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샘이 가구 전문가보다 재무 전문가를 이사회 전면에 배치하며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영권을 쥔 사모펀드(PE)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전략적 파트너인 롯데쇼핑의 핵심 재무 인력들이 의사결정 기구에 전면 포진하면서, 외형 성장보다 내실 경영과 자본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재무통'으로 꾸려진 이사진… 수익성·재무 최우선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재철 롯데쇼핑 재무본부장, 손동한 IMM PE 대표이사, 김태현 IMM PE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한샘의 등기이사 9명 중 사외이사인 박영빈, 차재연 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IMM PE 관련 인사로 꾸려졌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이사로 일상적인 영업 집행보다는 이사회에서 투자·재무·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자산 매각, 비용 구조 개편, 자본 배분 등 굵직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IMM PE 측 인사들에 더해 롯데쇼핑의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합류하면서 한샘 이사회 내 경영권 측 의사결정 라인은 사실상 재무·투자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이사회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략적 투자자(SI)인 롯데쇼핑의 핵심 인사인 임재철 재무본부장이 직접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임 이사는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과 롯데쇼핑 마트 재무부문장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의 현직 CFO가 한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것은 롯데가 단순한 재무적 동반자를 넘어 한샘의 경영 정상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근 롯데쇼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 성과를 낸 만큼 이 같은 운영 노하우를 한샘의 재무 구조 개선에도 접목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IMM PE의 핵심 운용역들이 이사회 전면에 포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손동한 대표이사를 비롯해 유헌석 부사장, 김정균 부사장, 김태현 상무 등 파트너급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은 한샘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가 그만큼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IMM PE는 2022년 1월 주당 22만1000원의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한샘을 인수했고, 현재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분 35.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택 거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진과 주가 약세가 이어졌다. 31일 종가 기준 한샘 주가는 4만1200원으로, IMM PE의 인수가 대비 약 81.4% 낮은 수준이다.
인수가 대비 80% 넘게 빠진 주가…IMM PE 엑시트 압박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 후 3~5년간 기업가치 제고 작업을 거쳐 엑시트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IMM PE로서는 투자 회수 전략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지만 아직 시장 평가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셈이다. 결국 대주주가 직접 이사회 전면에 나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진두지휘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7445억원, 영업이익 184억9100만원, 당기순이익 4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41%, 당기순이익은 약 70% 감소해 실적 반등의 강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적자를 피하며 재무 안정성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IMM PE 입장에서는 원활한 엑시트를 논할 수 있을 만큼 기업가치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 셈이다.
재무 전문가들이 장악한 이사회는 향후 부실 사업부 정리와 비효율 자산 매각 등 자산 경량화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샘은 2024년부터 사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업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중국 상해법인(Hanssem(Shanghai) Home Furnishings Co., Ltd.)을 청산했고, 지난해 7월에는 한샘 소주법인(Hanssem (China) Interior Co., Ltd.) 지분을 중국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샘개발 지분을 지티에스홀딩스에 넘기며 비핵심 자회사 정리에도 나섰다. 한샘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로 중국 사업은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고 국내외 종속회사 재편도 본격화됐다.
올해 역시 가구 산업의 본질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공급망관리(SCM) 최적화와 판관비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률과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 선임된 김태현 상무가 모건스탠리와 라자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으로 구조조정과 자본 구조 최적화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샘 측은 "사업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종속회사 매각과 청산을 진행했다"며 "기업 체질과 업무 방식의 개선을 통해 한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개편은 한샘을 단순한 가구 제조사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우량 자산으로 재정의해 매각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대주주의 승부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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