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가 만들면 거릅니다" 삼성 망하고 들어온 르노 SM5가 부진했던 이유

조회 27,8242023. 11. 29. 수정

르노 SM5 출시 2년 후인 2007년에는 최신 패밀리룩에 맞춰 외부 디자인과 실내 디테일을 변경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SM5 뉴 임프레션'이 등장했습니다. 직전 모델에서 SM7과 외관이 너무 똑같다는 지적을 인식했는지, 헤드램프 형상과 범퍼 디자인을 달리해 좀 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었는데요. 헤드램프를 앞트임 해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해 차체를 좀 더 넓어 보이도록 유도했고, 방향지시등을 둥글게 처리한 범퍼 끝에 배치해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역시 사람이나 차나 눈매가 달라지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측면의 디자인 변화는 미미했지만, 알루미늄 휠 중앙에 커버를 더해 휠 볼트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전작과 달리 볼트를 노출해 보수적인 분위기를 약간 덜어냈고, 무엇보다 후면부의 리어램프 그래픽을 깔끔하게 수정하면서 무당벌레 테일램프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돋보였습니다. 노림수인지 '인피니티'와 더욱 유사해졌고, 그랜저XG의 최후기형 모델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운 좋게도 이 모델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타본 모델은 2009년식 'LE 익스클루시브 가솔린' 모델로, 전용 17인치 멀티스포크 알루미늄 휠과 운전석 메모리 시트, 제논 헤드램프가 기본 장착된 고급 사양입니다.

가장 먼저 실내를 살펴봤는데요. 호평을 받았던 기존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원 형태의 오렌지빛 계기판은 좌우에 자리한 타코미터 연료 게이지를 원형으로 변경해 좌우 대칭을 맞췄고, 크롬링을 더해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평균 연비 계산을 추가해 기능적으로 더 좋아졌어요. 여기에 새로운 색상의 우드그레인을 추가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QM6'에서도 만날 수 있는 열선시트 스위치가 참 반가웠어요. 유난히 큰 선 바이저 거울도 좋았고요.

관리 상태는 썩 좋지 않았지만, 뒷좌석의 공간감과 시트의 안락함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애초에 중대형급을 베이스로 만든 만큼 동급에서 유일했던 뒷좌석 에어벤트, 쿼터글래스까지 그대로 남겨두면서 경쟁차보다 훨씬 쾌적한 공간을 제공했어요. 해치도어 수준의 스키스루는 가늘고 긴 짐을 수납할 때 용이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대대적인 변화나 혁신적인 기능이 추가된 것은 아니었지만, '거실 인테리어'의 경쟁력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가장 강력한 경쟁차인 소나타가 대대적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실내를 갈아엎었음에도 딱히 밀리지 않는 구성이었어요. 비록 버튼 시동은 아니었지만, 카드 타입 스마트키도 여전히 독보적이었고요.

앞서 말씀드렸듯 차량은 2.0L 가솔린 모델로, 르노-닛산이 공동 개발한 'MR 엔진'이 탑재되어 직전 모델보다 출력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실용 영역에서의 토크를 강화했다는 설명에 걸맞게 생각보다 차가 경쾌하게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심장병'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게 조금 무색했지만, 역시나 초반 이후의 가속력은 눈에 띄게 더뎌졌습니다. 요즘 차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정숙성과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은 오히려 독일차식 쫀쫀함을 추구하는 지금의 추세와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그저 말랑한 승차감이 좋은 승차감으로 통하던 시절에 이런 차가 나왔다는 게 의외였어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연비가 떨어지는 4단 자동 변속기의 기어비... 그런데 경쟁차들의 사정도 비슷했으니까 단점으로 보긴 좀 애매하네요. 얇은 사이드미러는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크기가 작아 사각지대가 많이 생겼고, 회전 반경이 왜 이렇게 큰지 유턴이나 입구가 좁은 건물 주차장에서 살짝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트렁크를 밖에서 여는 버튼이 없어서 까먹고 내리면 운전석 문을 열어야 했죠.

또 기어를 드라이브에 놓은 채 정차를 하면 심한 진동이 올라오는 증상도 유난히 심하더라고요. 동호회를 살펴보니 엔진과 차체를 고정하는 마운트, 즉 미미의 개수가 기존 4개에서 3개로 원가 절감되면서 직전 모델 '뉴 SM5'에 비해 유난히 심해졌다고 하는데, 원가 절감의 세계는 참 무궁무진하네요.

짧은 경험이었지만 'SM5 뉴 임프레션'은 여전히 넉넉한 공간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공용세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세월의 흔적은 남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갈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감동이었어요. '타임리스 디자인'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죠.

그 사이 현대차의 '쏘나타 트랜스폼'과 기아 '로체 이노베이션', GM대우 '토스카 프리미엄6' 등 훌륭한 상품성으로 무장한 경쟁차들이 연달아 투입되며 나름의 매력을 내세웠지만, SM5 뉴 임프레션은 쟁쟁한 경쟁차들의 공세 속에서도 매월 5,000여 대 이상 준수한 실적을 이어나가면서 국내 중형차 시장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시켜냈습니다.

이때 르노삼성은 선대 모델부터 쌓아올리는 감성마케팅과 여전히 건재한 삼성의 이름값 때문에 세련된 이미지가 상당히 강했던 브랜드였고, 부모님 차를 끌고 나온 듯한 소나타의 고리타분한 느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도시적인 분위기는 중장년 고객뿐만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했어요. 그 중에서도 여성 고객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에 당시 수입차 못지않은 훈남들의 필승 아이템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고가 마케팅도 먹혀들었죠.

다만 꽃길만 걷지는 못했습니다. 2세대 모델에 탑재된 신형 'LPGi 엔진'에서 실린더 헤드가 변형되거나 파손되고, 주행 중 시동 꺼짐, 심한 경우 화재가 발생하는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건데요. 이에 항의하기 위해 'SM5 임프리콜'이라는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될 정도로 오너들의 움직임이 컸고, 매회가 곧 장안의 화제였던 MBC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에 보도되면서 당월 판매량이 반토막 나는 등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 건설교통부의 강제 리콜 명령을 이끌어내 오너들의 승리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달리는 관'이라는 뜻의 '달관5'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죠. 결국 LPG 모델의 주 수요층인 택시 시장의 홈타운인 부경지역 택시기사님들에게조차 외면받았고, 여기에 업친 데 덮친 격으로 10년 이상 운행한 차량의 '리어 크로스 멤버'가 심각한 수준으로 부식이 이루어지면서 주행 중 뒷바퀴가 주저앉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까지 제기됐습니다. 이 일로 뛰어난 내구성과 안정적인 품질로 그간 높은 신뢰를 쌓아왔던 SM5의 명성에 큰 흠집이 생겼죠.

여러 논란에도 르노삼성을 먹여 살리고 있던 SM5가 슬슬 수명을 다해가자, 후속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과 르노삼성의 부담감은 나날이 커져만 갔습니다. 이후 국내 시장에 정식 진출한 한국닛산과의 간섭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닛산이 아닌 르노 차량에 기반을 두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소비자들은 부푼 기대와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을 품기 시작했어요.

앞서와 마찬가지로 닛산의 '블루버드'를 베이스로 했던 준중형 세단인 'SM3'의 후속 모델로 르노 '플루언스'가 도입되면서 꽤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소형차나 상용차에 비해 중대형 세단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르노였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모델인 르노 '라구나' 역시 큰 성과를 거둔 차량이 아니었죠.

2010년 출시된 '3세대 뉴 SM5'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애매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대체로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르노삼성의 차답게 외관은 수수하고 담백한 모습이었는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YF소나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심한 분위기였어요. 납작하게 가라앉은 전면부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헤드램프와 그릴, 비슷한 구성의 범퍼 디자인으로 어린가 둔해 보이기도 했던 전작에 비해 한결 날렵한 인상이었습니다.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조향에 따라 헤드램프 각도를 조절해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를 탑재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었죠.

측면은 쭉 뻗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역방향으로 꺾인 C필러, 견고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로 전작의 분위기를 이었습니다. 다만 누가 프랑스 출신이 아니랄까봐 툭 튀어나온 프론트 오버행은 전륜 구동임에도 오버행을 최대한 짧게 줄여 역동적인 느낌을 연출하는 트렌드와 역행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긴 전장을 확보했음에도 비율은 결코 좋아보이지 않았죠. 쐐기형 전면부와 하필 시그니처 컬러로 선택한 쥐색이 맞물려 '죠스바'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어요.

두툼한 후면부는 가로로 길게 배치한 테일램프에 LED를 넣어 고급감을 더했고, 반사판과 머플러팁을 더해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뒤만 보면 나쁘지 않았는데, 얄쌍한 앞모습과는 왠지 조화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또 유럽에 본을 둔 모델답게 함께 딸려온 후방안개등은 상황에 맞지 않게 쓰면 뒷차 운전자에게 눈부심을 유발하기도 했죠.

이미 실망을 하고 들어와서인지 실내는 나름 훌륭했습니다. 기반이 된 라구나의 실내도 외관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어요. 잘 짜여진 가구 같은 느낌을 주진 않았지만, 폭넓게 사용된 우드그레인과 동굴형으로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가로선이 강조된 전작이 가지고 있었던 세련된 도시 감각을 그대로 전달했고, 전장과 휠 베이스는 살짝 줄었지만 쾌적한 공간도 여전했습니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상대적으로 낮은 대시보드로 시야가 시원했는데, 대시보드가 내려다 보일 정도로 낮아서 처음 보면 어색하다는 반응도 꽤 있었어요. 저도 이 차를 택시로 처음 경험했는데 조수석에서 붕 떠서 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실제로 계기판이 다른 차들에 비해 많이 누워있는 것 같고, 작은 직경이 돋보이는 스티어링휠은 림이 두툼해 쥐는 맛이 좋았는데, 으레 있어야 할 버튼들은 다 어디로 도망가고 없는 대신 곰 발바닥 같은 오디오 리모컨이 뒤편에 자리했습니다. 보기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써보신 분들 아실 거예요. 이거 생각보다 되게 편합니다.

또 '아이나비' 순정 내비게이션, 대형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포테인먼트 조그다이얼, 중형 최초로 '운전석 마사지 시트'를 장착해 신선함을 더했고, 당시 트렌드인 '웰빙' 키워드에 맞춰 차량 내장형 방향제 '퍼퓸디퓨저'를 최초로 선보여 감성 품질을 높인 것도 감성 브랜드 르노삼성다운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버튼 시동 스마트키, 서브 우퍼를 더한 10개 스피커의 'BOSE 사운드 시스템' 등 각종 고급 사양과 뒷좌석 수동식 커튼, 후방 블라인드, 뒷좌석만 별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공조장치와 앞서 QM5가 선보인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마련하면서 여전히 동급 대비 반체급 위로 느껴질 만큼 풍부한 편의 사양을 탑재한 것도 프리미엄 마케팅을 이끌던 르노삼성다웠죠.

대신 앞좌석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뒷좌석 열선 시트같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몇몇 편의장비들은 빠져있는 등 어딘가 묘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전작의 것을 개량한 2.0L 가솔린과 LPG, 여기에 6단 수동변속 모드를 제공하는 닛산의 'X-Tronic 무단변속기'를 탑재했습니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부드럽고 매끈한 가속 성능, 효율을 중시한 세팅으로 도심 주행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도로환경에 적합했죠. 동급에서 연비도 가장 좋았어요.

다만 전작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엔진 출력과 오래 전 'CVT'를 달고 나왔던 차들이 큰 말썽을 일으켰던 전적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 무단변속기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가뜩이나 내외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지 못한 상황에서 빈약한 파워트레인까지 발목을 잡으니 무엇 하나 시원하게 내세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승차감과 핸들링에서만큼은 동급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3세대 SM5는 해치백 라구나를 베이스로 새로 개발한 차체를 썼는데, 중형차의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어내기에 오리지널 라구나의 토션빔 후륜구조는 불리했기 때문에 라구나 차체에 티아나의 멀티링크 후미를 이어 붙인 별도의 중형 플랫폼이었습니다. 덕분에 프랑스 브랜드의 완숙한 핸들링과 멀티링크의 안정적인 승차감, 르노 삼성차 특유의 뛰어난 'NVH'가 궁합을 이루면서 안락한 패밀리카를 찾던 중장년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죠.

이후 연식 변경을 통해 기존 XE 트림에만 제공하던 블랙베젤 헤드램프를 확대 적용하고, 새로운 18인치 휠, 전용 악세사리로 바디킷을 추가해 밋밋한 외관을 좀 더 스포티하게 꾸몄습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래티튜드'라는 이름으로 선보여져 잠깐이나마 르노의 플래그쉽을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보시다시피 양서류 이미지의 SM5와 달리 각이 살아있는 그릴과 범퍼가 강인한 인상을 만들어줬고, 이 수출형 래티튜드의 그릴을 구해서 갈아 끼우는 분들도 꽤 있었어요.

또 2011년식부터는 답답한 출력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을 위해 수출형에 올라가던 V6 2.5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는 함께 팔리던  'SM7 뉴아트'의 V6 2.3L 엔진보다 더 나은 수치였고, 기존에 일반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것은 메리트였지만 상위 모델이 으레 그렇듯 판매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길에서 이 차량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2012년 끝물에서는 최상위 모델에만 들어가던 BOSE 사운드 시스템과 18인치 휠 전용 '블랙 & 화이트 내장'을 적용한 'BOSE 스페셜 에디션'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BOSE' 로고를 내외관 여기저기 붙여 누가 봐도 BOSE 에디션 차량임을 알 수 있게 해놓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실내 곳곳에 적용된 화이트 펄 트림이 너무 눈에 확 띄어서 좀 따로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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