 10·16 재보궐선거는 정식으로 한동훈 지도부가 꾸려진 후 처음 치르는 선거다. 보수의 '안방'으로 평가받는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상징성이 있는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칠 경우 당장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당장 친윤(親윤석열)계부터 이번 승패에 따라 한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 능력에 대한 중간 평가를 내리겠다는 심산이다.
한 대표로선 1년 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처럼 '용산의 공천 개입 논란→그로 인한 잡음과 여론 악화→선거 참패의 재현'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그 단초를 제거하기 위해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 공천을 해당 지역 시도당에 위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잇따르지만 공천을 둘러싼 당정·계파 갈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공천 잡음을 막더라도 현재로선 텃밭 승부조차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까지 최근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지지율 '커플링'(동조화)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확실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에 여당 내에선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리스크 등에 대한 정부의 변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목소리도 부쩍 강해졌다. 10월 중 김 여사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을 거쳐 국회에서 재표결될 경우 국민의힘 내 유의미한 '이탈표'가 나올 거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재보궐선거까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이 지속될 경우, 한 대표가 용산과의 차별화를 위한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한 대표가 '사퇴 후 재신임'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 고관여층을 제외하면 일반 대중은 여전히 한동훈이란 인물을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이자 친윤 인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대통령과 끝까지 각을 세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 몸'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벗어야 지금의 지지율 추락 동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엔 한동훈 대표가 매듭지어야 할 난제가 하나 더 기다리고 있다. 바로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한 결단이다. 한 대표는 여전히 자신이 제안했던 '제3자 특검법'이 최선의 안이라고 판단,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대통령실에선 '특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월 중 채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 대표의 행보에 날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어떤 결단을 내리든 당 안팎의 반발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미래권력이자 리더로서의 재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명 선거법 재판, '100만원 벌금형' 나올지 촉각
10월 이 대표 위기의 진앙지는 여의도나 용산이 아닌 서초동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1심과 위증교사(검사 사칭) 1심 선고가 오는 10월에 있을 예정이다. 관건은 1심의 형량이다.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거나 위증교사 재판에서 금고형 이상이 나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될 경우 민주당도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이 사실상 '이재명 유일 체제'로 전환된 만큼, 리더 부재에 따른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명(親이재명)계는 혹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 중심 체제가 흔들리지 않을 거란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차기 대선까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어려운 만큼, 1심 선고가 향후 이 대표의 정치활동에 그리 제약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일찍이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만큼, 1심 선고에 따라 당이 더욱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검찰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1심 선고는 이 대표 본인 못지않게 야권 내 잠재적 대선주자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른바 '3김(金)'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등 총선 후 잠행을 이어가던 잠룡들이 이 대표의 10월 선고를 기점으로 속속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비명계 대권주자 측근은 "10월 이 대표 선고 결과에 따라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해온 비명(非이재명) 연대가 더 단단히 뭉칠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대표 체제로 어떻게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미치지 않는 형량 또는 무죄가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엔 더욱 힘이 실릴 예정이다. 1년 전 이 무렵 법원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한 상황이 재현되는 셈이다. 이 경우 야권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활용해 기존의 '검찰 개혁'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 리스크 외에도 이 대표가 10월 중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역시나 당대표직 연임 후 첫 선거인 10·16 재보궐선거 압승이다. 최대 변수는 '호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부상이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곡성과 영광은 민주당의 전통 강세 지역이지만 지난 총선에선 조국혁신당이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을 앞선 바 있다.
특히 지난 8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민주당을 향한 호남 민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호남에서의 전대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호남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호남 홀대론'도 제기됐다. 이 틈을 타 조국혁신당은 일찌감치 '호남 살이'를 자처하며 총선에서의 돌풍 재현을 노리고 있다. 10월 1심 유죄 선고에 재보궐선거 패배까지 겹칠 경우 이 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은 배가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유력한 차기 대권 경쟁자인 한동훈 대표와의 치열한 민생 주도권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상속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를 주장하며 우클릭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당선된 후 이에 대해 뚜렷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투세와 관련한 이 대표의 행보에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그의 결단에 따른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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